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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29 18:38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그리고 어느 베테랑 기자와의 인연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그리고 어느 베테랑 기자와의 인연
  • 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 승인 2020.01.01 2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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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홍보실 신입사원이지? 앞으로 열심히 하게~”
지난해 12월 12일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별관에서 엄수된 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영결식에서 추모객들이 헌화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12월 12일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별관에서 엄수된 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영결식.<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필자는 1984년 초, 당시 설립된 지 17년 된 모 기업의 신입사원이었다. 서울역 앞에 있는 25층짜리 갈색의 거대한 빌딩이 그 그룹의 본사였다. 바로 대우그룹 홍보실의 해외홍보담당이 첫 직장 근무처였다. 

그 해 늦은 봄 어느 날로 기억된다. 아침에 출근하니 상사로부터 중요한 지시 사항이 있었다. 외신기자와 함께 인천에 있는 한 계열사 공장에 다녀오라는 얘기였다. 즉, 그 곳에서 미국 시사주간지 <Newsweek>의 도쿄 지국장이 회장과 인터뷰 할 예정인데 그 기자를 수행해 다녀오라는 것이다. 

아니, 그룹의 총수인 회장 인터뷰 수행을 아직 어리바리한 태(態)를 못 벗은 신입사원에게 맡기다니 지금 생각해 봐도 겁나고 아찔했던 기억이다. 그 날 인터뷰는 어찌어찌 무난히 잘 끝났다. 안도의 한 숨을 쉬고 있는 필자에게 흰머리에 검은색 뿔테안경을 쓰신 회장님이 짧고 빠르게 한 말씀하신다. “자네 홍보실 신입사원이지? 앞으로 열심히 하게~.”

문상 오지 않은 편집국장

신입사원이 회장과 직접 업무관계로 대면하는 장면은 당시나 지금이나 다른 그룹에선 상상도 못 할 것이다. 그 날 이후, 그 신입사원은 업무 수행에 매사 자신감이 넘쳤고 그 한마디가 3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당당하게 홍보전문가로 행동할 수 있게 한 비결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며칠 전 타계하신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님과 첫 대면하게 된 추억이다. 

장례식장이 서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만여명에 달하는 수많은 조문객들이 찾아왔다. 모 언론사 대표는 정‧재계 인사는 물론 문화, 예술, 체육계 인사 및 대학생과 일반 시민들이 문상 온 것을 보고 근래에 처음 보는 광경이라며 마치 시민장(市民葬) 같다고도 했다. 비록 20년 전 해체된 그룹의 총수이지만 아직 민심을 잃지 않았다는 반증일 것이다.

대우의 흥망을 가까이서 지켜 보고 직접 기사로 작성한 당시 출입기자들도 다수 조문객으로 참석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과거 매우 가까운 사이라고 알고 있던 모 종합일간지 편집국장을 지낸 한 언론인사의 모습이 3일 장 내내 보이질 않아 안타까웠다. 다음은 그가 고 김우중 회장과 얽힌 에피소드 한 편이다.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은 10일간의 방북을 마치고 26일 오전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한 자리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 측과 남포경공업 9개 분야 합작공장 설립, 석탄 등 북한 내 지하자원 공동개발, 제3국 공장 공동건설 등 해외건설 사업 등 남북간 협력사업 3개항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1992년 1월 27일 어느 조간 신문 1면에 실린 기사의 일부분이다. 이 날 대부분의 신문들이 이와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그러나 다른 신문이 하나 있었다. 마치 김 회장이 북한 방문 여행담을 직접 쓴 것처럼 “우리 일행을 태운 특별 열차가 북경역을 빠져 나와 평양역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로 시작하는 ‘김우중 회장 방북기’가 대문짝만하게 실린 것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잠시 1월 26일 오전 11시경부터 한 두 시간 사이에 김포공항에서 벌어진 상황을 살펴보기로 하자.

‘김우중 회장 방북기’ 단독보도

당시 공항 청사에는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내외신 기자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그룹 홍보실에서는 별도의 기자회견장을 마련하고 배포자료를 준비하는 등 나름대로 기자들의 기대와 요구를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룹 계열사 홍보실 직원도 총동원됐다. 당시 종합상사 ㈜대우의 홍보과장이던 필자도 당연히 그곳에 있었다.

예고한 대로 김 회장을 비롯해 ㈜대우 사장 등 이번 방북에 동행한 사장급들이 참석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방북 성과 발표, 질문과 응답, 사진 촬영 등 기자회견은 대체로 무난하게 끝났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김 회장을 비롯한 방북 일행들이 대기하고 있던 승용차를 타고 공항을 빠져 나가려는 순간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김 회장이 기자들의 추가 질문 공세를 애써 피하며 차에 타려는 순간 모 신문의 고참 기자가 회장과 악수를 하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차에 올라타는 것이 아닌가. 모두들 ‘어, 어’ 하는 사이 차는 그대로 출발했다.

회장과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그 기자를 회장도 매정하게 내리라고는 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서울역 앞 대우빌딩으로 가는 길에 신문사가 있으니 가다가 내려 주려는 생각도 있었으리라. 이렇게 그 기자와 회장 사이에 단독 대화의 기회가 주어졌다. 필자는 “베테랑 기자는 달라도 한참 다르구나” 생각했다.

그 결과가 바로 다른 신문은 싣지 못한 김우중 회장의 방북기(訪北記)다. 그 바쁜 와중에 회장이 직접 쓸 리 없었고, 설사 밤 새워 썼다 해도 특정 신문에만 줄 이유가 전혀 없었다.

게다가 기자회견장에서 발표한 내용 이외에 언론사에 알릴 내용이 극도로 제한돼 있었던 상황을 감안하면 방북기를 그 기자가 직접 쓴 것임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다만 회장 전용차에 동승해 몇 십분 동안 대화를 나눴으니 그 내용이 전혀 터무니 없지는 않으리라고 추정할 뿐이었다.

이후 몇몇 신문에서도 김우중 회장의 방북기를 게재했다. 그러나 모두가 기자회견 내용에 기자들의 상상을 덧붙여 적당히 짜깁기한 것임이 분명했다. 왜냐하면 그 기자들은 김 회장을 단독으로 만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원로 언론인이 되었을 그 베테랑 기자는 추측하건대 아마도 해외 여행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문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삼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기업가 고 김우중 회장님의 명복을 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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