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전 국민에 100만원 주는 재난기본소득 결단 내릴까
문재인 대통령, 전 국민에 100만원 주는 재난기본소득 결단 내릴까
  • 이일호 기자
  • 승인 2020.03.19 17: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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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홍콩·대만·호주 '헬리콥터 머니' 현실화...우리나라, 재정건전성 훼손 이유 반대 목소리도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50조원 규모의 비상금융조치를 발표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경제학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재난기본소득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행정부·청와대 등 당정청이 지자체별로 이뤄지고 있는 긴급지원정책을 놓고 논의했고, 여기에 향후 있을 2자 추가경정에선 지자체별 긴급지원 재원을 정부에서 보전하는 것을 검토 중이란 말도 나왔다.

이미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들이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하기 시작했는데 우리가 주저할 이유는 없다는 목소리가 크다. 다만 일각에서는 전통적 균형재정 관점에서 재정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례 없는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오해와 진실은 뭘까. 

전례 없는 사태에 세계로 퍼진 재난기본소득

“우리는 모든 국민들에게 즉시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17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이다. 전례 없는 세계적 전염병 도래에 국민에게 250억 달러의 재원을 풀기로 한 것이다. 2주 내 부유층을 제외한 2억5000만명의 국민이 1인당 1000달러, 한화로 130만원을 받게 됐다. 미국 행정부는 향후 상황에 따라 이 돈을 한 차례 더 지급할 계획도 시사했다.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담반과 함께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 완화 조치로 미국인들에게 현금 1천 달러(약 124만 원) 이상을 지급하는 등 1조 달러(약 1240조 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공화당은 이번 경기부양책을 민주당과 협의해 의회 통과를 추진할 방침이다.
17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 완화 조치로 미국인들에게 현금 1000 달러(약 124만원) 이상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긴 1조 달러(약 124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재난기본소득이란 재난 상황에 국민에게 일회성으로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뜻한다. 통상 기본소득이 국민 전부에게 정기적으로 돈을 주는 것이라면, 재난기본소득은 코로나19와 같이 국민소득이 줄어드는 특수한 재난 상황에서 일회적으로 주는 돈이다. 취약계층에 복지 차원에서 제공하는 것과는 그 성격과 차원이 다르다.

현재 미국 내에서는 경제적 진영논리와 무관하게 재난기본소득이 대체로 호응을 얻고 있다. 진보 경제학의 대표주자인 노벨경제학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학교 교수는 지난 17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전 위기와는 다른 위기 상황이며, 홍콩 정부처럼 모든 국민에게 직접 현금을 주는 방식의 ‘헬리콥터 머니’를 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레고리 맨큐 미국 하버드 대학교
교수.<그레고리 맨큐 블로그>

미국 자유시장 경제를 대표하는 학자이자 <맨큐의 경제학> 저자인 그레고리 맨큐(Gregory Mankiw) 하버드대학교 교수조차 본인 블로그에 “전 국민에 재난 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밝혔을 정도다. 맨큐 교수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을 선별하는 어려움을 고려한다면 모든 미국인에게 가능한 빠르게 1000달러 수표를 주는 것이 경제위기 대응을 위한 좋은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주는 방안이 논의되거나 실제 집행되고 있다. 홍콩이 대표적으로 18세 이상 영주권자 모두에게 1만 홍콩달러(150만원)씩 지급하기로 했고 수혜 대상은 700만명에 달한다. 다만 홍콩은 국가가 아니라 독립성을 가진 도시국가라는 점에서 다른 나라와는 차이가 있다.

싱가포르는 21세 이상 모든 시민권자에게 소득과 재산에 따라 최대 300 싱가포르달러(약 26만원)를 차등 지급한다. 호주는 당초 모든 시민에 대한 현금 지급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상자를 사회수당 수혜자(1인당 750호주달러·약 60만원)로 축소했다.

바우처로 지급하는 나라도 있다. 마카오는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는 시점에 3000 파타카(약 46만원) 상당의 전자 바우처를 모든 주민에게 배부할 계획이다. 대만도 200대만달러(약 8100원) 상당의 바우처 4종을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재난기본소득, 국내에서도 확산 중

우리나라에서도 지방자치단체 단위로 긴급지원이 현실화하고 있다. 1000만 인구의 서울시는 117만여 가구에 가구단위로 30만~50만원의 긴급지원을 확정했으며, 총 예산은 3271억원 가량이다.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이나 선불카드 중 신청자가 선택할 수 있다. 지역사랑상품권을 택하면 10% 추가 지급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전주시와 강원도 또한 재난기본소득 대열에 합류했다. 전주시는 556억5000만원의 긴급 추경예산안을 증액·의결해 총 263억5000만원을 취약계층 5만여명에게 지원하기로 했다. 1인당 52만7000원 꼴이다. 강원도 또한 소상공인, 실직자 등 도민 30만명에게 1인당 4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19일 오후 서울정부청사 브리핑룸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비상경제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시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재난기본소득에 대해 진보정부로 자임하는 현 정부에서조차 언급을 꺼려왔다. 균형재정 문제가 그 이유로, 지난 1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정부 재정 여건을 고려하면 저로서는 선정, 선택하기 어려운 옵션”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홍 부총리는 “지금 논의되고 있는 대로 1인당 50만원, 100만원씩 주게 되면 25조원에서 50조원이 들어가야 한다”며 “고소득층에도 동일하게 주는 것이 맞는지 형평 문제도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홍 부총리는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번으로 대책이 끝나는 게 아니고 필요하면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추가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해 그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연일 ‘전례 없는 대책’을 강조하며 나서는 것도 재난기본소득의 현실화 가능성이 점쳐지는 부분이다. 문 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논의를 위한 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의 도산 위험을 막고 금융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첫 번째 조치로 50조원 규모의 특단의 비상금융조치를 결정한다”고 밝힌 상태다.

50조원 규모 비상금융조치는 세부적으로 ▲소상공인 긴급경영자금 신규지원 12조원 ▲중소기업 소상공인 특례보증지원 5조5000억원 ▲대출원금 만기연장 전 금융권(2금융권 포함) 확대 시행 ▲중소기업 소상공인 대출 전 금융권 이자 납부 유예 ▲영세 소상공인 전액 보증 프로그램 신설 등 경제 상황 악화에 취약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경영계, 노동계, 소상공인 대표, 시민대표 등 경제주체들과 함께한 청와대 원탁회의에서도 “코로나19는 수요와 공급의 동시 충격, 실물과 금융의 복합 위기를 야기하고 있다”며 “과거 경제위기와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전례 없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균형재정 맞추며 재난기본소득 집행 가능할까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에 재난기본소득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소기업, 일부 타의로 휴직에 들어간 직장인들에게 재난기본소득은 일회성이더라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재난기본소득 지급과 관련해 일시적으로 지급하는 막대한 돈이 균형재정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픽사베이>

다만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문제는 바로 균형재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언한 재난기본소득의 규모는 2020년 국가예산(4조7000억 달러·약 6000조원) 대비 약 0.5%로 크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국민 1인당 50만원만 지급해도 전체 예산(2020년 513조원) 대비 5%에 달한다.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지도 문제다. 정부는 한 해 정해진 예산 안에서만 돈을 쓸 수 있으며 이 밖에 돈을 쓰려면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부가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확정하더라도 자금 조달을 위해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이 경우 국가채무비율(국내총생산 대비 국가부채)이 높아져 재정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

다만 이에 대해선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이 세계적으로 이미 건전해 괜찮다는 의견도 있다. 2020년도 본예산 기준 한국의 국가 채무는 805조5000억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9.8%이며, 여기에 확정된 추경을 더하면 41.2% 수준이다. 이는 국가채무비율이 200%를 넘는 일본이나 184%의 그리스는 물론 미국(99.2%), 영국(108.6%), 독일(66.1%) 보다도 한참 낮은 수준이다.

고소득층 세금 가운데 비과세 부분만 없애도 자금조달이 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민간독립연구소 ‘랩2050(LAB2050)’을 운영하는 이원재 대표는 지난해 ‘국민기본소득제: 2021년부터 재정적으로 실현 가능한 모델 제안’ 연구 결과 보고회에서 “세목을 신설하거나 세율 인상 없이 전 국민에게 매월 30만원씩 주는 기본소득제 시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소득세제 항목의 모든 비과세 항목, 세금감면 제도를 폐지하고 기본소득에 세금을 물리기만 해도 2021년 기준 71조3000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선별 지급 여부도 관건이다. 모든 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다 지급할지, 아니면 고소득층을 빼고 선별적으로 지급할지 여부가 그것이다. 일각에선 중하위 소득계층에 기한이 정해진 상품권을 지급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중하위 계층에만 한정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은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선별적으로 돈을 지급할 경우 수혜계층을 선별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 주된 문제로 거론된다. 또한 선별이 잘못됐을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일부 국민이 재난기본소득을 받지 못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일회성으로 돈을 지급하더라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기본소득을 다시 지급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atom@insigh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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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0 03:07:40
상품권 필요없고
현금으로 내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