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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28 19:16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이기려 하지 말고 협력하려고 힘써라
이기려 하지 말고 협력하려고 힘써라
  • 최환규 전문위원 겸 한국워라밸연구소 소장
  • 승인 2020.03.01 2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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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갈등‧분열‧퇴보…경쟁의 일곱 가지 부작용

영화 ‘써니’의 한 장면에 보험회사 영업 방식이 나온다. 보험사 지점장이 보험 세일즈맨인 주인공의 실적과 다른 세일즈맨을 비교하면서 주인공의 실적이 부진하다는 것을 지적하는 장면이다.

보험회사 지점장은 영업 실적을 향상하기 위해 지점에서 영업하는 세일즈맨들끼리 경쟁을 시키고 있다. 경쟁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점의 모든 세일즈맨의 계약 실적을 파란색 테이프로 막대 그래프를 그린 다음, 주인공과 다른 세일즈맨의 실적을 비교하면서 주인공의 실적 부진을 추궁했다.

이 지점장은 다른 세일즈맨과의 경쟁을 실적 향상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여긴 것이다. 이 방법은 주변 사람끼리의 경쟁을 통해 실적을 향상시키기 위해 널리 사용되는 수단 중 하나로, 이와 유사한 경험을 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경쟁이 실적 향상을 위한 도구로 우리 사회 전반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학교에서는 내신성적을 상대평가함으로써 친구를 경쟁 상대로 만든다.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경쟁자인 친구를 물리쳐야 한다. 직장에서도 승진하거나 연봉을 많이 받기 위해서는 옆자리에 앉아 있는 동료를 이겨야 한다.

심지어 일부 몰지각한 종교 단체에서는 더 많은 돈을 거두기 위해 신자들끼리 경쟁을 시키기도 한다. 이처럼 경쟁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이 크다는 사실을 잊는 경우가 많다.

회사에서 부서 단합을 위해 족구 대회를 열기로 했다. 전 직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우승 부서에는 전 부서원에게 경기 출전 여부와 관계없이 포상휴가와 휴가비를 제공한다는 공지가 회사 게시판에 떴다. 공지를 읽는 모든 부서원의 초점은 ‘휴가와 휴가비’에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이때부터 부서장은 부서원을 모아 놓고 1등 할 방법을 찾는다. 가장 먼저 그리고 많이 하는 선택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추천을 받거나 족구장을 찾아 경기를 직접 하면서 선수를 선발하는 것이다. 선수가 선발되면 연습할 수 있도록 업무 부담을 덜어주는 등 부서 전체가 다양한 방법으로 우승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회사의 기대와는 달리 우승을 놓고 부서끼리 경쟁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도 발생한다. 예상되는 첫 번째 부작용은 ‘조직의 분열’이다. 족구 시합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경쟁 부서를 이겨야 하기 때문에 우승한 부서를 제외한 모든 부서는 패배를 경험하게 된다. 승자와 패자로 구분되는 순간 패자의 마음속에는 패배의 상처가 남기 때문에 회사에서 기대하는 단합보다는 ‘다음에는 반드시 이기겠다’라는 경쟁심을 심어주게 된다.

‘경쟁의 환상’

경쟁심은 ‘다른 부서의 불행이 우리 부서의 행운’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경쟁 관계에 있는 부서의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가 부상 등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면 승리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겉으로야 안타까워 하겠지만 속으로는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상대 팀의 불행을 기뻐할 것이다.

즉, 다른 부서의 전력이 약해질수록 우리 부서의 우승 가능성이 커지므로 다른 부서의 불행은 자신이 소속된 부서의 행운이 된다.

그러므로 경쟁은 상대를 ‘적’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적과는 평화롭게 공존하기 어려워 생존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물리칠 방법을 찾는다.

자신의 능력 향상을 위한 노력보다는 상대의 약점을 찾아 공격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다. 노력은 상대를 이길 가능성을 높이긴 하지만 확실하게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은 하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상대의 약점을 잡아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뒷담화와 같은 야비한 방법이 동원되는 것이다.

두 번째 부작용은 ‘부담감’을 높이는 것이다. 부서원은 자신의 부서가 우승해 휴가받기를 간절히 바란다. 특히 부서장은 우승이 자신의 능력을 경영진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여겨 출전 선수에게 우승에 대한 엄청난 부담감을 안긴다.

부서원 또한 부서장 못지않게 우승에 대한 간절한 바람을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에게 전한다. 심한 경우 부서장이나 부서원은 ‘우승하지 못하면 부서에 돌아올 생각도 하지 마라’는 말로 선수들을 압박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말의 뒤에는 ‘열심히 노력하라’는 격려의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이런 말을 직접 듣는 선수는 ‘잘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부담감이 더 커지고, 이에 비례해 경기 결과에 대한 불안감도 커진다.

만약 부담감이나 불안감이 승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올림픽에서의 금메달은 선수에게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강제노동과 같은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하는 독재 국가의 선수들 차지가 되겠지만, 정반대의 결과를 보면서 부담감이나 불안감은 능력 발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도한 불안감은 선수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게 한다.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는 몸과 마음이 편안한 상태라야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선수가 주변의 지나친 기대로 인해 경기에 출전하기도 전에 부담감과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하면 스트레스 수준도 높아진다.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몸이 경직되는데, 이런 상태가 되면 선수가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기가 어려워 경기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세 번째 부작용은 ‘관계의 단절’이다. 부서원이 휴가를 얻기 위해서는 경쟁 부서를 이겨야 하므로 경기에 참여하지 않는 부서원도 선수와 같은 마음으로 상대를 이기려고 노력한다. 부서원의 노력 중에는 상대 선수나 상대 부서를 응원하는 사람에 대한 공격도 포함된다.

다른 부서 선수의 멋진 경기를 응원하기보다는 침묵하거나 야유를 보내고, 실수에 대해서는 오히려 큰 소리로 조롱하는 등 같은 회사가 아니라 경쟁 회사 직원을 대하듯이 행동한다. 회사의 모든 조직원이 회사의 소중한 자산이지만 부서별로 경쟁 상태에 놓이게 되면 회사보다는 소속 부서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상대 부서를 경쟁자로 인식해 관계가 단절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네 번째 부작용은 ‘정보의 단절’이다. 족구에서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상대가 공을 받기 어렵게 해야 한다. 공격을 약하게 하거나 상대가 받기 쉽게 공을 넘기면 상대가 쉽게 반격하기 때문에 수비하기 어렵게 공을 넘겨야 한다.

업무에서도 마찬가지다. 경쟁 관계에 있는 부서와 협력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소극적으로 한다. 이때 사용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업무와 관련된 정보를 통제하는 것이다. 일부 부서장은 주요 정보를 경쟁 부서를 이길 수 있는 무기로 생각해 공개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부서장끼리의 알력으로 가치 있는 정보의 교환을 꺼릴수록 회사 전체의 경쟁력을 떨어지게 된다.  

경쟁을 유발하는 사람은 암세포와 같은 역할을 한다. 정상 세포보다 번식력이 빨라 주변의 정상 세포를 파괴하는 암세포처럼 경쟁을 유발하는 조직원은 조직 전체를 경쟁의 덫에 빠뜨린다. 이렇게 되면 조직원 사이에는 정보가 단절되고, 심리적으로 불안감과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지면서 업무에 집중하기보다는 주변 사람의 동향 파악에 더 많은 관심과 에너지를 쏟게 된다. 이 결과 조직은 갈등과 분열로 인해 무너지게 된다.

협력의 선순환

다섯 번째 부작용은 다수를 ‘방관자’로 만든다. 경기에서 진 팀의 부서원은 우승 가능성이 없으므로 경기 결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게 된다. 심한 경우 첫 게임에서 탈락한 부서는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누가 이기든 빨리 끝나기만 해라’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방관자가 되는 것이다. 업무에서도 마찬가지로 경쟁에서 탈락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업무에 대한 의욕이 하락하기 때문에 스스로 조직의 방관자가 된다.

여섯 번째 부작용으로 경쟁은 ‘재미와 성장’ 모두를 잃게 만든다. 우승의 대가로 휴가가 걸린 족구 경기와 점심시간에 재미로 할 때 경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완전히 다르다. 승자와 패자를 결정해야 할 때는 상대편이 받기 어려운 곳으로 공을 차지만, 재미로 하는 족구는 상대편이 받기 쉽도록 공을 보내기 위해 노력한다.

실력이 부족한 사람은 시합에 참여할 기회가 없지만, 재미로 하는 족구는 그 사람의 능력을 배려해 공을 보내기 때문에 초보자라도 함께 즐길 수 있고, 동료의 실수에 대해 야유 대신 격려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이렇게 함께 하는 시간이 오래될수록 초보자의 실력도 향상되기 때문에 경기에 참여할 기회가 늘어난다. 이처럼 경쟁의 울타리에서 벗어나는 순간 새로운 세계를 발견할 수 있다.

일곱 번째 부작용으로 경쟁은 조직원의 ‘창의성’을 빼앗는다. 다른 사람을 이기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은 승리에 방해가 될 것 같은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모험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다 실패를 하는 순간 자신은 패배자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사람은 자신을 평가하는 사람만을 쳐다보면서 일을 하므로 조직에 아부쟁이만 늘어나게 만든다. 이런 이유로 인해 경쟁은 조직을 퇴보하게 만드는 것이다.

나그네 A가 눈보라를 해치며 산을 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산길에 쓰러져 동사 직전에 있는 한 사람을 보았지만, 나그네는 쓰러진 사람을 돕다 자신마저 쓰러질 것을 두려워해 도와주지 않은 채 그냥 지나쳤다. 잠시 뒤 나그네 B가 그 길을 걷다가 쓰러진 그 사람을 보게 되었다.

나그네 B는 ‘내가 이 사람을 구하지 않으면 이 사람은 여기서 얼어 죽겠구나’라고 생각하면서 그를 업었다. 매서운 추위에도 나그네 B는 그를 업고 땀을 뻘뻘 흘리며 힘겹게 산을 넘어갔다. 그렇게 가던 중 그는 길가에 한 사람이 얼어 죽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사람은 앞서간 바로 나그네 A였다. 이처럼 자기 처지만 생각하면서 먼저 간 나그네 A는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죽었지만, 죽어 가는 사람을 살리려고 그를 업고 간 나그네 B는 죽지 않은 것이다.

경쟁은 자신만을 생각하게 하지만, 협력은 상대방의 관점에서 생각하게 해주며 정서적으로 안정된 인간관계를 구축하게 만든다. 여러 연구에서 경쟁적 상황에 놓이면 상대방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능력이 부족해 오히려 기업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경쟁 상황에서 자신의 성공은 다른 사람의 실패를, 다른 사람의 성공은 자신의 실패를 의미하기 때문에 자신의 목표를 위해 상대를 방해하기 때문에 주변 동료와 신뢰 관계를 형성할 수 없고, 갈등 관계를 조성한다. 반면 협력은 사람들 사이에 긍정적 상호작용의 기회를 주며, 서로를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일부 관리자는 자신의 편의를 위해 조직원끼리 경쟁시키는 경향이 있다. 즉, 우수한 조직원 한 사람을 기준으로 삼아 그 사람보다 실적이 저조한 조직원만 선택해 질책하면 되기 때문이다. 경쟁은 조직 관리자의 별다른 노력 없이도 조직원을 업무에 집중하도록 만들 수 있는 쉬운 방법인 것이다.

리더가 성과관리를 편하게 하기 위해 경쟁을 택하는 것은 간편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보이지만, 이는 조직의 분열을 일으키고, 부담감과 불안감을 조성하며, 관계의 단절과 정보의 단절을 가져오고, 다수를 방관자로 만들며, 재미와 성장 기회를 없애고 조직원의 창의성을 빼앗기 때문에 오히려 조직을 어렵게 한다.

조직이 생존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경쟁 대신 협력을 선택해야 한다. 경쟁이 성과를 높인다고 생각해 경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만드는 기업이 많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경쟁이 ‘실적 향상에 도움이 된다’라고 생각하는 부서장이 있다면 그 부서장은 얼마 안 되어 실망하게 될 것이다.

이런 실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조직원이 경쟁에서 벗어나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지금부터라도 ‘경쟁의 환상’에서 벗어나 조직원 모두가 협력하는 방법을 찾는다면 따뜻한 2020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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