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독약 안넣는 ‘유기농’ 수돗물 만드는 KIST 이승학 박사
소독약 안넣는 ‘유기농’ 수돗물 만드는 KIST 이승학 박사
  • 이경원 기자
  • 승인 2020.02.02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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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함양 기반 무약품 먹는 물 생산시스템’ 개발 선구자
이승학 KIST 물자원순환연구단 박사.<KIST>

국내 각 가정에 공급되는 수돗물은 먹어도 되는 음용수다. 그러나 우리나라 수돗물의 음용률은 5% 수준으로 미국(56%), 일본(52%)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왜 그럴까. 그 이유로는 막연한 불안감, 주요 상수원인 지표수 수질오염에 대한 우려 등이 꼽힌다. 결정적으로 거부감을 일으키는 것은 수돗물 특유의 맛과 냄새가 있기 때문인데, 이는 정수처리용 화학약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재 상용화되고 있는 표준 정수처리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세균 소독을 위한 염소 소독 과정을 거치는 까닭이다. 더불어 최근 몇 년 간 녹조 발생 등 취수원의 수질이 지속적으로 악화하면서, 이를 처리하기 위한 약품의 사용도 더욱 늘어나고 있다. 화학약품 처리가 많아질수록 잠재적으로 발암물질 등 위험요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 1월 22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원(KIST)에서 만난 이승학 박사는 약품을 쓰지 않고도 건강하고 맛있는 식수를 만들기 위해 지중 자정능력을 이용한 ‘인공함양 기반 무약품 먹는 물 시스템’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이 시스템에서는 세균이 증식하지 못하는 환경이 만들어져 염소 소독이 필요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이 박사에 따르면 실제로 이와 비슷한 원리를 이용해 식용수를 공급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경우, 음용률이 90%에 이른다고 한다. 이승학 박사는 “녹조 등 기존 수질오염 요인에 저항력이 높은 대체 수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며 최종적으로 약품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 ‘유기농’ 먹는 물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국내 수자원 상황은 어떤가요?

“우리나라는 주로 강물, 호소수와 같은 지표수를 상수원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수자원 상황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지표수의 수량과 수질 상황을 알아봐야 합니다. 지표수의 수량은 강수량과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강수량 자체는 세계평균 이상이지만, 국토면적과 인구수를 고려해 계산된 1인당 평균 강수량은 세계평균의 6분의 1 수준으로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됩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라는 점을 체감하게 하는 사건은 거의 없었지만, 최근 강우 패턴 변화(연평균 강수량에는 큰 변화가 없으나, 비가 오는 기간이 줄어들고 강우 강도가 강해지는 상황)에 기인한 계절 가뭄은 물 부족, 나아가 물 기근 상황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을 걱정하게 합니다. 또 매년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는 지표수의 녹조현상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상수원인 지표수가 수질 측면에서도 크게 위협받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 지표수를 대체할 상수원은 없는 것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우리나라는 지표수가 상수원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기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상 하나의 수자원에 의존하는 상황으로 지표수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극단적인 측면에서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현재 상용화하고 있는 정수처리 공정은 어떤가요?

“상수원에서 취수된 물에 적용되는 기본적인 정수처리 공정으로 응집·침전·여과를 들 수 있습니다. 응집은 물에 있는 작은 입자를 화학물질과 반응시켜 서로 엉겨 붙게 해 크기를 키우는 과정이며, 침전은 이렇게 커진 입자가 가라앉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과정, 여과는 모래·자갈층을 통과시키면서 물속 작은 찌꺼기를 거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표준정수처리 과정은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며, 이렇게 처리된 물은 마지막으로 바이러스 세균 제거를 위한 염소 소독을 한 뒤 각 가정으로 공급됩니다. 필요한 경우, 활성탄 또는 오존처리 등을 적용, 표준정수처리 과정에서 처리되지 않은 유무기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고도정수처리 공정이 염소 소독 공정 전에 추가되기도 합니다.”

-정수처리에 있어 약품 사용량이 많아진 까닭은 무엇인가요?

“이는 기본적으로 지표수 수질 악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반복적인 녹조 발생으로 정수처리에 사용되는 응집제, 응집보조제, 분말 활성탄, 소독제 등의 사용이 크게 늘었습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2008년 대비 응집보조제 사용량은 115%, 분말활성탄 사용량은 9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녹조가 발생하는 하절기(7~9월)에는 응집제 사용량이 평소 100~200%에 이른다고 합니다.”

-기존 정수처리 공정은 어떤 한계점이 있나요?

“우리나라의 정수처리 공정은 수질 관점에서 효과적으로 먹는 물을 생산해 왔습니다. 하지만 국내 공공 물 생산 시설에서 공급되는 물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매우 낮은 상황입니다. 일례로 국내 수돗물 음용률은 5% 수준으로, 이는 미국(56%), 일본(52%)의 10분의 1 수준입니다. 낮은 신뢰도의 주요 원인으로, 막연한 불안감, 주요 상수원인 지표수 수질오염에 대한 우려, 무엇보다 수돗물의 맛·냄새 등으로 조사된 바 있는데, 이는 정수처리용 화학약품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습니다. 우리가 현재 채용하고 있는 정수처리공정에서는 마지막 과정에 염소 소독을 적용하고 있고, 이 염소는 수돗물에서 맛과 냄새를 유발하게 됩니다. 잠재적으로는 발암물질로 알려진 트리할로메탄(trihalomethane, THM)과 같은 소독부산물을 발생시킬 수도 있습니다.”

‘인공함양 기반 무약품 먹는물 생산시스템’ 개요도. <이승학>

-인공함양이란 무엇인가요?

“인공함양(Aquifer Storage and Recovery, ASR)이란 가용한 지표수(하천수, 빗물, 하폐수 처리수 등)를 대수층(aquifer)에 주입해 지하수 형태로 보관하다가 물이 부족한 시기에 양수해 활용하는 대체 수자원 확보 기법 중 하나입니다. 이때 대수층에 보관된 함양수는 대수층에서의 다양한 생지화학적 반응에 의해 그 수질이 개선될 수 있습니다.”

-‘인공함양 기반 무약품 먹는 물 생산시스템’ 기술이란 무엇인가요?

“단순하게는 기존 정수처리공정이 땅속 대수층에서 일어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입니다. 조금 더 자세히는 인공함양 과정 중 땅속에서 일어나는 오염물질 자정작용을 최적화 또는 극대화해 정수처리공정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입니다. 지중 자정작용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주입수를 전처리하는 공정, 무기물 관점에서 추출수의 수질을 한 번 더 다듬는 공정,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땅속 공간에서 물의 흐름을 평가하고 예측하는 기술로 구성됩니다.”

-약품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건가요?

“이 시스템에서 채용하고 있는 정수처리 반응은 주로 대수층 구성요소(대수층내 토양, 토양미생물, 토양광물 등)에 의해 일어나는 자연형 수질 개선 반응이라서 약품이 전혀 사용되지 않습니다. 최근 연구에서 주입수의 전처리 과정으로 과황산염을 소량 적용하는 기술을 연구한 바 있지만, 반응 최종 산물이 지하수 전해질의 일종(황산염)이며, 약품을 사용하지 않는 다른 전처리 기법으로 충분히 대체 가능합니다. 약품 사용과 관련해 이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은 염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소독의 가장 큰 목적은 물속 세균과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한 건데, 이 시스템을 통해 생산된 물은 세균과 바이러스의 먹이인 동화유기탄소(assimilative organic carbon, AOC)의 농도가 미생물 생장 농도 이하로 유지돼 소독의 필요성 자체를 배제하게 됩니다.”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요?

“정수처리 과정에서 사용되는 약품에 의한 잠재적인 위험(소독 부산물 포함)에서 자유로운, 소위 유기농(무약품 처리) 음용수를 만들 수 있습니다. 또 강수량이나 강우 패턴 변화에 상관없이 연중 일정한 수량 공급이 가능하고, 녹조 등 기존 수질오염 요인에 저항력이 높은 대체 수자원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국가 물 안보(water security)를 확립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는 부지 조건은요?

“대수층이 잘 발달 돼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습니다. 즉, 물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잘 발달돼 있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물이 침투될 수 있는 토양이라면 이런 기법을 활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정확한 조사를 통해야 알 수 있겠지만, 강 하구에 이러한 대수층이 잘 발달돼 있습니다.”

-이 시스템 구축을 위한 요소기술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기술은 설계기술·시공기술·운영기술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설계기술은 인공함양 대상 부지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기술, 부지에서 기대할 수 있는 AOC 저감 효과를 예측하는 기법, 이 지중 반응을 향상시키기 위한 전처리 기법 설계, 생산수 내 무기물 농도관리를 위한 후처리 기법 설계 및 부지 내 주입 관정(well) 및 추출 관정의 위치·깊이를 설계하는 기술이 포함됩니다. 시공기술은 주로 관정·배관 시공기술을 포함합니다. 운영기술에서는 땅속에 형성된 함양수의 위치나 크기를 조정·관리하기 위한 관정 운영 시나리오 수립을 포함합니다.”

-이와 비슷한 원리를 통해 식수를 공급하는 나라가 있나요?

“네덜란드가 오래전부터 제방(dune)을 통해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염소 소독을 안 해도 되는 품질의 물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네덜란드의 수돗물 음용률은 90%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수돗물을 맛보신 적이 있나요?

“네, 네덜란드 물연구소(KWR)에 방문했을 때 수돗물을 생수병에 담아서 주었는데 처음에는 일반 생수인 줄 알고 먹었을 만큼 거부감이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간 중점적으로 연구하신 것은 무엇인가요?

“시스템 구축과 관련해 기술 공백 분야라고 생각했던 핵심 요소기술을 선정해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지하수 내 금속이온을 활용한 주입수 전처리 기술개발, 땅속 수질 향상 효과를 AOC 관점에서 평가하는 연구, 무산소 나노막 시스템을 이용해 추출수 내 무기물을 제거하는 후처리 기술, 눈에 보이지 않는 땅속 투수특성 분포의 정밀예측·함양수 형성 구간을 적절히 파악하기 위한 수치해석 기술개발을 진행해 왔습니다.”

-현재 기술개발 단계는 어디쯤인가요?

“위에 언급한 요소기술은 실험실 규모의 연구에서 그 가능성이 입증됐습니다.”

-기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보완돼야 할 부분은요?

“이 시스템의 가장 핵심적인 성능이라 할 수 있는 지중 AOC 저감과 관련해, 이 현상의 안정적인 유지 관리를 위해 AOC 저감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도를 고도화하고 반응 영향 인자를 특정화하는 기술개발이 수행돼야 합니다. 또 이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땅속 공간을 활용하는 기술인만큼, 대상 부지를 인공함양 적합도 관점에서 특성화하는 기술개발이 이뤄져야 합니다. 무엇보다 현재 실험실 규모에서 검증된 각 요소기술을 결합한 파일롯 시스템을 현장에 구축해 실제로 일정 기간 운영함으로써 그 완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

-미래 100대 기술로서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것으로 생각하나요?

“온 국민이 언제나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유기농’ 수돗물이 제공되는 대한민국을 꿈꾸며 기술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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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학 박사는?>

1999년 서울대학교 토목공학과 학사

2001년 서울대학교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석사 (지반환경 전공)

2005년 서울대학교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박사 (지반환경 전공)

2007~2009년 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 박사후 연구원

2009~2010년 현대엔지니어링 연구기획부 과장

2013~2018년 고려대학교 그린스쿨대학원 겸임교수

2010~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선임·책임연구원

2011~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교수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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