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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28 19:16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기생충’의 아카데미 정복은 디테일의 승리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정복은 디테일의 승리다
  • 이원섭 IMS Korea 대표 컨설턴트
  • 승인 2020.03.01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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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한 디테일과 일관된 메시지, 세계와 통하다
영화 ‘기생충’으로 제92회 아카데미 각본상, 국제영화상, 감독상,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휩쓴 봉준호 감독이 지난 2월 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작품상을 받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뉴시스
영화 ‘기생충’으로 제92회 아카데미 각본상, 국제영화상, 감독상,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휩쓴 봉준호 감독이 지난 2월 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작품상을 받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봉준호 감독은 영화 ‘기생충’을 만들 때 아카데미를 정복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을까? 영화 속 대사처럼 봉 감독은 “너는 계획이 다 있었구나”를 실현할 ‘봉테일’을 이미 그리고 있었던 것 같다. 영화도 상품이니 당연히 품질이 뛰어나야 하고 관객에게 선택을 받으려면 마케팅홍보(MPR) 전략이 좋아야 최고의 상품이 된다.

마케팅에 이런 말이 있다. “최고의 상품이 고객에게 최고로 선택받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최고의 선택을 받는 것이 최고의 상품이다”라는 것이다. 기생충은 이런 면에서 최고의 상품 창작과 최고의 마케팅홍보 전략을 구현했다. 누구나 다 최고의 기술로 최고의 상품을 만들려고 한다. 그 선택받은 최우수 상품만 아카데미 시상식에 노미네이트된다. 이 시상식에 노미네이트되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며 영화의 우수성은 이미 인정받은 것이다.

그러나 화룡점정은 수상이다. 따라서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 올리려면 먼저 우수한 작품을 만들어야 하고 거기에 마케팅홍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기생충은 계획이 있었다는 것이다.

영화가 크랭크인 될 때부터 전 세계 상영관에 걸리고, 관객에게 선택받고, 그것을 평가받을 때까지 디테일한 계획을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 한 해 동안 만들어지는 영화가 얼마나 많으며 칸, 베니스, 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에 후보로 오르는 영화는 또 얼마나 많으며, 골든그로브, 아카데미상 등에 후보가 되는 우수한 작품이 얼마나 많은가? 그중에서 기생충의 우수성은 실로 대단하고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굳이 대한민국이라는 애국심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지난 1년간의 영화제와 시상식의 성과는 아무리 찬사를 보내도 지나치지 않다.

일관되고 지속적인 메시지 전달

하지만 글쓴이에게 기생충이라는 대단한 영화가 솔직히 쉽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리고 아카데미 4관왕을 받을 만큼 대단한가 라는 아마추어적인 느낌도 있었다. 그래서 한 번 더 보기도 했다. 물론 두 번째 볼 때는 대단한 수상 이유, 각 전문가들의 해설, 영화 팬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듣고 나서인지 제법 프로의 시각을 가지고 볼 수 있었다.

두 번을 보고서야 대단히 잘 만들어지고, 치밀하고 왜 새로운 봉준호식 장르(봉준호가 장르가 되었다라고 어느 전문가가 표현했다)라는 찬사를 받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기생충 때문에 봉 감독의 영화 몇 편을 더 볼 수밖에 없었다(몇 편은 아무 생각없이 과거에 이미 본 것이고 또 몇편은 이번에 새로 보았다). 가장 크게 느낀 점은 기생충은 이번에 불쑥 새롭게 나타난 것이 아니고 수십 년간의 ‘봉준호 장르’ 연속선상에서 탄생한 것이라는 점이다.

전 세계 영화팬들이 봉하이브(bonghive : bongjunho+hive·봉준호를 따르는 수많은 열광팬) 신드롬에 열광하고 봉테일(bongtail : bong junho+detail·봉 감독의 치밀함)에 감동하는 것을 동감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글쓴이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종사하다 보니 영화라는 예술을 자기만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나름의 분석을 하게 된다(영화적인 측면에서는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아마추어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서 고객에게 다가가는 최고의 수단은 메시지의 일관성과 지속성이다. 즉 하나의 콘셉트, 메시지로 반복해 꾸준하게 소통해야 비로소 진심이 통하게 되는 것이다. 봉 감독은 예전의 영화에서 이미 기생충과 같은 메시지와 철학적 영상들을 지속적이고 매 번 업데이트된 봉테일로 화면에 표현해 낸 것이다. 이런 점이 봉하이브를 만들어 낸 힘이 아닌가 한다. 마치 BTS(방탄소년단) 아미처럼.

영화 ‘기생충’ 촬영 중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배우들. 뉴시스
영화 ‘기생충’ 촬영 중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배우들. <뉴시스>

따라서 봉하이브들이 SNS 등에서 자발적인 인플루언서가 되었던 것이다. 실제로 기생충이 수상작으로 호명되자 해외 팬들이 우리 국민처럼 환호하는 의아한 장면이 방송되기도 했다.기생충을 보면서 글쓴이만 느꼈는지 모르지만 오감을 비빔밥처럼 잘 버무려낸 영화이다. 영화는 시각(영상)과 청각(사운드)만 자극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곳곳에서 후각, 미각, 촉각 등도 자극해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봉준호식 메시지 전달법, 즉 대사(청각)와 화면(시각)에 더해 감각적 느낌(후각·미각·촉각) 모두로 전달하니 주제 전달이 더욱 잘 될 수 있었고 이것이 언어가 달라도 전 세계 팬들이 쉽게 같이 공감할 수 있었다. 비 내리는 거리, 끝없이 이어진 계단 그리고 홍수 후의 비 젖은 꿉꿉한 느낌과 냄새까지 담아내는 듯한 장면은 마치 실제로 냄새가 나고 젖은 촉각의 착각을 갖게 한다.

봉 감독은 자신의 메시지를 통하게 하기 위해 공감각적 화면을 그려내는 재주를 가졌다. 이미 잘 알려졌듯이 봉감독은 대학 시절에 교내 신문인 ‘연세춘추’에 한 컷 만평과 ‘연돌이와 세순이’라는 네 컷 만화를 연재할 정도로 그림에 소질이 있었다. 이 그림 소질이 영화 제작에도 반영돼 사전에 각본을 토대로 각 씬(scene)의 카메라 앵글, 인물의 동선, 표정, 소품까지 세밀하게 콘티를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봉테일’이라는 디테일도 바로 이런 꼼꼼한 콘티에서 나온 것이다.

친절함·유머·신비주의…

기생충의 또 다른 소통법은 친절함과 유머다. 외국 관객들에게 친절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우리말의 소통이 어려울 경우 글로벌 용어로 바꾸어 자막으로 나타냈다. 그것이 바로 짜파구리와 서울대 문서 위조학과다. 딸 기정(박소담)의 졸업장 위조 솜씨에 감탄한 아버지 기택(송강호)이 “야! 서울대학교 문서위조학과, 뭐 이런 거 없나?”라는 대사를 한국인이 아닌 관객이 이해 쉽도록 세계적인 명문대 옥스퍼드(Oxford)로 바꿨다.

또 연교(조여정)가 충숙(장혜진)에게 전화로 “아줌마, 짜파구리 할 줄 아시죠?”라는 대사를 짜파구리(jjapaguri)라고 표현하지 않고 그들이 이해하는 단어인 람돈(ramdon·라면+우동)으로 자막에 써 준 것이다. 제시카 프로필의 종합 사기판이지만 기우(최우식)에게 심각하게 외우게 하지 않고 노래로 표현한 일명 제시카 송도 봉 감독식 유머코드다.

영화 속에서 일명 '제시카 송'이 등장하는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영화 속에서 일명 '제시카 송'이 등장하는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제시카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 대학선배는 김진모/ 그는 네 사촌”이라는 노래는 ‘독도는 우리 땅’을 개사해 부른 노래다. 일종의 징글(jingle)인데 상업적으로 사용되는 짧은 길이의 음악이다. TV나 라디오의 광고음악으로 많이 사용되는데 멜로디는 기억하기 쉽고 가사는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도록 간결한 것이 특징이다. 이것은 나중에 유행의 코드가 된다.

기생충의 또 다른 성공전략은 신비주의이다. 봉 감독은 처음부터 스포일러(spoiler) 차단에 철저했다. 스포일러는 정보가 미리 노출되기 때문에 영화 줄거리 구조가 주는 즐거움, 즉 다음 상황을 모른다는 긴장감 속에서 핵심 내용, 반전 요소, 결말 등의 흥을 깨뜨리기 때문에 금기 사항이다. 실제로 봉 감독은 칸 국제영화제에서 취재진에게 구체적인 이야기나 반전에 대해 함구해 달라고 요청했고 제작과정에서도 이야기나 등장인물의 설정까지 철저히 베일에 숨겼다.

관계자들에게까지도 시나리오 프린트물을 읽게 한 뒤 그 자리에서 바로 회수했다고 한다. 스포일러 방지는 결과적으로 관객이 작품을 보고 크게 놀라는 효과로 극대화되었다(특히 결말 부분은 압권이었다). 기생충은 그 어떤 작품보다 뛰어난 반전과 묘사가 대단한 작품이었다. 기생충의 포스터도 개봉 당시부터 큰 화제였다. 배우들을 보여주지 않고 눈을 가린 인물들과 정체 모를 다리를 두고 다양한 추측을 불러 일으켰다.

해외에서 개봉을 할 때도 각국 포스터들이 화제를 모았고 아카데미 수상 이후엔 각종 패러디까지 넘쳐났다. 영화 포스터는 영화의 메시지의 상징적 의미이고 주제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객들 초기 접점에서 가장 임팩트를 주는 핵심 요소이며 광고의 티저(teaser·요소를 고객에게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관심을 끌려고 하는 상업 광고의 한 방법) 같은 것이다.

홍보비 열세 메운 숨은 주역 ‘봉하이브’

송강호의 “아들아, 너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라는 대사처럼 봉 감독은 수상의 콘티 컷도 그려 놓은 것 같다. 영화속에 나오는 계단 신처럼 한 계단, 한 계단씩 올라 목표를 달성해 갔다. 유럽의 칸을 오르고, 골든글로브를 오르고 마지막 대미를 아카데미로 장식한 것이다. 봉 감독은 칸 수상 후 미국 개봉을 앞두고 한 인터뷰에서 그 계단을 넘으려는 계획된(?) 도발을 한다. 아카데미는 ‘로컬시상식’이라고. 어찌 보면 무모하고 위험한 발언 같았지만 분명 이 메시지가 8000여명의 심사위원들을 자극했고 심사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봉 감독의 계획된 도발은 또 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선 ‘1인치 자막의 장벽’을 언급한다. 이는 미국 우월주의인, 자막있는 영화는 안 보려는(싫어하는, 왜 우리가 자막으로 영화를 봐야하지?) 경향을 꼬집은 것이다. 아카데미 외국영화 최초 4관왕 수상처럼 기존의 틀을 깨라는 메시지가 숨어 있는 것이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기생충 수상을 혹평하며 불만을 표시한 것도 이에 다름이 아니다. 이에 대해 기생충의 북미 배급사인 네온은 공식 SNS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이해한다며 “그는 (자막을) 읽지 못하니까”라며 봉 감독의 1인치 자막의 장벽으로 응수했다.

아무튼 봉 감독 스스로가 이슈메이커가 되면서 아카데미 심사위원인 수천 명의 미국 영화 예술 과학 아카데미(AMPAS·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 회원들에게 깊이 각인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아카데미 후보에 오를 수 있는 영화가 워낙 많고 심사하는 사람도 워낙 많다 보니 영화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심사하는 관행에서 영화 인지도를 높이는 작업은 수상의 핵심 요인이다.

백인 심사위원 위주에서 자막의 유색인종 영화가 표를 받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는 그동안의 아카데미 수상 결과에서 나타났다(그래서 기생충의 4관왕은 너무 대단한 것이다). 기생충은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부터 전 세계 인지도를 차근차근 쌓아 나갔다. 그러나 칸 수상만으로는 모자람이 크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이 반지하 집에서 와이파이 신호를 잡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이 반지하 집에서 와이파이 신호를 잡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지난 1월 제77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받으면서 비로소 미국내 인지도가 상승세를 탄다. 골든 글로브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에서 미국의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를 대상으로 주는 상이기 때문이다. 아카데미만큼은 아니지만 꽤 높은 권위를 가지고 있다. 또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기 1달 전쯤에 열리기 때문에 골든 글로브 수상이 아카데미 수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기생충은 이런 엘리트 계단들을 한 계단씩 오르며 오늘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마지막으로 홍보비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홍보는 예산이 없으면 사람과 시간으로 때워야 한다는 말이 있다. 통상 아카데미상 경쟁을 위한 홍보비는 후보작 1편 당 평균 2000만 달러 수준이라고 한다. 발표에 의하면 기생충은 경쟁작들에 비해 50% 수준으로 100억원의 홍보비를 책정했다고 한다.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 8000여명 회원들을 상대로 하고 여타매체 장기 캠페인 비용까지 충당하기에는 돈으로 경쟁을 할 수가 없는 수준이다.

따라서 기생충의 모든 팀원들은 몸과 시간으로 열세를 충당해야 했다. 봉 감독을 비롯해 송강호 배우 등이 600회가 넘는 인터뷰와 100회 넘는 관객과의 대화,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홍보 그리고 제작에 참여한 모든 제작사 등 스탭들도 열정 물량으로 부족함을 메꿨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봉하이브의 활약이 컸다. 봉 감독과 기생충의 전도사 역할을 해준 것이다.

기생충이 미국에서 개봉해 파죽지세로 인기를 이어가자 SNS상의 봉하이브 해시태그(#BongHive) 출현 빈도도 상승했다. 미국 몇몇 극장에서만 상영했을 때만 해도 #BongHive는 봉 감독의 소수 팬덤이었다면 미국 전역으로 확대 개봉했을 때는 기생충에 대한 ‘좋아요’의 해시태그로 그 의미가 광범위한 일반화로 확대된 것이다. 이렇게 되니 온라인 검색에서도 당연히 관심사가 되었으며 친구의 친구, 그 친구의 친구, 또 친구의 친구까지 자연스럽게 기하급수적으로 기생충의 명성이 퍼져 나갔다.

돈으로 하는 홍보가 아닌 이런 인해전술식 홍보는 칸영화제의 단기적 경쟁에서는 효과가 적겠지만 아카데미상 같은 장기 경쟁전에서는 대단히 위력적인 효과를 나타낸다. 오스카 트로피 4개를 수상하게 한 숨은 공로자들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잔치는 끝났지만 오스카의 트로피 효과는 끝나지 않은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다.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의 헐리우드 평가 가치가 상승됨은 물론이고 스태프들까지도 몸값이 달라질 것이다. 거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슈퍼볼급 자발적(?) 홍보까지 더해져 상영수입도 천문학적으로 올라갈 게 뻔하다. 몰론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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