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갑질 피해자, 정몽준 이사장 집 찾은 까닭은?
현대중공업 갑질 피해자, 정몽준 이사장 집 찾은 까닭은?
  • 노철중 기자
  • 승인 2020.01.14 1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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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익길 피해하청업체 대책위원장 이틀째 시위...“최대주주 정 이사장에게 상황 직접 알려주겠다”
한익길 현대중공업 하도급 갑질 피해하청업체 대책위원장이 현대중공업그룹의 최대주주인 정몽중 아산재단 이사장의 자택 앞에서 준비해온 성명서를 읽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
한익길 현대중공업 하도급 갑질 피해하청업체 대책위원장이 현대중공업그룹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자택 앞에서 성명서를 읽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한익길 현대중공업 하도급 갑질 피해하청업체 대책위원장이 현대중공업그룹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자택(서울 평창동) 앞에서 이틀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중공업 본사가 아닌 정몽준 이사장 집 앞에서 시위를 하는 이유는 권오갑 한국조선해양 회장,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현재 상황을 최대주주인 정 이사장에게 제대로 보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돼 직접 알려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6월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해양 사업부문 중간지주 회사로 출범했으며 현대중공업은 자회사로 편입됐다.

현장에서 만난 한 위원장은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중공업이 하도급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이후 한 달이 되어 가는데 현대중공업은 우리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배상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비슷한 방법으로 갑질을 했던 대우조선해양이나 삼성중공업은 피해 배상 협의를 진행하고 있거나 진행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유독 현대중공업만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선업계 하도급 갑질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오랫동안 관행처럼 여겨지다가 2014년 당시 현대중공업의 하청업체였던 부경엔지니어링의 이재왕 대표가 고소를 제기한 후 표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후 조선 3사 하청업체별 대책위원회가 개별 활동하다 3년 전부터 대기업 조선3사 하도급 갑질 피해하청업체 대책위가 꾸려졌다. 그러는 사이 추혜선 정의당 의원 등 국회의원들이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고 국정감사에도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지난달 1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중공업이 하도급업체들과 거래하면서 서면계약 이전에 작업을 진행하도록 해 하도급대금을 부당하게 결정한 행위에 대해 하도급법(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과징금 208억원을 부과했다. 위반 내용은 ▲계약서 사전 서면발급 의무 ▲일방적인 선박 엔진 관련 부품 단가 인하 요구(불응 시 구조조정 압박) ▲제조원가보다 낮은 수준의 하도급대금 결정 등이다. 또 공정위의 현장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한국조선해양에 조사방해 과태료 1억5000만원도 부과했다.

공정위, 3년간의 하도급 거래 내역 정밀 조사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중공업지주의 최대주주로 지분 25.8%를 보유하고 있다. 뉴시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중공업지주의 최대주주로 지분 25.8%를 보유하고 있다. <뉴시스>

공정위는 이번 결정에 대해 “다수의 신고 내용을 포함한 3년간의 하도급 거래 내역을 정밀 조사한 결과”라며 “관행적인 불공정행위를 일삼는 사업자들을 엄중하게 조치함으로써 향후 유사한 거래 관행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책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15개 하청업체들의 총 피해 금액은 1038억원에 이른다. 한 위원장은 “이 금액을 전부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이중 250억원만 요구한 상황인데도 현대중공업은 사과 한마디 없이 논의조차 거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 위원장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하청업체들이 작성하는 견적서에 자신들이 내용을 채우고 컴퓨터 엔터키만 누르도록 했다. 하청업체들은 견적서 내용이 적절한 지 확인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원청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고, 적절한 대금도 받을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도 현대중공업은 하도급대금 결정 과정에서 사내하도급업체와의 실질적인 협의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작업이 진행 중이거나 끝난 후 현대중공업이 사후적으로 결정한 금액으로 계약이 체결됐다는 것이다.

그 결과 100여개 업체가 도산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체를 운영하던 대표들은 대부분 체불임금, 각종 빚 등으로 신용불량자가 됐다는 게 대책위의 주장이다.

한 위원장은 “현대중공업은 유독 우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며 “지금도 울산 현대중공업 앞에 가면 천막들이 많이 있다. 현대중공업 하청업체들 중 30%가 직원들에게 월급도 주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과 관련해 “공정위의 입장을 존중하나 조선업 특수성이나 환경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며 “일부 사항에 대해서는 입장 차이가 있어 필요한 법적 절차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오는 20일 현대중공업 계동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