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누나의 난' 진압...경영능력 못 보여주면 '외침' 반복된다
조원태, '누나의 난' 진압...경영능력 못 보여주면 '외침' 반복된다
  • 강민경 기자
  • 승인 2020.03.27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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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주총서 사내이사 연임 성공...3자연합, 전열 가다듬고 임시 주총 요구 가능성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한진그룹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한진그룹>

[인사이트코리아=강민경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지켰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연합’이 제안한 이사 선임 안건이 모두 부결되면서 사실상 조원태 회장은 ‘완승’을 거뒀다. 앞으로 여러 과제도 존재하지만 당분간은 조 회장의 경영에 힘이 실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27일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날 핵심이었던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건’은 출석 주주의 찬성 56.67%, 반대 43.27%, 기권 0.06%로 통과됐다. 한진칼은 이사 선임 안건을 일반결의사항으로 정하고 있어 출석 주주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통과되는데, 이날 주총 출석률(의결권 위임 포함)은 84.93%다.

이로써 지난해 말 조현아 전 부사장의 반격으로 시작된 한진그룹 ‘남매의 난’은 조 회장 승리로 일단락 됐다. 조 전 부사장(6.49%)이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17.29%), 반도건설(5.00%)과 손을 잡고 연합전선을 구축했으나 경영권 탈환에 실패했다.

주총을 사흘 앞둔 지난 24일 법원이 3자연합 측이 낸 의결권 행사 관련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하고, 전날인 26일엔 국민연금이 조 회장을 지지하면서 주총 전부터 형세는 조 회장 쪽으로 기울었다.

조 회장은 이날 주총에 직접 참석하지 않았고, 의장인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주총 인사말을 대독했다. 조 회장은 “회사의 중장기적인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를 지상 과제로 삼아 더욱 낮은 자세로 주주 여러분의 의견을 경청하고, 지배구조를 보다 투명하게 개선하고, 핵심 사업의 역량을 한층 강화해 변화를 선도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조 회장 측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5명도 모두 선임됐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박영석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 임춘수 마이다스PE 대표, 최윤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동명 법무법인 처음 대표변호사 등이다.

이날 주총 현장은 그동안 양측이 치열하게 공방을 벌인 만큼 긴장감이 감돌았다. 중복 위임장이 많아 검사인 주관 아래 실제 위임 의사를 확인하는 등 사전 확인 절차가 지연되며 당초 예정됐던 오전 9시보다 3시간가량 늦은 낮 12시에 시작됐다. 조 회장을 비롯해 조현아 전 부사장, 강성부 KCGI 대표,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등 주요 인사는 이날 주총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장기전 대비 양측 수싸움 예상...지분 매입·임시 주총 관건

3자연합이 추천한 이사 선임 안건은 모두 부결되며 수세에 몰렸다. 3자연합이 내세운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의 경우 찬성 47.88%, 반대 51.91%, 기권 0.21%로 사내이사 진입에 실패했고, 배경태 전 삼성전자 중국총괄 부사장도 찬성 43.26%에 그쳐 부결됐다.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 등 4명의 사외이사 선임건과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사장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건도 모두 부결됐다.

3자연합 측은 이날 주총 초반 반도건설의 의결권 제한과 개회 지연에 따른 출석 주주 수 확정 문제, 안건 투표와 검표 절차 등에 대해 날을 세우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으나 끝내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1차전은 조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됐지만 재계는 ‘장기전’이 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번 주총에선 인정되지 않았지만 최근까지도 지분을 끌어 모은 3자연합이 임시 주총 소집을 요구하는 등 공격의 칼날을 쉽게 내려놓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번 주총에 앞서 양측은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추가 매입해왔다. KCGI는 지난 24일 한진칼 주식을 장내매수 방식으로 추가 취득했고, 이를 통해 3자연합의 지분율은 총 42.13%가 됐다고 공시했다. 조 회장 측 지분율은 현재까지 41.4%로 추산된다.

재계는 3자연합이 이사회 장악을 위해 임시 주총 소집에 본격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상법 제366조에 따르면 발행 주식 총수의 3% 이상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이사회에 임시 주총 소집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시 주총 소집 결정은 이사회가 하지만, 이사회가 소집을 거부할 경우 법원 허가를 거쳐 총회를 소집할 수 있고 이 경우 주총 의장은 법원이 직권으로 선임할 수 있어 조 회장으로선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현금성 자산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반도건설 덕에 3자연합은 지분 매입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상당수의 지분을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사들인 KCGI의 경우 한진칼의 주가 하락이 이어질 때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서 추후 행보가 불투명하다. 한진칼의 주가는 올해 초부터 펀더멘털 대비 큰 폭으로 올라 거래되는 상황이며, 금융투자업계에선 “경영권 향방에 대한 불확실성이 걷히면 주가가 크게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험대 오른 조원태 리더십, 경영능력 보여줘야  

장기전에 대비해 조 회장 측도 준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한진칼은 3자연합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며 금융감독원에 조사·지분 매각 명령을 요청한 상태다. 만약 조 회장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3자연합은 중·장기적으로 보유 지분을 매각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조 회장 입장에선 또 다른 백기사를 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대표적 우군이던 델타항공이 기업결합 등의 문제로 지분 확대를 14.90%에서 멈췄고,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항공산업 전반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이러한 항공업계 내 우군을 찾기가 힘들 수 있다.

가장 큰 과제는 조 회장이 경영 능력을 대내외에 입증해야 한다는 점이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한진·한국공항 등 한진그룹 3개 계열사 노조를 비롯해 국민연금의 지지를 업고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만큼, 위기를 맞은 한진그룹의 경영 정상화라는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됐다. 그가 어떤 경영 능력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소액주주와 여론이 달라질 수 있다.  

 조 회장은 이날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대독한 인사말을 통해 “2020년은 연초부터 확산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더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수많은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며 슬기롭게 극복해 온 경험을 토대로, 올해도 위기 극복은 물론 주주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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