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중공업 넘어 4차산업 혁신 나선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중공업 넘어 4차산업 혁신 나선다
  • 도다솔 기자
  • 승인 2020.03.0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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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년 ‘변화 DNA’, 이제는 디지털 전환이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두산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두산>

[인사이트코리아=도다솔 기자] 두산은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한다. 1896년 지금의 서울 종로4가 배오개에 두산의 모체인 박승직상점이 문을 열었다. ‘두산(斗山)’이라는 이름은 창업주 매헌 박승직이 “쌀을 한 말(斗) 두 말 쌓아서 큰 산(山)을 이루라”는 의미로 지었다.

두산은 변화를 거듭했다. 창업주는 포목점으로 시작해 주류사업에 뛰어들어 동양맥주, OB맥주로 성공을 거둬 OB그룹을 세웠다. 1978년부터는 OB그룹에서 두산그룹으로 이름을 바꾸고 주류를 비롯한 소비재 생산에 주력하다 2000년대 들어 중공업·플랜트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두산은 지금 박정원 회장을 필두로 또다시 변화 중이다. 포목점에서 맥주, 중공업의 뒤를 잇는 두산의 다음 세대는 무엇일까.  

속도감 있는 추진력, 위기에서 벗어나다

2016년 3월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이 두산그룹 회장에 오르며 4세 경영의 막이 올랐다. 1962년생인 그는 고(故)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그가 회장직에 오를 당시 두산그룹은 전망이 밝지 못한 편이었다. 그룹의 허리 역할을 하고 있는 핵심 자회사 두산중공업이 해외발주 감소 등으로 실적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었고,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맞물리면서 대내외 환경은 악화일로였다.

박정원 회장은 4차산업에 주목했다. 에너지, 건설기계, 로봇, 드론 등 각 사업 분야에서 빠르게 새로운 신사업을 밀어붙였다. 그룹의 미래를 위해 주력사업 교체를 마다 않는 두산가(家)의 DNA가 또 다시 통할지 시험대에 오른 순간이었다.

박 회장은 2017년 말 그룹 내 최고디지털혁신(CDO) 조직을 신설하고 각 사업영업에서 디지털 전환을 추진했다. 또 그룹의 기존 핵심 사업인 중공업에서 4차산업 분야로 사업 비중을 늘려갔다. 대표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전지박, 수소연료전지 등이다.

박 회장은 4차사업의 현재와 미래를 알 수 있는 곳이라면 유럽, 미국을 가리지 않고 직접 발로 뛰어 확인했다. 2018년 6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유럽 최대 로봇·자동화 분야 전시회 ‘오토매티카(Automatica) 2018’을 참관한 박 회장은 최신기술 동향을 살핀 후 “각 산업계 최신 기술과 디지털 트렌드에 눈과 귀를 기울이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적극 발굴해야한다”며 협동로봇사업 등 4차산업에 더 속도를 낼 것을 주문했다.

이와 함께 박 회장은 내실을 다져 수익성이 낮은 비주력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기존 사업과 신사업의 수익성 증대와 안정성을 높이는 등 강력한 사업구조 개선에 나섰다.

박 회장은 지난해 4분기 그룹의 사업구조를 본격적으로 개편하고 신사업 분야의 전문성을 강화했다. 지난해 10월 1일 두산그룹의 지주사 격인 두산의 전지박 등을 포함한 소재사업을 ‘두산솔루스’로, 연료전 지사업을 ‘두산퓨얼셀’로 인적분할하고 같은 달 18일 코스피에 상장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그룹의 신사업을 속도감 있게 키울 것”이라며 “연료전지사업은 시장 확대에 힘을 기울이고 전지박사업도 적극적으로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같은 달 29일에는 이사회를 열어 면세사업인 ‘두타면세점’ 특허를 반납하기로 의결하면서 면세점 사업에 진출한 지 4년 만에 과감히 철수를 결정했다. 두산은 현대백화점면세점과 두타면세점의 매장 임대, 직원 고용승계, 자산 양수도 등 상호협력 방안이 담긴 협약을 체결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월 28일 두타면세점을 넘겨받았다. 2016년 5월 개점한 두타면세점은 2016년 477억원, 2017년 139억원의 적자를 낸 끝에 2018년 영업이익 10억원을 거두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두산은 두타면세점이 2019년 또 다시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두산은 “시내면세점 시장의 경쟁이 심화하고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두타면세점이 단일지점 규모로 사업을 지속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면세점 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특허권을 반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산건설도 사업구조 개편 작업 끝에 3월 말 상장폐지 후 모기업 두산중공업 품으로 완전히 들어간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12월 12일 지분 89.74%를 보유한 자회사 두산건설을 완전자회사로 전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업계에서는 박정원 회장이 진행한 그룹 사업구조 개편작업을 두고 수익성이 낮은 사업에서는 철수하고 성장 기대치가 높은 사업의 저평가 여지를 없애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특히 두산그룹 재무위기의 원인으로 꼽혀왔던 두산건설이 두산중공업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경영 효율성이 높아지고 유관 사업에서 중장기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박정원 회장 체제에서 미래 먹거리를 위한 신사업 발굴에 힘쓴 끝에 최근 두산은 가시적 성과를 내기 시작하며 그룹 전반에 활기가 돌고 있다. 특히 호실적이 이어지면서 박 회장의 경영능력이 주목받고 있다.

박정원 회장 취임 이후 두산 영업이익 추이.자료=두산
박정원 회장 취임 이후 두산 영업이익 추이.<자료=두산>

취임 첫해에 전년도 적자(2646억원)를 만회하며 영업이익 9172억원으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영업이익은 2017년 1조1799억원, 2018년 1조2159억원, 2019년 1조2619억원으로 3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기는 성과를 냈다.

“변화를 두려워않는 가장 젊은 기업” 

두산퓨얼셀은 수소경제 핵심인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두산솔루스는 전 세계에서 전지박 공급업체가 두산솔루스 포함 5개 사에 불과해 블루오션 개척의 중심에 섰다.

올 하반기부터 유럽시장 선점에 나서는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은 2023년 매출 1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발전용 가스터빈 국산화로 이슈가 됐던 두산중공업은 국내 천연가스 발전 시장의 구도를 바꾸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박정원 회장은 연료전지 사업은 물론 가스터빈, 전지박, ESS, 풍력 등 신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키울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실제로 다양한 성과로 이어졌다.

박 회장은 올해는 신사업을 본격적으로 성장시키고 주력사업에서는 시장점유율 확대, 수익성 극대화를 목표로 삼았다. 박 회장은 “주력 시장에서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보다 많은 파이를 가져오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추는 것도 필수 과제”라고 강조했다.

신사업에 대해서는 “연료전지·협동로봇·전자소재 등 신사업 분야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이라며 “수소 관련 사업의 경우 각국의 초기 표준경쟁 단계부터 뛰어들어 시장을 선점해야 하고 협동로봇 사업은 물류·서비스업 등으 로 활용도를 확대함으로써 시장을 넓혀가야 한다”고 말 했다. 또 “대형 가스터빈은 실증 과정에서 좋은 결과가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달라”고 덧붙였다.

박정원(가운데) 두산그룹 회장과 박지원(오른쪽) 부회장이 지난 1월 8일 ‘CES 2020’이 열린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를 찾아 두산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두산
박정원(가운데) 두산그룹 회장과 박지원(오른쪽) 부회장이 지난 1월 8일 ‘CES 2020’이 열린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를 찾아 두산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두산>

박 회장이 또 한 가지 강조한 것은 디지털 전환이다. 전사적으로 펼치고 있는 디지털 전환에 대해 더 속도를 낼 것을 당부했다. 실제로 두산은 인프라코어의 ‘무인 자동화 건설현장 종합 관제 시스템’을 비롯해 중공업의 발전소 운영 최적화 솔루션 등 그동안 추진한 디지털 전환 과제에서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디지털 전환 움직임은 ‘2020년 CES’ 첫 참가로 이어졌다. 두산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디지털 기반 제품과 기술을 선보였다.

박정원 회장은 박지원 그룹 부회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함께 새해 첫 현장경영을 CES에서 시작했다. 두산 부스는 물론 다른 참가 업체들의 전시를 둘러보며 최신 기술 트렌드를 살핀 박 회장은 현지에서 곧장 워크숍을 갖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대응방안과 두산의 미래사업 방향 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초의 근대적 기업인 두산은 긴 역사를 거치며 변화를 거듭해왔다. 박정원 회장은 “두산은 124년의 역사 를 이어오며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이지만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가장 젊은 기업”이라고 자평했다. 창업주부터 이어온 변화 DNA를 통해 박 회장이 두산을 성공적인 4차산업 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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