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서 공회전으로 발생한 화재사고 결말은?
지하주차장서 공회전으로 발생한 화재사고 결말은?
  • 한민철 기자
  • 승인 2020.04.06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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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주차장벽 마감재가 가연성이라도 공회전 운전자에 화재 책임"
공회전으로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면, 주차장벽 마감재가 가연성이라 화재 책임은 공회전 운전자에게 있다. *사진은 기사 사례와 관련 없음* 뉴시스
공회전으로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면, 주차장벽 마감재가 가연성이라 해도 화재 책임은 공회전 운전자에게 있다(사진은 특정 기사와 관련 없음).<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한민철 기자] 지하주차장에서 공회전 끝에 주차장 벽면을 태워 화재를 냈다면, 해당 벽면 마감재가 불에 잘 타는 가연성이라 하더라도 운전자는 화재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

2018년 1월 남성 A씨는 지인들과 새벽까지 술자리를 가진 뒤 자신의 차를 몰고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들어갔다.

이 아파트는 A씨가 거주하던 곳이 아니었고, 향후 밝혀진 사실이지만 당시 A씨는 음주운전을 하고 있었던 만큼 왜 자신이 이곳 주차장까지 차를 몰고 들어갔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A씨는 당시 지하주차장에서 후진 주차를 시도하던 중 엑셀 페달을 길게 밟았고, 결국 차의 후면부가 주차장 콘크리트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A씨는 그대로 시동을 켠 채 잠이 들었다.

지하주차장에서 A씨의 차가 공회전 상태로 오래 있으면서 차내 배기장치가 과열됐고 머플러팁 주변에서 불이 붙었다. 결국 불이 번져 지하주차장 콘크리트 벽에 PVC패널로 마감된 벽체가 화재로 소실됐다. 특히 불이 다른 층 주차장까지 번져 전기·소방·통신·배수 시설 등도 불에 탔다.

이 아파트와 건물 화재보험에 가입된 B손해보험사는 당시 사고로 인해 발생한 복구공사와 입주민들의 정신적 피해보상 등 9000여만원의 보험금을 아파트 관리위원회에 지급했다.

남은 것은 B손보사가 A씨에 대해 9000여만원의 보험금에 대한 구상금을 청구하는 일이었다. B손보사는 A씨의 잘못으로 발생한 사고로 9000여만원을 지급한 만큼, 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씨는 9000여만원의 구상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B손보사는 A씨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공회전 탓인가, 지하주차장 벽 마감재 때문인가

최근 법원은 이 사건 소송에 대한 판결을 내리며 B손보사의 손을 들어줬다. 주목해 볼 점은  재판 과정에서 A씨가 들고 나온 주장이다.

A씨는 자신이 당시 음주운전을 했고, 운전 부주의로 차의 후면부가 벽에 부딪힌 것 그리고 차에 시동을 켜놓고 공회전을 한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이것이 아파트 화재로 연결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었다. A씨는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24조 1항에 따라 건축물에 대해 거실에서 지상으로 통하는 주된 복도와 계단 등 기타 통로의 벽 등 실내에 접하는 부분의 마감은 불연재료·준불연재료 또는 난연재료로 해야 하는데, 당시 지하주차장 벽에는 PVC 벽체가 설치돼 있었고 여기에 불이 붙으면서 아파트 화재가 일어났다는 주장이었다.

PVC는 가연성 소재로 화재에 취약하다. A씨는 만약 당시 벽체에 PVC가 아닌 다른 불연재료로 마감이 돼 있었다면, 불은 자신의 차를 태우고 끝났을 뿐 아파트 곳곳까지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24조 1항에 해당하는 장소는 ‘거실에서 지상으로 통하는 주된 복도와 계단 등’으로 건축법 제2조에서 말하는 ‘거실’이란 건축물 안에서 거주와 집무, 작업, 오락, 집회 등의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방으로 지하주차장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오히려 A씨가 음주운전에 이어 이 아파트 거주자가 아님에도 무단으로 지하주차장에 들어와 주차를 시도했고, 장시간 공회전을 한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로, 그로 인해 화재가 발생해 주차장 벽에 불이 붙은 만큼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A씨는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책임)와 제758조(공작물 소유자의 배상책임)에 따라 화재 사고에 따른 B손보사의 구상금 청구에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이번 사례는 음주운전의 심각성과 함께 지하주차장에서 장시간 공회전이 화재를 불러일으켜 다수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지하주차장 등의 공간에서 장시간 공회전을 하는 행위는 각 지자체의 조례에 따라 불법행위에 포함되며,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무엇보다 이번 사례에서 본 것처럼  차의 배기장치를 과열시켜 화재를 일으킬 염려가 있다.

kawskhan@insigh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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