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현학진 피플라이프 회장, 정규직 설계사들로 보험업계 ‘판’ 깬다
[인터뷰] 현학진 피플라이프 회장, 정규직 설계사들로 보험업계 ‘판’ 깬다
  • 이일호 기자
  • 승인 2020.03.02 11: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단순 설계사 아닌 고도로 전문화된 컨설팅 조직...금융유통백화점 만들어 2022년 상장"

금융권에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데이터 기반 시스템을 통해 전에 없던 상품이 출시되고, 면 대 면 위주였던 영업활동은 비대면 판매로 옮겨가고 있다. 현재 2% 수준에 불과한 비대면 유통채널 비중이 장기적으로 보험 판매의 절반을 넘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보험 법인영업대리점(GA) 피플라이프는 이 같은 추세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방형 점포를 만들고 정규직 보험설계사 채용을 시작했다. “AI가 따라올 수 없는 가장 특화된 조직을 만들겠다”는 게 현학진 피플라이프 회장의 비전이다. <인사이트코리아>는 지난 2월 26일 서초 방배동 본사에서 현 회장을 만나 보험업의 미래와 피플라이프의 전략에 관해 들었다.

현학진 피플라이프 회장.<이원근>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연초 보험설계사 정규직 채용 소식에 보험업계, 특히 GA 업계가 술렁였다. 특수고용직으로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일한 만큼 벌어가는 보험설계사들을 그것도 보험사가 아닌 GA가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보험 역사상 전례가 없는 뉴스에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오늘날 보험업계의 ‘판’을 깨려고 나선 주인공은 국내 상위권 GA인 피플라이프다.

정규직·내방점포에 돈 들이는 까닭

현학진 피플라이프 회장은 새롭게 뽑는 정규직에 대해 단순 설계사가 아닌 “고도로 전문화된 컨설팅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보험을 파는 것뿐만 아니라 자산관리와 재무설계, 상속·증여 상담 등 재테크와 관련된 모든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름도 보험설계사가 아니라 정규직 보험상담매니저다.

“저희가 뽑는 정규직 보험상담매니저가 기존 설계사 수준의 생산성을 낼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고도화된 전문성을 바탕으로 AI가 따라 할 수 없는 특화된 조직을 만들어 기존 채널과 차별화되는 수익을 낼 것입니다. 비대면 영업 채널이 커지면서 향후 보험설계사들의 90%가 직업을 잃는다고 해도 살아남을 사람들이 바로 우리 정규직들입니다.”

피플라이프는 대중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자사 홍보모델로
배우 현빈을 기용했다.<피플라이프>

정규직 채용 배경에 대해 현 회장은 보험설계사들의 고용 불안정으로 인해 생기는 병폐가 있다고 강조했다. GA의 높은 불완전판매 비율과 더불어 소속을 이곳저곳 옮겨 다니는 ‘철새설계사’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문제는 대중에게 보험이라는 비즈니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고, 구직자들이 직업적으로 보험을 기피하는 상황까지 초래했다.

현 회장은 “정규직 채용을 통해 직원들의 생활을 안정시키면 불완전판매를 줄이고 계약 유지율을 높일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철새설계사를 줄이고 직원 전문성을 키울 수 있어 회사 차원에서도 ‘맨파워’를 키워 업계 내 발전과 성장에 더 큰 경쟁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4년 전부터 현 회장은 설계사 정규직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때마다 대부분 ‘망할 것이다’ ‘기본급만 받고 뒹굴뒹굴 놀 것이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가 정규직화를 끝내 도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 회장은 “나는 사람이 뜨거워져서 열정을 갖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앉아서 기본급에 안주하는 사람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용 발생적인 내방점포를 구축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비전의 연장선이다. 피플라이프는 ‘보험클리닉’이라는 이름으로 전국 80여 곳에 크고 작은 내방형 점포를 구축했다. 기존에 설계사들이 고객들에게 특정 상품을 팔던 것과 달리, 보험클리닉에서는 개별 고객들의 특성에 맞는 상품을 추천하고 고객에게 선택권을 준다. 현 회장은 “향후 2년 내 점포를 700여곳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현재는 대형마트와 쇼핑센터, 로드샵, 백화점 등에 입점해있고 향후 대형 쇼핑몰까지 규모를 확대할 것”이라 밝혔다.

국내 보험업의 가장 큰 문제로 ‘정보 비대칭’을 지목한 현 회장은 “반경 1~2㎞ 내에 점포를 만들어 전 국민이 언제든지 오며 가며 재무 상담을 받고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보험과 재무에 관해 언제든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보험 사랑방’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대중 인지도가 높은 배우 현빈을 홍보 모델로 기용하는 등 홍보비를 대거 쓴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내방형 점포가 1999년부터 연평균 16%의 성장을 보이며 주요 보험 판매 채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일반 생명보험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서도 최근 판매 채널 점유율이 15%까지 늘었습니다. 우리나라 1년 설계사 정착률이 30~40%대에 불과한 데 비해 일본이 먼저 시작한 정규직 설계사의 평균 근속 연수는 10년에 달합니다.”

정규직과 내방형 점포는 이미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보험클리닉에 근무하는 정규직 보험상담매니저의 1인당 생산성(월 신계약 보험료 총합)은 100만원 수준이다. 보험업계 설계사 평균 인당 생산성이 50만원 수준인 것을 고려했을 때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현 회장은 “정규직 보험상담매니저는 기존 설계사의 3~4배까지 생산성을 늘릴 수 있다”며 “향후 큰 수익을 창출하는 차별화된 모델로 자리 잡을 것”이라 고 강조했다.

농사꾼의 아들, 보험업에 뛰어들다

현학진 회장은 인천시 강화군에서도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교동면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자랐다.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섬에서 나왔고, 졸업하고도 해병대에 자원입대하기까지 2년간 농사일을 했다고 한다. 전역 후 서울에서 돈을 벌어 멋지게 살고 싶어 뒤늦게 동국대학교 경제학과에 들어갔다는 그는 아주 우연한 기회에 보험업에 뛰어들게 됐다.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대학 졸업을 7년 늦게 했습니다. 근로소득자로는 승산이 없겠다고 판단해 졸업 후 부동산 컨설팅 회사에 입사했고요. 창업을 알아보던 중 우연히 보험회사 연도대상 시상식 기사를 접하게 됐어요. 1995년이었는데, 삼성생명에서 최고 소득을 받는 사원의 연봉이 무려 4억5000만원이라더군요. 그날로 회사에 전화를 걸었더니 지점장에게서 와보라고 연락이 왔고, 인터뷰를 거쳐 입사하게 됐죠.”

현학진 회장은 “4차산업혁명으로 보험설계사들의 90%가 직업을
잃는다고 해도 자사 정규직들은 살아남을 것“이라 강조했다.<이원근>

그는 입사 후 법인영업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뚝심으로 농사를 짓다가 해병대에서 기른 뱃심이 영업에 크게 작용했다. “하루에만 중소기업 30여곳을 꼬박 다녔어요. 그렇게 발품을 팔아 매일 한두 곳씩 계약을 늘려나가는 식이었죠.” 그렇게 이름이 알려지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냈고 외부 강의도 자주 다녔던 그는 2003년 돌연 일을 그만두게 된다.

“하고 싶었던 중소기업 경영 컨설팅을 하지 못한 게 아쉬웠어요. 회사에 물어봤지만 ‘그런 것 없으니 너 알아서 하라’는 말을 듣고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수소문하던 중 GA라는 비즈니스를 알게 돼 시장조사에 나섰고, 선진국에서 활성화된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자본금 5000만원으로 창업한 피플라이프는 사업 초반법인영업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텔레마케팅 조직을 활용한 영업 분업화가 성공했고, 덕분에 법인 고객 4만여 명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2012년부터는 피플라이프재무설계라는 자회사를 통해 개인영업에도 뛰어들어 2017년 법인영업 규모 수준까지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2018년 말 기준 피플라이프는 총자산 1445억원, 연 매출 2000억원에 소속 보험설계사만 4000여명에 달한다.

GA업계에서는 법인과 개인 고객 포트폴리오가 가장 완성됐다는 평을 듣고 있다. 2017년 자회사와의 합병 이후 사모펀드 운용사들로부터 투자 ‘러브콜’이 들어왔고, 2018년 글로벌 사모펀드 코스톤아시아로부터 610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해외 사모펀드 투자 유치는 GA업계에서 처음이었다.

현 회장은 피플라이프가 지금 수준까지 성장할지 짐작도 못 했다고 한다. “회사를 창업한 이래 매 순간이 위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설립 초 안정화부터 성장과 발전, 신규 사업 도전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고민과 위기극복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안주하지 않고 ‘현재가 곧 위기이며 이를 돌파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확신으로 나아갈 계획입니다.”

보험 영업에 ‘스토리’를 입히다

피플라이프가 GA업계 상위 그룹이자 지금 정도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데는 현학진 회장의 경영 능력이 빛을 발했다. 그는 삼성생명 소속으로 설계사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문제들을 피플라이프에서 개선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창업 당시 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삼성생명에서는 중소기업을 하루 30곳씩 찾아다녔고 그중 1~2명이 관심을 보이면 계약하는 식으로 영업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영업 활동 가운데 고객 발굴에 드는 시간만 전체의 50%를 차지하는 게 문제였습니다.”

현 회장의 선택은 분업화였다. 텔레마케터들을 대거 고용해 중소기업 CEO들과의 미팅을 성사시켰고, 영업사원들은 그들의 재무 컨설팅에만 치중하도록 했다. 이 같은 전략은 적중했고, 피플라이프의 법인영업 생산성은 전보다 10배나 향상됐다. “고객 확보와 컨설팅을 분리해서 그들이 온전히 자기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게 주요했던 것”이라고 현 회장은 설명했다.

그는 고객들을 네 번 만나기 전까진 단 한 번도 보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중소기업들이 지고 있는 현실적 문제들을 해결해주는 데 집중했다. “중소기업들은 재무나 노무, 부동산 문제 등 여러 법률적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저희는 그걸 해결해주는 솔루션을 제시했고, 그 안에 보험이 녹아나도록 했습니다. 보험을 판 게 아니라 ‘스토리’를 만들어 판 것이죠.”

피플라이프의 또 다른 전략은 전문가 네트워크이다. 중소기업에 비즈니스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게 된 전문가들을 회사 내 사업체에 직접 고용한 것이다. 피플라이프 소속 세무사·노무사·법무사·공인중개사 등 전문가 집단만 총 40여명에 이른다. 그가 완성한 분업화, 컨설팅, 전문가 네트워크는 피플라이프를 GA업계 강자로 만든 원동력이 됐다.

“피플라이프에서 분업화와 컨설팅화, 전문가 네트워크 그룹을 완성하면서 본격적으로 성장을 시작했습니다. 삼성생명에서 월납 100만원 짜리 보험을 받았는데, 피플라이프에서는 1000만원 짜리 보험이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같은 모멘텀들이 쌓이면서 저희가 법인영업의 명가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금융상품판매전문회사로 2022년 상장할 것”

현학진 회장은 “유통을 장악해 금융상품판매전문회사를
만드는 게 꿈“이라는 포부를 밝혔다.<이원근>

2018년 말 피플라이프는 기업공개(IPO) 계획을 공식화했다. 최초 회사를 창업할 당시 상장의 꿈을 밝혔을 때 주변에서 ‘미친 소리’라는 말을 들었는데, 20년의 꿈을 이루는 목전까지 다다른 셈이다. 현 회장은 “2022년까지 보험설계사 4500명, 정규직 보험상담매니저 4000명, 텔레마케터 1000명 등 총 1만여 명 규모로 키운 뒤 상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플라이프를 ‘금융상품판매전문회사’로 키우겠다는 뜻도 강조했다. 단순히 보험상품만 파는 GA를 넘어 은행·증권·카드·캐피탈 등 모든 금융상품을 파는 ‘금융유통백화점’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을 지향한다는 현 회장은 유통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화’를 통해 미래에셋 같은 금융그룹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미래에셋은 금융제조사를 만들어서 금융그룹을 만들었는데, 저는 반대로 유통을 장악해서 금융그룹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이 같은 과점에서 제가 가고자 하는 방향도 결국 플랫폼 비즈니스가 될 겁니다.”

피플라이프는 지난해 현 회장 가족 주식의 25%를 임직원과 보험설계사들에게 무상 증여했다. 액수로 따지면 총 325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현 회장은 피플라이프에서 일하는 임직원과 설계사 모두 직업과 소득의 안정을 갖고 평생 직업을 실현해주는 게 꿈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직원이 주주로서 주인의식을 갖고 회사와 함께 성장했으면 한다고 현 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밝혔다.

“저희 회사가 지난해 올린 매출이 2500억원에 회사와 임직원, 설계사가 낸 세금만 500억원에 이릅니다. 저희가 낸 세금, 일으킨 고용창출이 국가 경제에 기여합니다. 제가 일을 열심히 해서 회사를 키우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국가 경제를 위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즐겁게 일합니다. 유일하게 불만인 건 아침 해가 너무 늦게 뜬다는 겁니다. 저는 일하고 싶어 안달 난 사람입니다.”

atom@insightkorea.co.kr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