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망언’ 류석춘, 연세대는 징계를 안 하나 못하나
'위안부 망언’ 류석춘, 연세대는 징계를 안 하나 못하나
  • 도다솔 기자
  • 승인 2020.01.15 1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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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동안 학내 징계 절차 지지부진...日 극우단체 지원받은 아시아연구기금 관련설도
지난해 9월 30일 위안부 망언으로 인사위원회에 넘겨진 류석춘 연세대학교 교수.뉴시스
지난해 9월 30일 위안부 망언으로 인사위원회에 넘겨진 류석춘 연세대 교수.<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도다솔 기자] 지난해 강의 중 위안부 피해자들을 매춘부에 비유하고 해당 발언에 문제를 제기한 학생에게 “궁금하면 한번 해보라”며 성희롱 발언까지 해 국민적 공분을 샀던 류석춘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올해 1학기 수업을 배정받아 학생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류석춘 교수는 1학기 ‘경제사회학’ 전공수업과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민주화’ 교양수업, 대학원 수업 1과목을 개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 관계자는 “류 교수의 강의 개설이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 현재 징계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강의 진행 여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류 교수에 대한 징계가 언제 마무리될 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예상하기는 어렵다.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고 답했다.

지난 13일 류 교수는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비공개 소환 조사를 받았다.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인 ‘정의기억연대’와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 등이 류 교수가 역사를 왜곡하고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그를 고소·고발한지 4개월 만이다.

15일 연세민주동문회·연세대 총학생회·이한열기념사업회·노수석열사추모사업회 등 6개 단체는 성명을 내고 “연세대 당국은 신속히 류 교수를 파면해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사건 이후 교원인사위원회가 열린 지 석 달이 지난 지금, 류 교수에 대한 파면은커녕 새 학기에 그의 강의가 다시 개설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며 “대학당국의 지극히 안이한 사태 인식과 원칙 없는 처리 방식에 실망과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시아연구기금 출신 인물들의 역사왜곡 발언

류 교수가 몸담은 연세대는 ‘일본재단’이 1995년 종전 50주년과 한·일 국교정상화 30주년을 기념해 출연한 75억원 가량을 종잣돈으로 ‘아시아연구기금’을 설립했다.

아시아연구기금에 거액을 출연한 일본재단은 일본에서는 ‘일본재단’으로, 미국에서는 ‘사사카와재단’으로 유명하다. 이 재단은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인 사사카와 료이치가 설립한 공익재단이며 극우단체로 분류된다. 이 재단 산하 여러 기금 가운데 아시아연구기금이 있다.

15일 기자가 광화문 인근에 위치한 기금 사무실을 방문했으나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 아시아연구기금 홈페이지도 2015년 이후 업데이트되지 않은 상태다. 홈페이지에 등록된 이사장 인사말은 인사 내용만 나와 있을 뿐 누구의 명의로 작성된 것인지, 현재 이사장이 누구인지, 현재 해당 기금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류석춘 교수는 기금 출연 때부터 2003년까지 프로그램 위원을 맡았으며 2004년부터 2010년까지는 기금 사무총장을 지냈다. 류 교수를 비롯해 아시아연구기금을 거쳐 간 주요 인사들은 왜곡된 역사관으로 여러 차례 논란이 됐다.

1997~2005년까지 아시아연구기금 역대 임원.자료=인터넷커뮤니티, 그래픽=인사이트코리아
1997~2005년까지 아시아연구기금 역대 임원.<자료=인터넷커뮤니티, 그래픽=인사이트코리아>

2003년 11월 연세대가 주관하고 아시아연구기금이 후원한 ‘한·일 밀레니엄포럼’에서 류 교수는 “식민지 근대화론은 단절된 역사의 연속성을 회복하는 의미 있는 작업이다”며 “식민지 한국에서는 다른 유럽 동남아 식민지와는 달리 상당 규모의 인구가 농촌에서 산업부문에 유입돼 근대적 규율을 학습할 기회를 가졌다. 이런 한국의 식민지 경험이 근대성의 확립을 진척시켰다는 식민지 근대화론 주장을 뒷받침했다”고 주장하는 글을 발표했다.

2000년부터 2003년까지 기금 이사를 지낸 이인호 전 KBS 이사장은 2014년 KBS 국정감사 당시 “김구 선생은 대한민국 독립을 반대한 분이기에 대한민국 공로자로서 그를 거론하는 게 옳지 않다”며 “상해 임시정부(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정부로 평가받지 못했고 우리가 독립국가 국민이 된 것은 1948년 8월 15일 이후”라고 억지 논리를 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전 이사장의 이날 발언은 기존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이 아닌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일’로 만들고 이승만 전 대통령을 건국 지도자로 미화하려는 국내 뉴라이트계 주장과 맥을 같이 해 큰 논란이 됐다. 그는 같은 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주최한 ‘우리 역사 바로보기-진짜 대한민국을 말하다’ 강연에서 해방 직후 있었던 친일파 청산 추진에 대해 “소련에서 내려온 지령”이라는 궤변을 늘어 놔 국민적 반발을 사기도 했다.

미온적인 징계, 역사 왜곡 방관 우려

지난해 9월 류 교수의 망언으로 재학생, 졸업생, 시민단체 등이 그의 징계를 꾸준히 요구하고 나섰으나 최근에서야 1차 회의 끝에 ‘징계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류 교수가 재심 의견을 내면서 또 다시 징계 절차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연세대 윤리인권위원회는 2차 회의를 통해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학교의 미온적인 태도에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징계 요구를 하고 있다. 여기에 대학당국이 징계 절차를 미적거리면서 이번 1학기를 끝으로 정년퇴임을 앞둔 류 교수가 아무런 징계 처분 없이 떠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성폭력 발언이나 역사 왜곡 발언에 대한 학교 당국의 징계 수위가 터무니없이 낮거나 없을 경우 학생과 시민단체의 큰 반발이 예상된다.

13일 연세대학교 학생대책위원회 학생들이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류석춘 교수 규탄 릴레이 발언·집회'를 하고 있다.뉴시스
13일 연세대학교 학생대책위원회 학생들이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류석춘 교수 규탄 릴레이 발언·집회'를 하고 있다.<뉴시스>

김은결 연세대 류석춘 교수 학생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류 교수의 학부 수업 중 경제사회학 과목은 교직을 이수하려면 필수로 들어야 해 수강 거부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김 공동위원장은 “교수들의 성폭력 발언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에도 문과대 A 교수 사건에 이어 B 교수, 앞으로 얼마나 많은 교수들이 나올지 모른다. 이것을 끊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류 교수를 향해 “제발 학생들에게 사과하고 이만 물러나 주시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지난해 9월 19일 류석춘 교수는 사회학과 전공과목 ‘발전사회학’ 강의 도중 “(위안부의) 직접적인 가해자는 일본이 아니다”며 “매춘의 일종”이라고 주장했다. 학생들이 “위안부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갔다는 것인가”라고 질문하자 류 교수는 “지금도 매춘 들어가는 과정이 딱 그렇다. ‘여기 와서 일하면 절대 몸 파는 게 아니다’ ‘매너 좋은 손님들한테 술만 따르면 된다’고 해서 접대부 생활을 하게 된다. 옛날에만 그런 게 아니다”고 말했다.

류 교수 발언에 반발한 한 학생이 “매춘부와 과거 위안부를 동급으로 보는 것이냐”고 묻자 류 교수는 “그런 것과 비슷하다”면서 “궁금하면 한 번 해볼래요?”라고 반문해 천박한 역사인식과 성폭력에 무감각한 행태를 보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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