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보험자 정신행동 장해 지급률 축소하는 보험사에 속지 말아야
피보험자 정신행동 장해 지급률 축소하는 보험사에 속지 말아야
  • 한민철 기자
  • 승인 2020.02.1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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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장해지급률 산정은 정신·행동 뿐 아니라 종합적 건강상태까지 포함해야"
보험사가 정신행동 장해를 입은 피보험자의 장해지급률을 축소해 산정하는 일이 종종 생기지만 이에 속지 말아야 한다. 뉴시스
보험사가 정신행동 장해를 입은 피보험자의 장해지급률을 축소해 산정하는 일이 종종 생기고 있다. <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한민철 기자] 보험사가 지정한 손해사정사와 자문의료진이 정신행동 장해를 입은 피보험자의 장해지급률을 축소해 산정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 법원은 해당 장해지급률이 피보험자의 정신·행동 부분에만 한정됐다며, 실제로는 피보험자에 더 유리하도록 높은 장해지급률이 산정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남성 K씨는 2000년대 중반 H생명보험사와 종합보험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에는 피보험자(K씨)가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한 재해로 장해분류표상 지급률 80% 이상의 장해를 입었을 때 50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보장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만약 피보험자의 재해로 인한 장해 상태가 장해분류표상 지급률 80% 이하일 경우에는 1000만원까지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피보험자가 정신행동에 심한 장해가 남아 감금상태에서 생활할 정도는 아니지만, 자해 등의 위험성이 지속적으로 있어 감시를 필요로 할 때는 장해지급률 70%, CDR(임상치매)척도 4점 이상의 심한 치매의 경우 지급률을 80%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K씨는 보험계약을 유지해오던 중 지난 2016년 여름, 자택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K씨는 병원에서 감압성 두개골 절제술과 혈종제거술을 받았고, 이후 의료진으로부터 ‘대뇌 타박상’과 ‘외상성 뇌내출혈’ 그리고 ‘지주막하출혈’이라는 최종 진단을 받았다. 특히 그는 사고 후 말수가 적어지거나 기억력이 감퇴하는 등 정신행동 장해 증상을 보였다.

K씨 측은 그가 자택에서 넘어져 바닥에 머리를 심하게 다치며 상해 사고가 발생했고, 그 결과 정신행동 장해를 겪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는 보험약관상 ‘정신행동에 심한 장해가 남아 감금상태에서 생활할 정도는 아니지만, 자해 등의 위험성이 지속적으로 있어 감시를 필요로 할 때’ 또는 ‘CDR척도 4점 이상의 심한 치매’에 해당하다며 70~80%의 장해지급률에 해당한다며, K씨 측은 H생보사에 관련 보험금을 청구했다.

H생보사는 심사와 손해사정을 거쳤고, K씨 측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장해분류표상 40%에 해당하는 보험금 1000만원만 지급했다.

K씨는 H생보사를 상대로 장해지급률 70~80%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법원은 2년 반 넘는 심리 끝에 이달 이 사건에 대한 판결을 내리며, H생보사가 K씨에게 장해지급률 80%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재판부가 K씨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물론 이 사건에서 H생보사가 장해지급률 40%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지급하려 했던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운동·행동 장해 부분뿐 아니라, 종합적 건강상태로 산정해야

우선 K씨는 사고 발생 전까지 고혈압성 심장병으로 치료를 받고 있었다. 때문에 그가 기존부터 지니고 있던 질병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해, 보험계약상 조건인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H생보사 측 손해사정사와 자문의료진은 K씨에 대한 장해지급률이 50%에 해당한다는 소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K씨의 주장대로 장해지급률 80%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50% 또는 그 이하 지급률에 해당하는 보험금이 발생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H생보사의 주장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의료진의 판단과 진단내용을 종합한 결과 K씨에게는 다발성 뇌출혈과 뇌좌상이 확인됐고, 이후 뇌연화증이 광범위하게 확인됐다.

법원이 지정한 신경외과 전문의와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는 K씨의 상태가 ‘정신행동에 심한 장해가 남아 감금상태에서 생활할 정도는 아니지만, 자해 등의 위험성이 지속적으로 있어 감시를 필요로 할 때’ 그리고 ‘심한치매(CDR척도 4점)’라는 의견을 냈다.

K씨는 출혈에 의한 뇌손상으로 점점 상태가 악화돼 가고 있었다. K씨에게 확인되는 대뇌 타박상과 뇌내출혈, 지주막하출혈은 모두 ‘외상’에 해당했다. 다시 말해 이 부분만을 살펴본다면 K씨는 70~80%의 장해지급률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었다.

K씨와 H생보사의 쟁점 중 하나는 이런 K씨의 외상과 정신행동 장해가 그가 기존부터 앓고 있던 고혈압성 심장병과 인과관계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H생보사의 주장대로 K씨가 과거부터 해당 질병으로 약물치료를 꾸준히 받아오고 있던 것은 사실이다.

다만 법원은 그가 평소 ‘통상적 고혈압의 범위를 넘지 않는 수준’의 증상으로 사고 발생 전까지 심부전을 겪지 않았고 다른 합병증세가 없었던 만큼, 해당 사고가 질병으로 인해 비롯됐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법원은 K씨의 장해지급률이 50%에 해당한다는 H생보사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보험자의 정신행동 장해에 관한 장해지급률 판단에 있어 상당수가 간과할 수 있는 것은 이것이 신체건강 상태까지 종합적으로 반영한 것인지 여부다.

H생보사의 손해사정사와 자문의는 K씨의 장해지급률을 50%로 판단하면서, 그의 종합적 건강상태가 아닌 ‘운동·행동 장해 부분만’을 판단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K씨의 장해지급률이 낮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법원은 K씨가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외상성 뇌출혈과 뇌연화증을 겪었고, 그 결과 정신행동 장해가 남게 됐다고 판단했다. 이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K씨가 감금상태에서 생활할 정도는 아니지만 부분적 감시가 필요하게 됐고 심한 치매에 해당, H생보사는 그에게 장해지급률 80%에 해당하는 재해장해보험금을 지급해야 했다.

이번 사례는 피보험자가 사고 전 고혈압성 심장병을 앓고 있었다고 할지라도, 심부전을 동반하지 않았거나 통상적 고혈압 수준에 불과했다면 해당 질병과 사고와의 인과관계를 엮으려는 보험사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보험사에서 정신행동 장해에 대한 지급률을 산정했을 때 그것이 단지 운동·행동 장해 부분만을 고려해 축소한 것인 지 여부도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kawskhan@insigh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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