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영상 혁명의 주역 지아이이앤에스 윤미옥 대표
위성영상 혁명의 주역 지아이이앤에스 윤미옥 대표
  • 이필재 인물스토리텔러
  • 승인 2020.01.0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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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감귤 농가에 자연재해 예측 정보 제공...북한 장마당 변화 훤히 들여다 봐
윤미옥 지아이이앤에스 대표. 지아이이앤에스
윤미옥 지아이이앤에스 대표. <지아이이앤에스>

제주도 감귤 농사는 겨울에 짓는다. 서리 같은 한파가 갑자기 닥치면 농사를 망칠 수도 있다. 감귤 밭에 온도·습도·풍향을 재는 AWS(Automatic Weather Station)를 설치한 후 지아이이앤에스의 위성영상 분석 시스템을 달면 경보가 울려 이런 자연 재해를 3시간 전에 미리 예측할 수 있다. 초단기 국지적 기상 예보다. 냉해(冷害)를 위성영상을 분석해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주의 첫 번째 소득원은 누가 뭐라 해도 감귤 산업이다. 지아이이앤에스는 제주도 농업 회사와 이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 회사는 위성영상 처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공급한다. 궤도 위성이나 기상위성에서 송출한 영상을 육안으로 판독할 수 있는 상태로 가공해 주는 일을 한다. 우리나라는 위성을 쏘아 올리는 데 치중한 결과 위성영상을 본격적으로 활용한 지는 얼마 안 됐다.

위성영상으로 북한 장마당 변화 정확히 분석

윤미옥 ㈜지아이이앤에스 대표는 자사의 영상처리 기술이 들어간 태풍 예보 시스템 덕에 올 들어 국내 태풍 예측이 더 정확해졌다고 말한다. 태풍 자체를 막을 순 없지만 태풍이 오는 길과 태풍이 품은 강수량을 더 정확히 예측해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북한 장마당의 변화를 더 정확히 분석하게 됐다. 지아이이앤에스의 검색엔진을 탑재해 군 정보 수집에 최적화한 이 회사 프로그램은 24시간 감시체계를 가동 중인 우리 군이 사용 중이다. 경쟁사인 미국 아크지아이에스(ArcGIS) 사의 GIS 소프트웨어보다 검색 엔진 속도가 빨라 영상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산사태로 인해 소실된 나무가 몇 그루인지도 현장에 가지 않고 위성 영상 판독을 통해 피해 면적을 자동 산출, 추정할 수 있다.

“동남아시아엔 지리정보 시스템(GIS)을 자체적으로 구축한 나라가 거의 없습니다. 아쉬운 대로 실시간이 아니라 1~2년 된 구글의 지도를 쓰죠. 개발도상국들도 GIS는 외국 기업에 맡기려 하지 않아요. 장차 이들 나라 기업에 우리 기술을 이전해 주고 이들이 GIS를 자체적으로 구축하도록 돕고 싶습니다.”

윤미옥 대표가 2019년 7월 24일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시스템 구축과 관련해 Genweb2와 MOU를 맺고 있다. 지아이엔에스
윤미옥 대표가 2019년 7월 24일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시스템 구축과 관련해 Genweb2와 MOU를 맺고 있다. <지아이이앤에스>

윤 대표는 “위성으로 찍은 영상을 활용할 곳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하버드 의대는 멕시코의 큰 호수에 소금쟁이가 갑자기 많이 늘어난 것을 호수 색이 달라진 위성 영상을 보고 알았습니다. 콜레라 발생의 전조였죠. 이 정보를 제약회사에 팔았고 제약회사는 콜레라 예방 백신을 호수 근처 지역에 대량으로 공급했습니다.”

이마트 같은 할인점 상공에서 찍은 영상을 6개월 간 분석하면 주차장의 차량 대수 추이를 분석할 수도 있다. 상권 분석, 점포 확장의 타당성 검토에도 위성영상을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아이이앤에스는 우리나라 궤도위성이 스캐닝한 지구의 영상을 육안으로 판독할 수 있는 상태로 가공·처리하는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 위성이 3600㎞ 상공에서 지구를 돌며 찍은 까만 원시 영상은 이 회사가 구축한 시스템을 거친 후 판독자에 의해 영상 분석이 이루어진다.

스리랑카 통신해양기상위성 데이터 수신분석 시스템 구축

지아이는 창립한 지 15년 된 벤처기업이다. 올해 매출액은 40억 원 규모. 위성과 관련해 5건의 특허를 보유하고있다. 윤 대표는 내년엔 매출이 1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여성경제인의 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표창을 받았고, 2009년 환경의 날엔 환경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구성원은 총 16명, C언어를 하는 웹 프로그래머를 뽑아야 하는데 중소기업 전반이 봉착한 구인난을 겪고 있다. 윤 대표는 위성영상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공공재라고 강조했다.

“누구나 구매할 수 있고, 해외엔 무료로 쓸 수 있는 영상도 많습니다. 산림청·소방방재청 등도 외국의 무료 영상을 많이 써요.”

그렇다고 위성영상을 가공하는 지아이이앤에스의 비즈니스 진입장벽이 낮은 것은 아니다. 위성영상을 판독할 수 있는 상태로 가공하는 기술의 진입장벽은 높기 때문이다. 가공한 영상을 분석하는 비즈니스의 장벽이 낮을 따름이다. 위성영상을 활용하면 남북한 협력도 지평이 넓어질 수 있다. 일례로 AWS를 북한 전역에 설치하면 기상 예보를 한반도 차원에서 더 정확히 할 수 있다.

IT 제품은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빨라 수명이 짧다. 더욱이 국방·기상 쪽에 최적화된 지아이의 영상처리 프로그램 판매는 정부-기업 간 거래(G2B)로 사업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윤 대표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동남아에 진출했다.

“우리나라가 적도 상공에 띄운 기상위성은 국내는 물론 스리랑카부터 일본까지 커버합니다. 이 지역 개도국들에 위성영상을 제공하고 싶어도 이들 나라가 위성수신 기지국을 설치할 돈이 없어요. 그래서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을 통해 우리 정부가 기지국 시스템을 구축해 줬고 우리 회사가 분석 프로그램을 공급했습니다.”

스리랑카 통신해양기상위성 데이터 수신분석 시스템 구축은 이 회사에 활로를 열어 줬다. 지아이는 스리랑카 사업 모델을 베트남에 이식하려 한다. “IT 제품은 내수 시장이 작아 결국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필리핀·방글라데시 등은 이들 나라의 IT 기업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유지보수를 이들 회사가 하도록 했어요. 그럼 이 회사들이 나중에 자국의 기상청을 상대로 사업을 벌일 수 있게 되죠. 영상 사업에 치중하는 동안엔 성장에 한계가 있었어요. 해외 진출로 우리 회사 프로그램의 수명이 길어진 셈이죠.”

‘유리천장’ 부딪혀 마흔에 다니던 직장 사표

이 회사는 또 스리랑카 사업 경험을 살려 독보적인 콘텐츠를 보유한 국내 중소기업과 손잡고 동남아 국가에 시스템을 구축해 주는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시스템통합(SI) 사업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방글라데시 마약청에 마약사범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주는 사업은 3년 전 착수해 올 초 끝났다. 현재 교통안전공단과 손잡고 방글라데시에 자동차검사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을 검토 중이다. 이렇게 해서 성공한 사업을 다른 나라들엔 커스터마이징해 이식만 하면 된다.

다음 진출국으로는 베트남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해외 위성영상은 국내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레이저로 찍은 동남아 삼림의 위성영상을 분석하면 해당 지역 나무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2018년 4월 27일 제주도 쇠소깍에서 열린 워크샵에서 기상위성개발팀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2018년 4월 27일 제주도 쇠소깍에서 열린 워크샵에서 기상위성개발팀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지아이이앤에스>

“예를 들어 종이를 만드는 데 쓰이는 나무가 많은 인도네시아의 한 삼림의 영상을 분석해 상품성을 평가한 후 이 삼림이 있는 산을 벌목하기 몇 년 전에 미리 사들일 수 있어요. 자라는 벼를 미리 사들이는 입도선매처럼 자라는 나무를 대량으로 미리 사들이는 거죠.”

윤 대표는 관광과 경영을 전공했다. 상무로 있던 전 직장에서 ‘유리천장’에 부딪혀 나이 마흔에 사표를 냈다. 영상처리 원천기술은 본래 동생이 영업이사로 있던 회사가 개발한 것이었다. 이 회사가 기술 외적 문제로 공중분해 된 후 동생을 포함해 이 회사 출신 셋과 지아이를 창업했다.

사업 방향도 G2B로 전환했다. 그날이 그해 6월 2일이었다. 정부 사업은 4월이면 발주가 끝난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이듬해 4월까지 전 직장 퇴직금을 털고 보유한 주식을 팔아 직원들 월급을 줬다.

“이런저런 성장통을 혹독하게 매년 겪었습니다. 협력관계 기업으로부터 뒤통수를 맞고 일주일 동안 앓아누운 적도 있어요.”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프로그램 개발 쪽엔 프로젝트가 마무리될 때까지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 그는 창업 3년차에 맡은 프로젝트 당시 클라이언트 측에서 대표의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요구, 그때 달달 외워 발표하면서 ‘우리 회사가 이런 일을 하는 구나’ 했다며 웃었다.

“연구원 타이프의 개발자들이 ‘우리 사장이 뭘 모른다’는 생각에 더 책임감 있게 일을 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인지 팀워크가 좋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에 대해서도 팀워크가 좀처럼 길러지지 않는 현실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창업에 대해서는 등 떠밀린 묻지마 식 창업은 피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당장 자신부터 10여년 회사 생활을 했지만 창업 성공은 쉽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국여성벤처협회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여성 리더의 강점으로 관계 중심의 리더십, 수평적 사고, 투명성, 청렴성 등을 꼽았다. “여성이 리스크 테이킹을 잘 하려 들지 않는 건 장점이자 때로는 단점이 될 수도 있겠죠. 여성 리더에겐 남자들의 말은 대체로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여성은 동료에게 식사하러 가자고 했을 때 상대가 ‘다른 약속이 있다’고 하면 ‘나한테 삐칠 일이 있었나’하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 벤처 생태계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기술이나 사업 아이디어가 있으면 투자가가 마케팅, 회계 등도 지원합니다. 우리나라 벤처캐피털은 돈을 주고 나면 매일 보고서를 쓰게 해요. 이런상황에선 우버, 샤오미 같은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이 좀처럼 나오기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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