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틈 탄 외국인 공매도 사냥...금감원, '기울어진 운동장' 손 보나
코로나19 틈 탄 외국인 공매도 사냥...금감원, '기울어진 운동장' 손 보나
  • 이일호 기자
  • 승인 2020.03.02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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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새 외국인 차입 비중 56.62%...개미투자자들 불안감 고조
2일 코스피가 장마감 기준 2002.51를 기록하며 간신히 2000선을 회복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연초 2250선까지 올라갔던 증시가 2000선 아래로 내려가는 가운데 공매도 세력이 적잖게 활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2000년과 2008년에 이어 또 한 번 공매도 규제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주 코스피·스닥시장에서 일평균 공매도 거래금액은 7779억원이었다.

지난 2월 평균 공매도 거래금액인 5403억원보다 43% 늘어난 수치다. 특히 코스피가 3% 넘게 급락한 지난달 28일 공매도 규모는 8355억원에 달했다.

2019년3월~2020년2월 대차거래 잔고 현황.<자료=한국예탁결제원>

공매도 관련 선행지표로 꼽히는 대차잔고도 급증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주식 대차잔고는 60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대차잔고는 56조5000억원을 기록한 전월 말 대비 3조7000억원 가량 늘어난 수치이며, 61조7000억원을 기록한 2018년 5월 이후 21개월 만에 최고치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대차거래 잔고는 최근 3년 새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상태다.

최근 주식시장 공매도 증가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코스피가 지난 2월 20일 2200선, 24일 2100선에 이어 28일 2000선이 붕괴됐고, 같은 기간 공매도가 급증했다. 이 기간 주식대여금리는 연 4.93%까지 올랐으며, 특정 종목의 경우 대여금리가 10%를 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공매도 비중 대다수는 외국인이 차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한 달새 외국인의 차입 비중은 56.62%로 가장 높았다. 증권회사와 자산운용사 등 기관 비중은 43.06%였으며 개인 비중은 0.30%에 불과했다. 주식시장이 하락장일수록 외국인 투자자들만 수익을 거둘 수밖에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조성된 셈이다.

금융당국 공매도 규제 카드 '만지작'

금융감독원은 24일 오후 증권·선물회사 임직원들과 '내부 통제 강화 워크숍'을 갖고 금융투자사 점검 등에 대해 논의했다.<뉴시스>
금융감독원이 공매도 금지를 검토하고 있지만 금융위원회는
다소 부정적 기류로 알려졌다.<뉴시스>

주식시장 상황이 나빠지자 금융당국은 공매도 금지 카드를 검토 중이다. 금융감독원 주도로 시가총액 일정액 이상 종목만 공매도를 허용하는 ‘홍콩식 공매도’ 지정을 금융위원회에 건의했다. 다만 금융위는 국내 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 하락 문제를 이유로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도 도입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 공매도 규제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공매도 자체가 시장의 가격 조정이라는 순기능이 있고 회사 실적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내는 객관적 도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급락장에 과도한 공매도로 공포를 부추겨 차익을 거두려는 세력이 있다는 점에서 규제 필요성도 제기된다.

여론은 공매도 금지 쪽에 힘이 쏠리고 있다. 3000여 소액주주가 속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코로나19 사태로 주식시장에 공매도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며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이슈가 종식될 때까지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중단하고 그 기간 투명하고 공정한 새로운 공매도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2월 28일 자료를 내고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개미투자자들의 공매도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공매도를 한시적으로나마 금지시켜 투자자들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 공매도 규제는 총 세 차례 있었다. 첫 규제는 무차입공매도로 2000년 우풍상호신용금고 미결제 사고 이후 전면 금지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8월 유럽 재정위기 때도 일정 기간 공매도가 전면 또는 부분적으로 금지됐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는 국가들도 있다. 중국의 경우 지난 2월 3일 춘절 이후 개장 전 공매도를 금지했다. 최근에는 지난 한 주간 증시가 7%나 폭락한 인도네시아도 공매도를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지수 하락이 크다는 점에서 공매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가 하락은 내재적 변수가 아닌 외부 충격을 악용하고 있어 시장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다”며 “과도한 공매도는 시장 투매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주식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atom@insigh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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