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코로나19 쇼크 증시 대폭락, 공매도가 가장 '나쁜 놈'?
[팩트체크] 코로나19 쇼크 증시 대폭락, 공매도가 가장 '나쁜 놈'?
  • 이일호 기자
  • 승인 2020.03.15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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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시총 190조원 증발, 공매도 8조5000억원 불과...지수 하락엔 파생시장 영향 더 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주식시장이 약세장에 돌입하자 정부가 공매도 금지 카드를 꺼내들었다.<픽사베이>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코로나19로 증시가 약세장으로 전환하자 정부가 공매도 금지라는 ‘극약처방’을 꺼내 들었다. 개인투자자들과 시민단체들은 정부 발표에 ‘뒤늦은 조치’라면서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금융투자 전문가들 사이에선 공매도 규제가 주가 방어에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주가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사이트코리아>에서 과거 사례를 기반으로 이번 규제가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체크해봤다,

"지수 폭락? 공매도는 죄가 없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2월 말부터 증시가 폭락하면서 공매도 폐지 여론이 불붙었다. 지난 1월부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공매도 중지’ 청원은 총 18건이며, 이 가운데 지난 2월 28일 올라온 게시물에는 2만6000여명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

올해 들어 주가가 고점 대비 20% 넘게 떨어지자 여론은 나빠졌고, 금융소비자단체들도 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공매도 6개월 금지’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다수 투자자들은 공매도가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공매도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특히나 최근과 같은 약세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데이터로도 그 사실이 명확히 드러난다. 3월 2~13일 10거래일 간 코스피는 2002.51에서 1771.44로 11.5% 가량 하락했다. 코스닥도 627.66에서 524.00으로 16.5% 가량 떨어졌다. 지난 열흘간 두 지수의 시가총액은 1576조원에서 1386조원으로 190조원이나 사라졌다.

이 기간 지수 하락에 공매도가 미친 영향은 얼마나 될까. 한국거래소 공매도 종합포털에 따르면 코스피에서는 6조8453억원, 코스닥에서는 1조6119억원이 각각 공매도 거래됐다. 총 8조4572억원으로, 사라진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의 비중은 4.45%다.

4.45%는 많다면 많을 수도, 적다면 적을 수도 있는 수준이다. 문제는 이 수준을 가지고 공매도를 지수 폭락의 원인으로 단정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코스피 기준으로 4.45% 하락은 전체 지수로 봤을 때 10포인트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나머지 95.55%의 하락은 어디서 발생했을까. 일차적으로 생각할 부분은 투자자들의 매도다. 특히 지난 10거래일 간 외국인과 프로그램 매도가 심했는데, 이 기간 외국인은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약 6조5000억원, 프로그램 매매는 1조9000억원이 각각 순매도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시가총액이 높은 중대형주를 중심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있으며, 프로그램 매매는 패시브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세계적으로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면 이머징 국가로 분류된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빼는 경향이 있다.

공매도 금지가 오히려 지수 하락 낳을 수도

하지만 실제 폭락장의 영향은 종목 매매가 아니라 파생시장의 영향이 더 크다. 전문투자자들의 영역인 이곳에서 벌어지는 옵션·선물 거래는 현물시장보다 거래대금이 수배는 많다. 지수 하락을 예상하는 전문투자자라면 공매도보다 파생시장에 배팅하는 게 합리적 선택지인 셈이다.

정리하면 공매도가 특정 종목의 주가를 끌어내리는 것은 맞지만 최근 같은 폭락장에서 국내 증시 자체를 망쳤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이는 과거 사례를 봐도 마찬가지로, 공매도 금지로 증시가 회복세를 찾을 거라는 일부 투자자들과 시민단체들의 주장도 논리가 빈약하다.

우리나라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8개월간 공매도를 금지했다. 하지만 조치가 시작된 10월 1일 1439.67였던 코스피는 24일 뒤 938.75까지 폭락했고 그 여파가 이듬해 3월까지 지속됐다.

2011년 8월부터 시작된 3개월 공매도 금지 때도 마찬가지였다. 규제 초반 1800선에서 정체되던 코스피 지수는 한 달 만에 1697.44로 100포인트 넘게 빠졌다. 공매도를 규제하더라도 매도 그 자체를 막을 순 없기 때문이다.

또한 엄밀히 따지면 공매도가 일어난 종목의 주가가 하락한다는 주장도 절반만 답이다. 공매도 거래가 많은 종목이더라도 주가 매수세가 더 크다면 주가는 오르며, 이 경우 공매도는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다만 최근과 같은 경제 위기로 증시가 공포에 휩싸일 때 공매도가 이득을 볼 개연성이 높은 건 사실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공매도 규제가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공매도는 헤지펀드들의 투자 시 주요 리스크 헤징 수단인데, 이를 닫아놓을 경우 종목 투자에 대한 헤지 요소가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매도라는 선택지가 없어진 전문투자자들로선 종목을 단순 매수하기 보단 오히려 국내 시장을 떠나버리는 게 더 합리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라며 "경제 위기 때 지수 하락과 공매도와는 상관성이 거의 없다"라고 지적했다.

atom@insigh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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