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침대 사태 흐지부지, '가습기 살균제 참사' 재탕 되나
라돈침대 사태 흐지부지, '가습기 살균제 참사' 재탕 되나
  • 강민경 기자
  • 승인 2020.01.15 1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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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대진침대 관계자 무혐의·불기소 처분...환경보건시민센터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대응"
지난 2018년 6월11일 오후 충남 천안시 직산읍 대진침대 본사 앞마당에서 관계자들이 방사성 물질 '라돈'이 검출돼 수거된 침대 매트리스 해체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3일 '라돈침대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 발표 이후 환경시민단체가 반발 보고서를 냈다. 2018년 6월 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대진침대 본사에서 관계자들이 방사성 물질 '라돈'이 검출돼 수거된 침대 매트리스 해체 작업을 하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강민경 기자] 2018년 논란이 된 ‘라돈 사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1급 발암 물질인 ‘라돈’이 검출된 침대를 제작·납품한 혐의를 받았던 업체 대표와 관계자에 대해 최근 검찰이 불기소처분을 내리자 환경시민단체가 규탄하고 나서며 논란이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라돈이 폐암 이외 다른 질병과의 연관성이 입증된 바 없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환경시민단체인 환경보건시민센터가 보고서를 내고 검찰의 이번 처분을 반박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지난 3일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부장검사 이동수)는 상해·업무상과실치상·사기 등 혐의를 받은 대진침대 대표 A씨와 매트리스 납품업체 대표 및 관계자 2명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

A씨 등은 2005~2018년 라돈 방출 물질인 모나자이트 분말을 도포한 매트리스를 제작·판매해 고소인들에게 폐암·갑상선암·피부질환 등 질병을 야기하고 거짓 광고를 했다는 등의 이유로 고소됐다.

하지만 검찰은 “라돈이 폐암 발암 유발물질인 사실은 인정되지만, 폐암 이외 다른 질병(갑상선암, 피부질환 등)과의 연관성이 입증된 연구결과는 전 세계적으로 없는 상태”라며 불기소 처분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폐암은 라돈 흡입만으로 생기는 특이성 질환이 아니라 유전·체질 등 선천적 요인과 식생활습관, 직업·환경적 요인 등 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비특이성 질환”이라며 “누구나 일상생활 중 흡연, 대기오염 등 다양한 폐암 발생 위험인자에 노출되는 점에 비춰 라돈 방출 침대 사용만으로 폐암이 발생했다는 인과관계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사기와 거짓 광고 혐의에 대해선 피의자들도 라돈 침대를 장기간 사용한 점 등으로 미뤄 고의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라돈침대 논란’은 2018년 5월 대진침대 매트리스에서 1급 발암 물질인 라돈이 검출되면서 불거졌다.

당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해당 매트리스에서 방사선 피폭선량이 기준치를 최고 9.3배 초과했다고 발표했고, 소비자들은 매트리스 전량 회수를 요구했지만 업체 측의 늑장대응에 정부까지 나서며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됐다.

이후 해당 업체 매트리스 사용자 180여명은 대진침대와 대표이사 등을 상해와 사기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세계적으로 드문 사태에 사례연구 없는 것 당연"

환경보건시민센터(이하 센터)는 제대로 된 연구도 진행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내놓은 결론이라는 입장이다. 1급 발암물질을 넣은 침대 7만여 개를 판매하고 사용한 사례가 드물 것이기 때문에 해당 문제에 대한 연구조사는 당연히 진행된 적이 없을 것인데, 관련 연구가 없어 혐의가 없다는 검찰 측 주장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센터는 “라돈은 WHO(세계보건기구)가 이미 오래전에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며 “검찰이 ‘폐암은 비특이성 질환이라서 라돈침대로 인한 폐암발병에 대한 사실이 입증되지 않는다’고 한 것은 성급한 결론”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라돈침대로 인한 건강피해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정부가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바라보면서 건강피해를 입증하기 위한 어떤 노력이나 조치도 취하지 않아서 입증을 못하고 있는 것이지 입증이 안 되었다거나 입증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정적인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센터는 대진침대가 라돈 방출 사실을 고지하지 않고 광고·판매한 행위에 대해, 제품 안전성 결함에 따른 사기죄는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는 사정을 알고 있으면서도 피해자들을 속여 판매대금을 편취한다는 범위가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센터는 “제품에 모나자이트가 사용됐고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나오는 것을 알았다면 누가 해당 침대를 구매했겠느냐”며 “제품에 사용된 물질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지 않고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사실을 과대포장해 소비자를 현혹시킨 게 곧 광고표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피해자 조사 단 1명, '건강영향조사' 범위 넓혀야"

센터는 검찰의 ‘피해자 조사’ 부분에 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2018년 당시 라돈침대 사용자 가운데 폐암이나 갑상선암 등의 진단을 받은 피해자 180여명이 제조사 등을 상대로 형사고소를 진행했는데, 이후 약 1년 6개월 간 검찰은 폐암환자 단 1명만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는 것이 센터 측 얘기다.

피해조사 강화에 대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센터는 2019년 12월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19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00명에게 라돈침대 관련 국민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도 발표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설문 대상자 중 64.4%는 라돈침대를 쓴 사용자에 대한 건강영향조사 필요성에 대해 찬성한다는 의견을 냈고, 반대는 13.4%였다. 책임소재에 대해서는 ▲정부와 제조기업 공동책임 44.7% ▲제조기업 책임이 가장 크다 35.9% ▲정부책임이 가장 크다 14.8% ▲소비자 책임이 가장 크다 2.6% 등의 순이었다. 

센터 관계자는 “검찰이 피해자 조사는 1명 만하고, 나머지 의견은 원자력안전위원회·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유관기관의 의견만을 참조해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대했던 것보다도 못하게 ‘라돈침대 사태’가 다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나 사법부가 라돈방사선 사태로 인한 국민건강피해 등 조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는 라돈침대 사건에 대해 침대만 회수하고 피해대책을 방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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