[인터뷰] '제로페이 전도사' 이근주 한국간편결제진흥원 원장
[인터뷰] '제로페이 전도사' 이근주 한국간편결제진흥원 원장
  • 이일호 기자
  • 승인 2020.05.02 2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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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는 ‘디지털 SOC’, 돈이 빠르게 잘 흐르게 하는 것... 합리적 지급결제 인프라 만든다”

2018년 11월 제로페이가 등장했다. 이후 공공에서 민간으로 사업이 이양됐고, 최근 들어 가맹점 규모나 사용자 수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제로페이는 여전히 ‘관치’ 프레임에 갇혀 본질에서 벗어난 소모적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지급결제 생태계는 왜 바뀌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제로페이는 과연 무슨 역할을 하게 될까. 이근주 한국간편결제진흥원 원장을 만나 제로페이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지급결제 시장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이근주 한국간편결제진흥원 원장.<인사이트코리아>

 “제로페이는 ‘페이 앱’이 아니다.” 

제로페이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올해 들어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넉 달간 누적 결제액 13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누적 결제액(768억원)을 두 배나 뛰어넘은 수치다. 어떤 사람은 이에 대해 ‘제로페이가 코로나19 덕분에 죽다 살았다’고 말한다. 이근주 원장은 “코로나19는 하나의 이벤트일 뿐, 전체적 흐름은 이미 ‘언택트(Untact·비대면)’였다”고 반박했다.

-지금까지 제로페이의 성과를 총평한다면?

“2018년 12월 출범한 뒤 가맹점 47만 곳을 확보했고 누적 결제액도 2000억원을 넘겼다. 규모의 많고 적음을 떠나 성장세가 빠른 게 고무적이다. 가맹점도 올해 상반기까지 충분히 50만 곳을 넘길 듯하다. 지역화폐 상품권이나 서울시 재난기금을 제로페이로 쓸 수 있게 된 게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언택트’라는 시대 흐름이 지급결제 트렌드를 바꾸고 있는 게 더 크다. 사람들도 플라스틱 카드를 주고받는 데 대한 비위생적인 측면에서 과거 결제방식을 불편해하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제로페이를 ‘인프라’라고 강조한 인터뷰가 있던데 무슨 의미인가.

“제로페이는 ‘도로망’에 비유된다. 도로 인프라가 깔리면 민간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처럼, 우리가 제로페이라는 가맹점 망을 깔면 페이 회사나 은행들이 들어와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가맹점에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도 지급결제 행위를 할 수 있다.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SOC’다.”

-제로페이도 별도의 앱을 쓰지 않나.

“아니다. 제로페이는 가맹점 전용 앱 말고는 따로 앱이 없다. 우리 플랫폼을 이용하는 45개사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그 가운데 일부 핀테크 사가 제로페이 전용 앱의 모습으로 구현한 게 있다. 그들은 페이 사업자로서 가맹점을 많이 확보한 제로페이에 전략적으로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핀테크 지급결제 사업자의 골칫거리는 가맹점 유치다. 카카오페이는 물론이고 페이코도 가맹점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차였다. 그들은 제로페이를 도입함으로써 가맹점을 확보해야 하는 난제를 풀게 됐다. 네이버페이의 경우 제로페이 가맹점을 활용해 오프라인 지급결제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됐다.”

-사람들은 제로페이를 여전히 ‘관치페이’라 부른다.

“관치페이 지적은 제로페이가 페이 서비스를 한다는 오해에서 나온 말이다. ‘제로페이가 왜 카카오페이도 있고 토스도 있고 네이버페이도 있는데 공공 앱을 만들어 경쟁하느냐’는 것이다. 실상을 보면 제로페이가 뭔지를 전적으로 몰라서 하는 비판이다. 어떤 사람은 ‘배달의민족’ 수수료 인상에 반발해 논의되고 있는 ‘공공 배달 앱’과 비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공공 배달 앱은 배달의민족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고, 또 공공이 유지비를 어떻게 감당할지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다. 반면 제로페이는 그냥 공용 지급결제 망일 뿐 민간과 충돌하지 않는다. 페이 사업자들은 우리 망을 자유롭게 이용하면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된다.

코로나19 사태를 냉정하게 보자. 지금까진 경제적으로 우리보다 앞서 있는 나라들이 하는 정책이나 전략을 스탠다드로 보고 우리는 그걸 쫓는 패스트팔로워라고 스스로 인정해왔다. 제로페이에 대한 비판도 마찬가지였다. 기존 결제방식 참여자들이 프리미엄보다 훨씬 과도한 수익을 찾아가는 구조를 스탠다드로 보면서 제로페이에 대해선 ‘관치’라거나 ‘시장을 망가뜨린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제대로 보면 우리 모습이 스탠다드이고 선진국이 오히려 자본주의의 병폐에서 나온 게 아닌가. 최근 서방국가들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우리를 배워 모범규준으로 삼으려 한다. 제로페이가 마치 서구 자본주의의 성역을 건드린 것처럼 보는 시각은 바뀌어야 한다.”

-신용카드가 만든 생태계를 죽인다는 지적도 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나라처럼 신용카드 시장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곳은 없다. 과거 정부에서 신용카드 방식을 밀어준 덕분이다. 다만 이는 건전하지 못한 결제시장 구조다. 그 부분은 금융위원회가 오픈뱅킹 정책을 발표할 때도 언급된 부분이다. 제로페이는 직불결제라 수수료가 저렴할 뿐만 아니라 건전한 소비구조를 갖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장점도 있다.

물론 제로페이가 보편화할 경우 신용카드사에 타격이 되는 것은 맞다. 다만 그 시장을 상당히 의미 있는 수준까지 잠식해 들어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거다. 현재 연간 650조원 규모의 신용카드 결제 규모의 약 5%인 30조원 정도만 제로페이로 결제가 이루어져도 연간 약 4000억원 가량의 가맹점 수수료가 절감된다. 이 몫은 모두 소상공인 수익과 연결된다.”

-신용거래가 편안한 점도 있지 않나.

“사람들이 돈을 당겨쓰는 삶을 살게 된 측면도 봐야 한다. 물론 직불결제는 돈이 없으면 사용을 못 하게 된다는 문제도 있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간편결제 업계에서 금융위원회에 직불 간편결제에도 후불 기능을 도입해달라고 건의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항이지만 금융위원회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한도가 크지 않더라도 적절한 규모의 후불 기능을 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가맹점 유치에 공무원을 동원했다는 지적도 있다.

“제로페이의 대상이 되는 소상공인들에게 ‘수수료 제로’라는 혜택을 누리도록 해야 하는데, 사실 그들이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게 만만치 않다. 새로운 결제방식에 대한 거부감, QR키트를 자비로 사야 하는 데 대한 불만 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홍보와 QR키트 설치 지원 등에 나서게 된 이유다. 제로페이로 수혜를 보는 소상공인에게 그 내용을 제대로 알려드리는 건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역할이다.”


제로페이는 소비자에게 선택받을 수 있을까

제로페이가 소상공인에게 유리한 서비스라 하더라도, 결국 서비스를 선택하는 주요 주체인 소비자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런 관점에서 제로페이의 대항마인 플라스틱 카드나 삼성페이 등 여타 지급결제 서비스를 고려해야 한다. 결국 ‘소비자들이 제로페이를 왜 써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돌아간다.

제로페이 가맹·결제 실적.<자료=한국간편결제진흥원, 웹케시, 그래픽=이민자>

-제로페이를 쓰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제로페이 앱이 40여개나 된다. 그 가운데 은행 앱을 쓸 때는 ‘보안 3종 세트’부터 시작해 UI가 복잡해 여간 쓰기 까다로운 게 아니다. 은행 앱 인터페이스가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그런 앱을 통해 제로페이를 찾아가 결제하는 데는 엄청난 불편함이 있는 게 사실이다.

다만 우리는 망을 제공할 뿐이다. 기업이 서비스를 어떻게 만들도록 영향력을 행사하진 못한다는 말이다. 시장에서 제로페이가 유의미하게 깔리고, 사람들이 제로페이를 쓰는 데 있어 ‘가맹점이 없어 불편하다’는 말이 해소될 때쯤 되면, 그 이후에는 사업자들끼리 서로 경쟁적으로 서비스를 편하게 만들려 할 거다.”

-일견 무책임하게 들리기도 한다.

“어쩔 수 없다. 40여개나 되는 앱들에 서로 우열이 있는데 그 부분까지 우리가 건드릴 바는 아니다. 만약 우리가 전용 앱을 만든다면 제로페이 결제 시스템에만 집중해 더 편리하게 만들 순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부터는 진짜 관치페이가 된다.”

-한국인에게 QR코드를 찍는 결제방식은 익숙하지 않다.

“QR결제의 사용자 경험(UX)이 적고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불편하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나왔다. 기존 카드결제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막상 제로페이를 한번 써보면 ‘신용카드보다 엄청 복잡하고 못 할 짓을 한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UI·UX의 문제는 시간이 흐르고 사용자 경험이 늘면 계속 나아질 부분이다.

신용카드는 지갑에서 꺼내 계산원에게 건넨 뒤 카드를 단말기에 긁거나 삽입하고 영수증을 뽑은 걸 돌려받아 지갑에 넣는 절차를 거친다. 카드만 던진다고 끝이 아니다. 반면 QR결제는 휴대폰을 꺼내고 앱을 켠 뒤 QR을 찍고 결제를 하면 된다. 위생적으로 훨씬 깔끔하고 풀 프로세스(Full Process)도 더 간단하다.”

-삼성페이가 더 쓰기 쉽다는 지적이 있다.

“사실이다. 다만 삼성페이는 결제 프로세스 면에서 비용을 하나 더 추가하는 요인이다. 쉽게 말해 기존 결제 프로세스가 ‘A-B-C’라면 여기에 ‘D’라는 또 하나의 서비스 제공자가 끼어드는 것(A-B-C-D)이다. 이 경우 결국 전체적 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반면 우리는 기존의 망을 완전히 생략하는 별도의 망이다. 기존 참여자가 없도록 하는 직불결제 망인 것이다. 만약 삼성페이가 제로페이를 담아준다면, 제로페이를 쓰는 가맹점 단말기를 통해 직불결제 망을 탈 수도 있다. 그 경우 제로페이에 부족한 UI·UX 측면의 부족함이 없어질 것이다. 삼성페이 또한 그 안에 핀테크 서비스가 들어갈 경우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이해충돌이 있을 듯하다.

“그렇다. 우리가 ‘삼성페이는 왜 제로페이를 담아 흐름을 바꾸면 되는데 안 그럴까’라고 자문해봤는데, 아마 삼성카드 등 이해관계자와의 충돌이 있을 거다. 다만 삼성전자가 자사 단말기에 삼성페이를 도입한 이유를 생각해보자. 스마트폰에 결제 기능을 집어넣어서 사용자 층을 넓히려는 목적이라는 건 자명하다. 만약 제로페이가 활성화한다면 삼성페이도 제로페이가 포함될 이유가 생기는 거다. 우리는 언젠가 그 시대가 도래할거라 본다.”

-그럼에도 여전히 삼성페이의 MST 방식이 가진 UX·UI적 우위는 남는다.

“MST(마그네틱 보안 전송·Magnetic Secure Transmission) 방식은 삼성페이가 가진 또 다른 문제이기도 하다. 기존의 신용카드가 가진 결정적 문제는 마그네틱의 보안 취약성이다. 자성을 바꾸거나 복제하는 등의 문제인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기존 단말기들을 IC카드 전용 단말기로 바꾸고 있다. MST가 첨단 기술인 건 사실이지만, 마그네틱 단말기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MST는 결국 버려질 수밖에 없다. 삼성페이 MST가 적용된 시점부터 단말기가 바뀌는 시간을 향후 10년 정도로 봤다. 그때쯤 되면 삼성페이도 NFC(근거리 무선통신·Near-Field Communication)가 결제의 주된 방식이 될 거다.”

(삼성페이의 MST 방식은 기존 마그네틱 카드 단말기에 스마트폰에서 보낸 마그네틱 자기장을 읽히는 방식. 마그네틱 카드가 가진 보안상 문제로 현재 IC카드 단말기를 의무설치(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 2018년 7월 시행)하게 됐다.)

-제로페이도 NFC를 안 쓰지 않나.

“NFC는 MST나 QR과 같은 언택트라고 해도 ‘동글’과 같은 별도의 기기가 필요하다. 그 비용은 가맹점이 부담하든 우리가 하든 부담이 여간 큰 게 아니다. 다만 향후 10년 내로 NFC를 쓸 수 있는 단말기가 도입될 때를 대비해 제로페이도 NFC를 지원할 준비를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기술·서비스 혁신 피칭대회’를 열었을 때 NFC를 비롯해 음파, 블루투스 등 다양한 혁신 기술을 적용한 결제방식이 구현됐다. 앞으로 점차 적용할 계획이다.”


제로페이가 만드는 ‘제값 받는 사회’

제로페이의 장점 중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지급결제 시장에 공정한 경쟁의 ‘판’을 깔아준다는 게 바로 그것이다. 사업자들의 인프라 투자 중복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줄면, 그 수혜를 받게 될 핀테크 업체들은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어 돈을 벌 수 있다. 이근주 원장은 이에 대해 ‘중식당’과 ‘만두’를 비유로 들어 설명했다.

-제로페이의 숫자상 목표치는 얼마인가.

“개인적으론 80만 가맹점 정도를 확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내 총 60만 가맹점 중 현재 20만 가맹점을 확보했는데, 이 숫자를 40만까지 늘린다면 서울에선 쓰기에 불편함이 없을 것이다. 최소한 가맹점이 없어서 못 쓴다는 말은 줄어들 것으로 본다.”

이근주 한국간편결제진흥원 원장은 "QR결제의 UX·UI가 가진 불편함은
시간이 갈수록 차츰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인사이트코리아>

-사용자 수나 결제액 목표는 없나.

”사용자 수나 액수는 목표치가 없다. 그건 페이 사업자들의 노력에 달린 거다. 우리는 오로지 가맹점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80만 가맹점이 확보되면 그때쯤 제로페이 가맹이 안 된 곳에서 경쟁적으로 ‘제로페이를 깔아야겠다’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다. 기본적 인프라는 그 정도쯤 되면 갖춰질 것이라 본다.”

-인프라가 갖춰지면 어떤 변화가 따를까.

“제대로 된 가격에 제대로 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중식당에서 메뉴를 주문하면 만두가 서비스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런 만두는 맛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근데 만두 전문점에 가면 제대로 된 만두가 제값에 팔린다. 은행도 마찬가지다. 예대마진에 집중하면서 부가서비스는 대부분 비용 부과 없이 제공한다. 서비스를 고도화하면서 제값에 제공하는 게 핀테크 기업들이다. 그런데 은행이 그런 서비스를 무상으로 주다 보니 경쟁이 안 되면서 시장 형성이 잘 안 되는 것이다. 실제 서비스 가격을 제대로 받자는 게 바로 제로페이의 취지다.”

-결국 제로페이가 핀테크 사업자를 살린다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 같다.

“돈이 마음대로 이동하면서 가치를 창출하는 쪽으로 몰리고, 거기서 제대로 된 서비스가 나와 대가를 주는 구조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돈의 이동 그 자체에 가격을 비싸게 매기면 서비스는 침체된다. 지금은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사업자도 활성화를 못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금융에서도 SOC를 깔아 움직이게 하면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제로페이는 혈액을 빠르게 흐르게 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장기가 튼튼해지고 건강해지는 관점에서 이해해주길 바란다.”

atom@insigh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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