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세요"...주가 하락에 ‘동학개미운동’ 열풍 분다
"삼성전자 주세요"...주가 하락에 ‘동학개미운동’ 열풍 분다
  • 이일호 기자
  • 승인 2020.03.2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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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객장에 개인투자자 몰려...주식거래활동계좌수 폭발적으로 늘어
서울 한 증권사 객장에 20여 명의 고객들이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인사이트코리아>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최근 주식투자자들 사이에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가 돌고 있다. 외국인 매도로 증시가 한 달 새 변동성 장세로 돌아서자 개인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투자 행렬에 뛰어드는 모습을 1894년 반외세 운동인 ‘동학농민운동’에 비유한 말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주식시장에 외국인 매도세가 15조원이나 쌓이자 개인 투자자들이 나섰다. 통계에서도 이 같은 양상이 잘 나타난다. 25일 금융투자협회 프리시스에 따르면 3월 한 달간 새로 생긴 주식거래활동계좌수는 3053만5000좌로 지난 2월 말보다 59만8500좌나 증가했다.

월별 활동계좌 수는 지난해 12월 9만3000좌에서 지난 1월 20만8000좌, 2월 34만3000좌에 이어 연일 최고치를 깨고 있다. 최근 증시가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자금을 쥐고 있어도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웠던 개인들이 증권가를 찾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들어 25일까지 개인투자자의 코스피 누적 순매수액은 10조원에 달한다. 한 달로 환산한 총 매수액은 11조7647억원이다. 월간 기준으로 한국거래소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최대 규모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개미‘들의 사자 행렬이 마치 2000년대 ‘IT버블’ 때와 유사하다는 말이 나온다.

주식 잘 모르는 '어르신들' 객장 대거 방문

요즘 증권사 객장을 가면 여느 때보다도 사람이 붐빈다고 한다. 주식시장 개장 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영업시간 내내 손님이 찾아와 직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것이다.

25일 오전 서울 A증권사 지점을 찾아가니 나이 지긋한 20여명의 고객이 있었다. 번호표 기계에는 ‘번호표 뽑으시고 30분 이상 기다리셔야 합니다’라는 문구가 보였다. 보안요원에게 ‘원래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냐’고 물어보자 “요즘 들어 계좌를 개설하고 첫 거래를 하려는 분들이 많아 상담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답이 돌아왔다.

계좌를 개설하면서 A증권사 직원에게 물어보니 요즘 내방객 대다수는 계좌를 처음 만들어 주식투자에 막 뛰어든 고객이라고 했다. 특히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사용에 미숙한 50대 이상 가운데 처음 주식 거래를 하는 사람들이 객장에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직원은 “증권사 지점에서 10년 넘게 일했지만 지금처럼 고객이 많이 찾아오는 것은 처음”이라며 “업무 과부하를 막기 위해 계좌 개설을 하려는 신규 고객들에게는 MTS를 통해 계좌 개설을 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주식 커뮤니티에서는 화가 밀레(Jean-Francois Millet)의 '이삭 줍는 여인들'에 삼성전자 로고를 합성해 주가가 급락한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는 그림이 돌고 있다.<인터넷 캡처>

증권사 직원들에게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이 큰 종목을 묻자 단연코 삼성전자를 지목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상징적인 기업 주가가 30%나 내려간 데 대한 ‘반작용’이 크다는 것이다. 한 투자자로부터 “삼성전자가 망할 리는 없을 테니 지금처럼 주가가 내려간 건 ‘바겐세일’이나 다름없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실제로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삼성전자 주식을 9600만 주 이상 털어낸 최근 20거래일 간 이 물량을 받아낸 주체는 개인들이었다. 개인들은 이 기간 6조원 상당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했는데, 최근 3거래일 간 주가가 10% 가량 오르며 일부 투자자들은 수익을 실현했을 것으로 보인다.

B증권사 직원은 “삼성전자 주가가 워낙 크게 떨어진 것도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업종에서 가장 앞선 대장주의 주가가 하락하자 ‘애국심’이 작용하는 듯하다”며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삼성전자 주식 매수세를 해석했다.

넘치는 유동성에 ‘빚투’도 급증...반대매매 우려도

서울 한 증권사에서 어르신이 증권사 직원과 대화하고 있다.<인사이트코리아>

향후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투입할 ‘총알’도 넉넉한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가 주식 계좌에 대기자금으로 넣어둔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23일 기준 39조8667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다. 여기에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투자하는 지표인 신용융자 잔고도 3월 한때 10조원을 넘나드는 등 ‘빚투(빚 지고 투자하는 행태)’도 늘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지금과 같은 변동성 장세에서 ‘빚투’는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칫 주가가 급락할 경우 증권사로부터 반대매매(마진콜)가 들어와 투자금을 대거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3월 들어 반대매매가 2923억원이나 발생했고, 19일 발생한 261억원의 반대매매 금액은 2011년 유럽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증권사 관계자는 “주가가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10조원 넘게 올랐던 신용융자 잔고가 최근 6조원대까지 떨어졌는데, 이 가운데 일부는 반대매매에 따른 영향도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지 않은 만큼 변동성 장세에 따른 반대매매는 향후에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atom@insigh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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