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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28 19:16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취재수첩] 배달앱 시장 한 곳이 99% 독식, 괴물이 탄생하나
[취재수첩] 배달앱 시장 한 곳이 99% 독식, 괴물이 탄생하나
  • 이기동 기자
  • 승인 2020.01.08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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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사장, 소비자 피해 불 보듯…공정위는 현명하게 판단해야

[인사이트코리아=이기동 기자] 국내 모바일 음식배달앱 시장의 44%를 점유한 다국적 기업 딜리버리히어로가 점유율 55%를 가진 토종기업 배달의민족을 집어삼켜 말들이 많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을 승인하면 음식배달앱 시장의 99%를 한 회사가 차지하게 된다.

국내건 해외건, 음식배달이건 다른 어떤 산업 분야건, 특정 기업이 이 정도로 시장을 독식한 경우는 없다. 당장 독점에 따른 시장의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데도 정부와 일부 언론의 태도는 이상하도록(?) 너그러워 보인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두 회사의 인수합병 뉴스가 나온 직후 “(두 회사의 합병이) 혁신을 촉진하는 측면과 소비자에게 피해가 될 수 있는 측면을 균형 있게 따져보겠다”고 했다. 독점 기업의 탄생이 혁신적인 서비스로 이어져 소비자에게 이익이 될 수도 있으니 폐해만 보지 않고 잠재적인 이익도 고려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공정위가 본격적인 기업결합 심사에 들어가기도 전에 공정위 수장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건 우려스러운 일이다. 언론에는 일부 발언이 소개됐을 뿐이니 말씀 전체는 이와 다른 뜻이었으리라 믿고 싶다.

박홍근 을지로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우원식·제윤경 등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의원들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참여연대 등과 함께 배달의민족·딜리버리히어로 기업결합 심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박홍근 을지로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우원식·제윤경 등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의원들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참여연대 등과 함께 배달의민족·딜리버리히어로 기업결합 심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자본주의 역사에서 독점이 혁신을 촉발한 적은 없다. 혁신은 시장 전체를 장악한 단일 거대자본의 단발성 투자가 아니라, 소비자의 마음을 잡으려는 각 기업의 무한경쟁에서 꽃핀다.

미국 실리콘밸리가 혁신의 요람으로 우뚝 선 것도 치열한 경쟁의 결과다. 실리콘밸리에선 소규모 인공지능(AI) 기업부터,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이미 대기업 반열에 오른 기업까지 모두가 일분 일초를 다투는 무한경쟁을 펼친다.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민족을 사들여 하나의 회사가 되면, 내부 효율성은 확실히 증대될 것이다. 예컨대 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그들만의 효율성’에 그친다. 합병을 통해 탄생한 거대 독점기업의 이익을 올리는 데는 확실히 도움이 되겠지만, 선택의 폭이 좁아진 수 많은 소비자와 음식점 주인, 배달 노동자들에겐 난감한 상황이 된다.

김봉진 배달의민족 대표는 딜리버리히어로에 회사를 팔겠다고 발표한 뒤 “중개수수료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호언했다. 이런 약속엔 법적 효력이 없다. 설령 진심이라 한들, 단 하나의 앱이 배달앱 시장의 99%를 장악하게 된다는 ‘독점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운영하는 요기요에는 6만개, 배달통에는 20만개 업체가 등록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배달의민족 가맹점은 10만개가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중엔 겹치는 가게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음식점 주인들은 어느 앱이 수수료가 싸고 효과가 확실한지 영업사원 얘기도 듣고 입소문도 체크해 가며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정위가 딜리버리히어로와 배달의민족 기업결합을 승인하면, 그런 선택은 더 이상 불가능해진다. 딜리버리히어로와 배달의민족이 합체한-표면적으론 별도로 운영된다고 해도- 거대기업이 수수료를 올려선 안 된다고 기도하거나 읍소하거나 시위를 할 수 있을 뿐이다.

더구나 모바일 음식 배달앱 시장은 신규업체가 쉽게 뚫고 들어갈 수 없는 구조다. 배달앱 시장은 처음 형성된 2010년 초반부터 현재까지 단 한번도 시장 주도적 사업자가 바뀐 적이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이 수두룩한 탓이다.

딜리버리히어로와 배달의민족은 “거대자본의 배달 시장 진출에 대응하기 위해 이번 인수합병이 이뤄졌다”고 주장했지만, 99%를 장악한 두 회사가 ‘거대자본’ 중 하나라고 지목한 쿠팡이츠는 이 시장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다. 글로벌 기업 우버이츠도 한 자리수 점유율로 고전하다가 철수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신산업의 경우 시장이 얼마나 유연하게 변화하는지, 신규사업자의 원활한 진입이 가능한지 두루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10년간 승자가 변한 적 없는 국내 배달앱 시장의 역사는, 이 시장이 유연한 시장도 아니고 후발주자를 허용하는 시장도 아니라는 걸 이미 증명했다.

해외 선진국 중에는 독점기업을 강제 분할하는 제도를 갖춘 나라가 많다.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일단 독점기업이 탄생하고 나면 돌이킬 길 없이 속수무책이 된다는 얘기다. 그 사태를 막을 수 있는 길은 공정위가 현명한 판단을 하루 빨리 내리는 것뿐이다. 그래야 배달근로자는 물론 골목길 카페부터 시장통 맛집과 학교앞 분식점 사장님까지, 수십만명의 소시민들이 막강한 독점기업 지배 아래 놓이는 괴이한 상황을 막을 수 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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