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 농심 부회장의 글로벌 라면 시장 석권 전략
박준 농심 부회장의 글로벌 라면 시장 석권 전략
  • 도다솔 기자
  • 승인 2020.04.0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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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처럼 ‘한국의 맛’ 세계를 사로잡는다
박준 농심 부회장.농심
박준 농심 부회장.<농심>

[인사이트코리아=도다솔 기자] 코로나19의 습격으로 우리 경제에 주름살이 깊어지는 가운데 농심이 나홀로 특수를 누리고 있다. 국내 최초 미국 아카데미상 수상 영화 ‘기생충’ 속 짜파구리 열풍에 이어 코로나19로 외식이 줄면서 라면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심은 몇 년 사이 가격경쟁과 신제품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는 추세였다. 농심이 이 같은 위기에서 탈출구로 선택한 것은 해외시장 집중공략이다. 2012년 박준 부회장은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해외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영역을 넓혀나갔다. 정체기에 직면한 국내 식품업계의 활로는 해외 진출뿐이라는 판단에서다.

평사원에서 시작해 샐러리맨 신화를 쓴 박 부회장은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의 장남 신동원 부회장과 함께 농심을 이끌고 있다. 박 부회장은 1981년 농심에 입사해 1984년 미국지사장, 1991년 국제담당 이사를 거쳐 2005년부터 2011까지 국제사업총괄 사장을 맡아왔다. 이런 이력 때문에 농심 내에선 대표적인 해외사업 전문가로 꼽힌다.

박 부회장은 해외 신시장 개척과 함께 이미 진출한 해외시장에서 점유율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체질개선에 집중했다. 국내외 생산거점을 늘리고 판매 법인 간 연구 (R&D)-생산-영업 편대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효율적인 글로벌 경영체계 구축에 나섰다. 그 결과 2016년 국내 라면업계 최초로 연간 수출 1억 달러를 돌파하며 ‘1억불 수출의 탑’을 받기도 했다. 당시 식품업계 중에서 유일하게 이 상을 받았다.

농심 전체 매출·해외매출액 추이.자료=농심, 그래픽=인사이트코리아
농심 전체 매출·해외매출액 추이.<자료=농심, 그래픽=인사이트코리아>

농심의 해외사업 전체 매출은 2017년 6억4500만 달러 (한화 약 7900억원), 2018년 7억6000만 달러(약 9309억 원)에 이어 지난해 8억1000만 달러(약 9921억원) 규모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박 부회장의 글로벌 드라이브는 청신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그는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 인근 부지에 2억 달러(약 2400억원)를 투입해 2021년 가동 목표로 제2 공장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2019년 농심의 매출액이 2조 3439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1년 매출액의 10%에 달하는 거액을 미국에 투자하는 셈이다. 농심 미국 신 공장은 미국뿐 아니라 남미 시장 공략의 전 초기지로 삼아 2025년 미주 지역에서만 6억 달러(한화 약 71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전 세계서 러브콜 짜파게티, 코로나에도 ‘훨훨’

트렌드에 맞춘 홍보 방식도 눈여겨볼만한 변화다. 최근 농심은 판매촉진 경쟁보다는 소비자와의 소통에 집중하면서 광고와 홍보의 방향성을 바꾸고 있다. 특히 영화 ‘기생충’ 열풍을 적극 해외 마케팅에 활용했다.

농심 제품 ‘짜파게티’ ‘너구리’를 활용한 ‘짜파구리’가 영화 속에 등장하며 큰 인기를 얻자, 11개국 언어로 제작한 ‘짜파구리 레시피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미국 시장에선 ‘짜파구리’를 컵라면 완제품으로 출시하기로 했다. 또 기생충이 상영 중일 당시 영국 극장에선 ‘짜파구리’를 나눠주는 행사도 가졌다.

미국 뉴욕 신라면 버스 광고.농심
미국 뉴욕 신라면 버스 광고.<농심>

농심 짜파게티의 지난 2월 해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68만 달러, 한화 약 8억4000만원)보다 2배 넘게 늘어난 150만 달러(약 18억6000만원)로 월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국가별 매출은 미국이 70만 달러(약 8억7000만원)로 가장 많았고 이어 중국 22만 달러(약 2억7000만원), 호주 19만 달러(약 2억4000만원), 일본 10만 달러(약 1억 2000만원) 등이었다.

짜파게티를 판매하지 않던 나라에서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최근 수출이 없던 칠레·바레인·팔라우·수단 등에서 짜파게티 수입을 요청해 올해 짜파게티 수출국도 70 여개국으로 늘어났다.

국내에서도 영화 기생충 효과를 톡톡히 봤다. 아카데미상 발표 후 농심 주가가 10% 이상 올랐다. 또 CJ ENM 의 인기 채널 TvN과 Olive에서 선보인 ‘라끼남’ ‘인생라면’ 등 TV예능에서 브랜드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브랜드 파워 강화와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기생충 인기에 힘입은 매출 호조와 함께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가 농심의 매출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농심 내수용 라면 주요 브랜드가 동시에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며 “농심의 영업실적을 제한했던 이유가 내수용 라면의 부진이었음을 감안한다면 최근의 변화는 영업실적 개선 폭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대형 신제품이 없는 최근 라면시장에서 메인제품 비중이 높은 농심의 제품 포트폴리오가 부각되고 있는 것”이라며 “의미있는 외형 성장 기대가 가능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상대적으로 생필품 성격이 강한 농심의 라면 메인 브랜드 매출액이 온 라인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특히 중국 시장에서 는 사드 이슈로 악화됐던 시장 지배력 하락 영향으로부 터 회복될 가능성 또한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시장 집중의 한 해’

글로벌화에 주력하는 박 부회장은 중국 시장에 특히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에서 농심의 간판상품 ‘신라면’은 단순 한국산 라면을 넘어 공항, 관광명소 등에서 판매되는 고급 식품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신라면은 2018년 인민일보 인민망이 발표한 ‘중국인이 사랑하는 한국명품’으로도 선정된 바 있다.

농심은 중국 전역에 퍼져 있는 1000여개 신라면 영업망을 중심으로 영토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신라면은 2013년부터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중국 ‘타오바오’에서 정식 판매되면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신라면과 더불어 ‘신라면 블랙’ ‘김치라면’ 등은 중국 시장 공략의 주력 브랜드로 매출 상위권을 차지한다.

지난해 말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광군제’ 때는 하루 동안 온라인에서 700만 위안(한화 약 11억6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일일 매출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농심 관계자는 “중국에서 경험할 수 없는 한국 특유의 얼큰한 맛이 중국인들이 신라면을 찾는 가장 큰 이유”라며 “신라면의 빨간색 포장과 매울 신(辛)자 디자인을 두고 중국인들도 종종 자국 제품이라고 여길 만큼 신라면은 중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박 부회장은 올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20일 정기주주총회에서 그는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 4관왕에 오르면서 농심 라면에 대한 해외 수요가 급격히 올랐다”며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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