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타다 판결’, 정부는 부끄럽지 않나
법원의 ‘타다 판결’, 정부는 부끄럽지 않나
  • 양재찬 경제칼럼니스트
  • 승인 2020.03.0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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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55년 전인 1865년, 영국에선 ‘붉은 깃발법’이 제정됐다. 증기기관 자동차의 등장으로 피해를 보게 된 마부와 마차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었다. 한 대의 자동차에 운전사, 기관원, 기수 등 3명을 두도록 했다. 시가지 내 자동차 최고속도를 시속 2마일(3.2㎞)로 제한했다. 기수에게 낮에는 붉은 깃발, 밤에는 붉은 등을 들고 자동차 앞에서 걷도록 했다.

자동차가 마차보다 빨리 가지 못하게 한 이 법은 30년 동안 유지됐다. 빨리 달리는 차를 만들 수 없었던 영국 자동차산업은 성장이 더뎠다.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도 약했다. 그 결과 산업혁명에 이어 가장 먼저 자동차산업을 이끌었던 영국은 그 주도권을 독일과 미국에 넘겨줘야 했다.

2020년 한국에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운전자가 딸린 11인승 승합차를 호출해 이용하는 낮은 단계 차량공유 서비스인 ‘타다’의 영업행태에 대한 법원 판결이 있었다. 검찰은 면허 없이 사실상 택시 영업을 하는 ‘불법 콜택시’라며 타다를 기소했는데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차량공유 서비스는 이미 세계적 추세다. 미국에서 출발한 우버는 지구촌 60여개국에서 서비스된다. 중국에선 디디추싱, 동남아에선 그랩이 대표적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차량공유나 카풀 등 새로운 모빌리티(이동) 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택시업계가 반발하자 타다는 11~15인승 렌터카에 운전자 파견이 허용되는 점에 근거해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신산업 태동, 더구나 타다처럼 기존 업계와 겹치는 서비스 영역에선 이해충돌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때 정부가 나서 중재 조정해야 마땅한데, 우리 정부는 ‘규제’는 열심인 반면 중재 조정은 기피한다. 이번에도 국토교통부가 애매한 태도를 취하다가 끝내 사법부 판단에 넘기고 말았다.

비록 1심 판결이고 검찰이 항소해 2심 재판을 앞두고 있지만, 법원의 판결은 행정부를 부끄럽게 만든다. 재판부는 “승차공유가 자본주의, 공산·사회주의 등 경제체제를 막론하고 전 세계적으로 진통을 겪으며 다양한 모습으로 수용되고 있으나, 한국에서는 '우버' 사건 등을 거치며 사회적 합의가 어렵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타다 서비스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한 렌터카 서비스’라고 정의한 뒤 ‘불법 콜택시’라는 검찰 기소에 대해 “고전적인 이동수단의 오프라인에서의 사용관계에 기초해서 처벌조항의 의미와 적용범위를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고 했다. 또 택시보다 비싼 요금에도 타다 이용자가 증가한 것을 두고 ‘시장의 선택’으로 해석했다.

이쯤 되면 1심 재판부 서울중앙지법이 국내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를 걱정하는 경제부처 같아 보인다. 법령에 근거해 판결하는 사법부보다 기술 발달 및 시대 변화, 소비자 후생 및 시장의 선택에 둔감한 행정부로 어찌 4차 산업혁명 대열에서 앞서고 혁신성장을 꾀할 건가.

정부의 헛발 늑장 대응으로 한국은 코로나19 감염 다발국가로 입국제한 대상에 올랐다. 그래도 우리가 코로나19 조기 퇴치의 희망을 놓지 않는 이유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드라이브 스루) 감염 여부를 신속하게 검사하는 등 앞선 의료기술과 창의력에 있다. 기업과 청년들이 날개를 펴고 앞서가도록 ‘붉은 깃발법’적 낡은 정부 규제를 확 걷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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