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운용 1조5000억 환매 중단 후폭풍...금융권 '불신의 늪' 빠지나
라임운용 1조5000억 환매 중단 후폭풍...금융권 '불신의 늪' 빠지나
  • 이일호 기자
  • 승인 2020.01.1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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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헤지펀드 업계 1위인 라임자산운용이 일부 펀드 환매를 중단하면서 '펀드런' 우려가 커지고 있다.<br>
1조5000억원에 달하는 펀드의 환매를 중단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투자자들의 소송이 본격화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1조5000억원에 달하는 펀드의 환매를 중단한 라임자산운용(이하 라임운용) 사모펀드 투자자들의 소송이 본격화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투자자뿐만 아니라 은행권에서도 줄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0일 법무법인 한누리는 투자자 3명을 대리해 펀드 판매사인 라임운용과 신한금융투자, 우리은행 등 관계사 두 곳을 사기죄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형사 고소했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지난 10일 펀드 판매사인 라임운용과
신한금융투자, 우리은행 등 관계사 두 곳을 사기죄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형사 고소했다.<한누리 홈페이지>

이들은 라임운용이 2018년 11월 펀드 환매 중단에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이듬해 3월부터 5월까지 은행과 증권을 통해 두 달간 펀드를 계속 새로 설계·발행해 판매했다고 보고 있다. 그 과정에서 환매가 가능할 것처럼 수익률이나 기준가 등 수치를 속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누리는 NH투자증권·신영증권·유안타증권·대신증권·미래에셋대우 등 증권사와 하나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 등 은행들이 라임운용 펀드를 파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투자 피해자들을 모으고 있다. 한누리는 계약 취소와 투자손실금 반환 등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후 환매 중단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의 집단행동도 늘고 있다. 13일 현재 네이버 ‘라임운용환매중단피해자모임’ 카페 가입자 수는 1133명으로 지난 10월 230명에서 3개월 새 약 5배 늘어났다. 금융감독원을 통해 들어간 관련 민원도 100여건이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라임운용 상품을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 16곳도 공동대응에 나섰다. 우리은행을 중심으로 신한·KEB하나·IBK기업·부산·경남은행과 KB·대신·NH농협·신영·삼성증권 등으로 구성된 대응단은 라임운용의 위법행위로 인해 고객들에게 상품을 잘못 판매한 만큼 형사고소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조처를 할 방침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라임운용이 부실 징후를 알면서도 판매사에 상품을 속여 판 게 아닌지, 펀드 수익률을 높게 보이려고 부정한 수단을 썼는지 등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핵심 관계자 줄이탈에 사태 장기화 조짐... 사모 설정액 '급감'

금융권에서는 이번 라임운용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현재 라임운용 내 인력 이탈로 삼일회계법인 실사부터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11월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부사장 이 아무개 씨가 잠적하는 등 관련자들이 회사를 줄줄이 나갔기 때문이다.

이에 이르면 13일까지 실사 결과를 내려고 했던 삼일회계법인은 전달 시점을 이달 말로 미루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일 라임운용 측으로부터 보고를 받던 금감원 또한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아예 사무실에 상주 검사역을 파견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다.

라임운용 펀드가 환매 중단돼 피해액을 산정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전체 환매 중단 펀드 액수는 1조5000억원에 달하지만 말 그대로 환매 중단으로 피해가 확정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금감원은 사태가 커진 만큼 피해자들의 분쟁조정 신청을 예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시각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번 라임운용 사태로 인해 사모펀드 투자 시장이 얼어붙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국내 사모펀드 수탁고는 411조2522억원으로 지난해 연말(412조4090억원)보다 1조1568억원 줄었다. 2018년 한해에만 79조원이나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성장세가 급격히 꺾인 것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DLF 사태 등으로 인해 정부가 사모펀드 최소 투자액을 3억원으로 늘리기로 하면서 앞으로 사모 시장은 더욱 얼어붙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이번 사태로 금투업계 전반에 대한 일반 고객들의 불신이 커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atom@insightkrea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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