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감해진 윤석헌 금감원장...은행들, '키코' 분쟁조정 거부 양상
난감해진 윤석헌 금감원장...은행들, '키코' 분쟁조정 거부 양상
  • 이일호 기자
  • 승인 2020.03.0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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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안, 씨티·산업 ‘불수용’...대구·하나은행 ‘재연장’ 요청
‘키코’ 분쟁조정에 6개 은행 중 4곳이 응하지 않거나 연장을 요청했다. 윤석헌 금감원장.<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2008년 파생금융상품 키코(KIKO)를 불완전판매한 금융사들이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을 거부하는 분위기다. 6개 은행 가운데 두 곳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사가 조정을 수용하지 않거나 연장을 요청한 상태다. 취임 당시부터 키코 분쟁조정을 강조한 윤석헌 금감원장으로선 체면을 구긴 셈이 됐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키코 배상금 지급 여부 결정 시한인 현재까지 지급을 결정한 곳은 우리은행 한 곳뿐이다.

우리은행은 총 42억원 규모의 배상 조정을 받아들여 지난 2월 27일 일성하이스코와 재영솔루텍 등 2개 피해기업에 대한 배상을 이미 마무리한 상태다.

지난 5일 한국씨티은행(배상 조정액 6억원)과 KDB산업은행(28억원)은 조정안 불수용 입장을 금감원에 전달했다. 씨티은행은 앞서 일성하이스코 회생절차에서 조정액을 상회하는 미수 채권을 감면했다고 밝혔고, KDB산업은행은 법무법인 검토에 따라 불수용을 결정했다고 금감원에 설명했다.

DGB대구은행(11억원)과 하나은행(18억원)은 금감원에 배상 지급 결정기한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DGB대구은행은 코로나19 사태로 이사회 개최가 어렵다는 이유를, 하나은행은 내부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를 각각 들었다. 키코 배상 조정액이 가장 높은 신한은행(150억원)은 오늘 오후 이사회를 열고 논의를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금감원 분조위는 키코를 판매한 6개 은행에 대해 피해기업 4곳에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윤석헌 취임 숙원사업 ‘흐지부지’...자율조정도 불투명

키코 분조위 결정 배상액.<자료=금융감독원, 각 사>

키코(Knock-in Knock-out)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이다. 그러나 약정한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상품으로, 2008년 금융위기 때 가입 중소기업들이 큰 피해를 봤다.

키코 사태는 윤석헌 금감원장이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2017년부터 ‘금융당국 책임론’을 강조해왔다. 윤 원장은 2018년 금감원장 취임 직후부터 키코 사태에 대한 분쟁조정을 준비한 끝에 2019년 12월 분쟁조정안을 통해 기업들의 손실분담을 유도하고 있다.

문제는 은행들이 이미 대법원으로부터 키코 사태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점이다.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10년)가 지난 사안에 대해 은행이 배상해주면 주주 이익을 해치는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은행 측 손을 들어줬다.

은행권 관계자는 “배상 액수와 무관하게 은행들이 기업에 배상해줬다가 주주들로부터 배임으로 소송이라도 당할 경우 금감원이 뒤를 봐주진 않지 않겠느냐”며 “금융 소비자 편을 들어준다는 명목 아래 무리하게 기업들을 압박하려다가 상처만 남은 케이스”라고 지적했다.

금감원 분쟁조정에 법적 강제성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기업들로선 배상 조정을 받아들이지 않은 은행들에 대해 소송을 걸어봐야 앞서 대법원 판결까지 나왔던 터라 재심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낮은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키코 사태의 분쟁조정은 금융 소비자를 보호해야 하는 금감원의 역할과 배임을 피해야 하는 은행들의 상황이 맞물려 있다”며 “지금의 상황을 봐선 향후 벌어질 피해기업과 은행 간 자율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금감원은 분쟁조정에서 빠졌던 145개 피해기업에 대해선 분쟁조정위의 분쟁조정 결과를 토대로 은행에 자율조정(합의 권고)을 의뢰했다. 자율조정을 위한 연합체 협의는 오는 4월께 열릴 전망이다.

atom@insigh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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