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오너 리스크'의 덫, 외부세력 먹잇감 되다
한진그룹 '오너 리스크'의 덫, 외부세력 먹잇감 되다
  • 강민경 기자
  • 승인 2020.01.21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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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 남매 갈등 속 KCGI·반도건설 지분 '야금야금'...3월 주총까지 지분 경쟁 치열할 듯
KCGI와 반도건설 등 외부세력이 지주사 한진칼 지분을 서서히 늘려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트로 언급되며, 한진그룹 경영권 향배에 대한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뉴시스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서서히 늘린 KCGI, 반도건설 등 외부세력이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트로 등장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강민경 기자] 한진그룹이 오너 리스크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경영권을 놓고 오너일가 내부에선 분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KCGI·반도건설 등 외부세력은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을 야금야금 늘려가며 경영권 회수를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카카오까지 한진칼 주식을 1% 가량 사들인 것으로 알려지며, 한진그룹 경영권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안갯속이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카카오가 대한항공과 사업 협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200여억원을 들여 1%대 한진칼 주식을 매수했다. 카카오 측은 한진칼 지분 매입 배경에 대해 “경영권 참여를 위한 목적보다는 양사간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 내부에선 카카오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백기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과 카카오의 MOU 체결 당시, 대한항공은 “정보기술(IT)을 강화하려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밝힌 바 있고, 대한항공과 카카오의 협력이 특정 분야에서의 단순 협업이 아닌 플랫폼·콘텐츠·디지털 등 모빌리티 분야 전반의 시너지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높은 수준의 협력 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카카오가 조 회장의 편에 설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란 얘기다.

현재 한진그룹은 조원태 회장과 조 회장의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경영권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오는 3월 한진칼 정기주총에서 조 회장의 재선임 건이 상정될 예정인데, 2대 주주이자 단독 최대주주인 KCGI와 4대 주주 반도건설이 조 전 부사장과 함께 반대표를 던지면 연임에 먹구름이 낄 수 있다.

실제 지난 16일경 조 전 부사장은 서울 모처에서 KCGI, 반도건설과 두 차례 3자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는 조 전 부사장과 KCGI의 김남규 부대표, 반도건설 임원 등이며, 3월 주총 때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방안을 논의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왔다.

지분율이 1%에 불과한 카카오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한진칼 지분구도 상 어느 쪽도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재 조 회장을 포함한 한진칼의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8.94%으로 ▲조원태 회장(6.52%) ▲조현아 전 부사장(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 등이다. 이외 ▲KCGI(17.29%) ▲델타항공(10.00%) ▲반도건설 계열사(8.28%) ▲국민연금(4.11%) 등의 순으로 한진칼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주인 없는 회사', 비상식적 주인들이 자초한 셈"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한진그룹·뉴시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한진그룹·뉴시스>

오는 3월 한진칼 주총의 '경우의 수'를 쉽게 예단하지 못하는 이유는 외부세력이 너도나도 한진칼 지분 경쟁에 가세하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외부세력의 먹잇감이 됐다는 것은 한진그룹이 ‘주인 없는 회사’가 됐다는 방증”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업계 안팎에선 이런 상황은 결국 오너일가가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몇 년 간 오너일가가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이면서 법적 논란에 휘말린 것은 물론 국민적 여론이 크게 악화돼 그룹 이미지가 실추되며 외부세력이 끼어들 명분을 주었다는 것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2014년 ‘땅콩 회항’ 사건으로 당시 대한항공 부사장을 비롯해 칼호텔네트워크 등 그룹 내 모든 직책을 내려놨다. 이후 3년 4개월여 뒤인 지난해 3월 그룹 계열사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으나 보름만인 그해 4월 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물컵 갑질’ 불똥이 오너 일가 전체로 번지면서 결국 다시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은 직원들을 상습 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이다. 조원태 회장의 경우 인하대 부정편입학 의혹에 휩싸여 현재 '학위 취소' 문제에 직면해 있다.

업계에선 3월 주총 때까지 오너일가의 내분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1%의 카카오 지분 등 소수의 지분도 유의미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칼의 지분 중 약 70%를 대형 기관과 주주가 보유하고 있어 지금 당장은 소수 기관투자자나 소액주주의 영향력이 크진 않겠지만, 지분경쟁이 더 치열해지면 이들에 대한 설득전이 승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외부세력, 숟가락 얹기인가 경영권 목적인가

한진그룹이 외부세력의 먹잇감이 된 이유는 외부세력이 한진칼 지분 확대로 얻고자 하는 것과 궤를 함께 하는데 이는 크게 2가지로 압축된다.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과 주가 상승 혹은 협업 등을 통한 실질적 이익을 얻기 위해서 라는 게 재계 내부의 시각이다.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은 행동주의펀드인 KCGI가 지분 매입 초기인 2018년 말부터 언급해온 것으로, KCGI는 그동안 한진그룹이 글로벌 항공사 대비 높은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경영투명성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일각에선 국민연금도 최근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고려하는 책임투자를 하겠다고 밝힌 만큼 KCGI와 함께 한진그룹의 변화를 압박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실질적 이익 등 투자적 목적을 위한 숟가락 얹기일 가능성도 언급된다. 특히 최근 한진칼의 대주주이자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반도건설 등은 한진그룹과 새로운 협업 관계를 구축해 활로를 모색하거나, 주총에 앞서 몸값을 높이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이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 개선책을 조만간 마련하고, 주요 주주들과의 물밑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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