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AGENDA] 기업시민이 희망이다
[2020 AGENDA] 기업시민이 희망이다
  • 강민경 기자
  • 승인 2020.01.01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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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처럼 행동하고 생각하는 기업…“국가·사회 적극적 행위자 돼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시민’ CEO.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정우포스코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각 사·뉴시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시민’ CEO.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정우포스코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각 사·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강민경 기자] 2002년 뉴욕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에 모인 34개 다국적기업 CEO가 한 협약에 서명했다. 코카콜라·맥도날드·필립스·도이체방크 등 굴지의 기업이 참여한 이 협약은 ‘글로벌 기업시민: CEO와 이사회의 리더십과 도전’이다. 이후 ‘기업시민’의 개념은 전 세계로 확산됐다. 우리나라에서 해당 개념이 본격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했던 때는 2018년으로, 당시 포스코가 창립 50주년을 맞아 최정우 회장이 새로운 비전으로 ‘기업시민’을 내세우면서부터다.

기업시민은 통상 ‘사회공헌활동’으로 불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CSR)’과 ‘기업 공유 가치(Corporate Shared Value·CSV)’를 포괄하는 상위 개념이다. 기업에 ‘시민’이라는 행위자를 부여함으로써 보다 적극적이고 폭넓은 참여를 요구한다. 시민이 아니지만 시민이어야 하고, 시민권은 부여받지 못했지만 시민권에 앞장서야 하는 존재로 기업을 의인화 한 것이다.

현재 국내에선 포스코·SK그룹·현대자동차그룹·신한금융그룹·미래에셋그룹 등 분야별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기업시민’을 경영철학 키워드로 삼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는 2020년 국내외 경제 화두로 ‘기업시민’을 꼽았다. <인사이트코리아>는 앞으로 기업시민을 부각하고, 그 사례를 널리 알려나갈 예정이다.


기업시민은 국제 자본시장에서 글로벌 차원의 반성이 일어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국제 사회에선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CSR)’과 ‘기업 공유 가치(Corporate Shared Value·CSV)’가 주요 가치로 언급돼왔다.

CSR과 CSV 모델이 강조하는 것은 크게 4가지 영역, 즉 경제적 이윤·법적 책무·윤리적 책임·인류애적 가치로 나뉜다. 문제는 이러한 목표와 비전들이 ‘이윤 극대화’라는 본질 앞에 제대로 수행되었는가 여부다. 이 물음에 대해 많은 기업은 회의적인 반응으로 자각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실천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약속 그리고 그것을 관찰하고 감시할 자율적 합의와 자체적 규율 권력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함께 했다. 이것이 기업시민이 국제 사회에서 대두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국가·공동체·시장’ 삼각형 가운데 기업의 적극적 역할

기업시민은 CSR과 CSV를 포괄하는 더 넓고 자율적인 가치를 지향하는 개념이다. CEO와 임원을 비롯해 직원에 이르기까지 그 기업의 모든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인지하고 동참하는 ‘가치창출적 기업행위’를 뜻한다. 주로 CEO와 임원의 관심사였고 직원들은 본인의 노동과는 별개의 건으로 여겼던 CSR과 CSV의 한계를 보완했다는 것이 기업시민의 특징이다. 직원들의 노동 동참이 가족의 생계뿐 아니라 인류사회의 복지와 안녕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알게 만들어준다는 것이 핵심이다.

‘내가 지금 하는 노동엔 어떤 사회적 가치가 숨어 있는가?’ ‘내가 어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가?’라는 직원들의 실존적 질문으로부터 출발하며, 기업에 ‘시민’이라는 명칭을 부여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CSR과 CSV의 또 다른 한계는 ‘이윤추구’라는 기업의 본질과 태도를 근본적으로 보완하기에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 사회공헌을 위해 개발된 프로그램을 중단하면 이는 곧장 과거 관료제 체제의 전통적 기업상으로 회귀하는 발판이 됐고, CEO가 바뀌면 프로그램도 함께 바뀌었다. 또 도중에 영업 손실이 늘어나면 이윤 극대화를 위한 경영노선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한계에 의해서 국제 사회에선 여러 가지 경제적 폐단이 일어났다.

1997년 우리나라 외환위기도 국제사회·경제의 부패 또는 붕괴의 주요예시 중 하나로 꼽힌다. ‘코리아 바겐세일’에 수많은 투기자본과 외국자본이 투입돼 빌딩과 공장을 헐값에 매입하곤 몇 년 후 외환사태가 진정되자 몇 배의 이득을 올리고 발을 빼는 행태는 심각한 도덕적 문제로 남았다.

이에 따라 국제 사회에서 기업은 사회·경제적 주요 행위자로서 이윤 극대화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에 대한 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자각이 확산됐다. 기업은 시장경쟁을 본질로 하지만 공동체의 협력과 자애를 중요한 가치로 수용하고, 국가의 강제력을 ‘시민권’ 증진을 위해 조정하고 매개하는 일련의 역할을 스스로 짊어져야 한다는 주장에 기업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기업은 시장영역에 있지만, 기업정신을 국가·공동체·시장이라는 삼각형의 가운데 위치하도록 해 행위양식을 개발해 가라는 것이 이 ‘기업시민’의 근본정신이다. 기업의 현실적 본질은 그대로이지만, 기업정신의 이념적 본질을 바꾸는 행위를 통해 적극적인 의미를 기업에게 부여한다는 것이다.

참여·공여·촉진 기능, 사회경제적 권리 증진 기여

기업시민의 역할은 ▲참여 ▲공여 ▲촉진 3가지로 분류된다. 먼저 ‘참여’는 기업시민이 최대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정치사회적 기능을 의미한다. 정책 반대를 표명하거나 시위에 나서는 것이 정치사회의 직접적 행위에 해당한다면, 기업시민에선 공론 형성을 목표로 매개하고 중재하는 간접적 행위를 말한다.

이 중재적 참여는 공익 향상을 위해 기업시민이 할 수 있는 긍정적 역할 중 하나다. 특히 기업시민은 집합행위자여서 상대적으로 개인보다 더 다양한 전문지식과 판단근거를 동원할 수 있고, 목표 달성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자원의 양도 풍부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참여가 가능하다. 이 때 중요한 것은 ‘기업 부르주아’의 사욕을 버리고 기업시민의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시민이 할 수 있는 두 번째 역할은 ‘공여’다.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적 약자 혹은 취약계층, 장애인 등에 대한 기업의 지원을 뜻한다. 최근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청년실업 해결과 고령자 보호 관련 프로그램도 이에 속한다. 협력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동반성장 펀드도 마찬가지다.

공여 기능은 우리나라보다 경제적으로 낙후된 해외 국가,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가 채 안 되는 나라 등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경우에 따라해당 국가의 정부 정책담당자와의 심층 논의를 통해 지식을 전수할 수도 있다.

세 번째 역할은 ‘촉진’으로, 이는 국내외 해당국 정부가 정책개혁에 나서도록 독려하는 효과다. 특히 글로벌 기업은 부패와 비리가 만연해 제도개혁을 쉽게 하기 힘든 나라, 정부의 역량이 크게 뒤처지는 나라 등에서 개혁의 방향과 비전을 보여 줄 수 있다. 최저임금법이 시행되지 않는 나라에 노동권에 관한 인식을 높여주거나, 정부 복지제도가 낙후된 곳에선 사내 후생복지가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는가 등 좋은 예시를 전파할 수 있다.

결국 ‘기업시민’이란, ‘기업+시민’의 합성 신조어로 CSR과 CSV보다 진일보한 개념이며 실천적 행위를 지향한다.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의 송호근 교수 외 4명이 저술한 도서 <기업시민의 길>에 따르면, ‘기업시민은 시민이 아니지만 시민적 행동양식을 수행하고 시민권을 부여받지 않았지만 시민권 증진과 확장에 기여하는 적극적 행위자를 지칭한다. 시장 영역에 위치하면서 정치사회로 나아가 시민권 보장과 확장을 위한 역할을 수행할 것을 공약하는 일종의 메타포다. 메타포로서 기업시민은 참여·공여·촉진 기능을 통해 사회경제적 권리 증진에 기여한다’고 정의된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기업시민 주창…최태원 SK 회장과 ‘맞손’

2019년 12월 3일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2019 기업시민 포스코 성과 공유의 장'에 최태원(오른쪽) SK그룹 회장이 참석해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사진을 찍고 있다.포스코
2019년 12월 3일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2019 기업시민 포스코 성과 공유의 장'에 최태원(오른쪽) SK그룹 회장이 참석해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사진을 찍고 있다.<포스코>

전통적으로 영리기업은 효율성과 이윤만을 추구하고 비영리조직은 정당성만 추구하면 됐다. 반면 최근 주목받는 사회적 기업은 이 둘의 본질을 접목시킨 형태다.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되 효율성과 이윤도 함께 추구하는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경제에서 기업시민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은 바로 포스코다. 포스코가 창립 50주년을 맞은 2018년 당시 ‘기업시민’을 어젠다로 내세운 이후 국내 기업의 한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2018년 7월 취임과 함께 포스코를 ‘100년 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새로운 경영이념으로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을 선포했다. 공생을 통해 지속성장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의미로, 회사를 둘러싼 사회와 그에 속한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Win-Win하겠다는 경제적·사회적가치가 포함됐다. 포스코는 ‘기업시민헌장’을 통해 “우리는 사회의 자원을 활용해 성장한 기업이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경제적 이윤 창출을 넘어 사회문제 해결에 동참하고 인류의 번영과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기여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포스코와 함께 기업시민 대열에 적극 합류하고 있는 기업이 SK다. 2019년 12월 3일 포스코가 개최한 ‘기업, 시민이 되다’ 행사에 최태원 SK 회장이 초청돼 ‘사회적 가치와 기업시민의 미래’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을 해 관심을 끌었다. 이날 최태원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가치, 기업시민 실현은 기업 자신의 생존을 위한 것”이라며 “이는 곧 기업의 생존과도 연결이 되는데,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결국 가치를 공유함으로써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어 “개별 기업 혼자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포스코와 SK가 함께 하면 그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최정우 회장과 최태원 회장은 2019년 8월 각 그룹 계열사 임원들과 함께 비공식 회동을 갖고 포스코의 ‘기업시민’, SK의 ‘사회적 가치’라는 두 경영철학을 공유한 후 사업적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2016년 ‘10년을 내다보는 중장기 사회공헌’을 비전으로 ‘미래를 향한 진정한 파트너’를 공표했다. 이후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실천 방향이자 핵심사업 영역인 ‘6대 무브(move)’를 다듬어 체계적인 사회공헌 활동으로 승화시켰다. 6대 무브는 그룹 임직원은 물론 이해관계자와 시민들까지 사회공헌 활동의 가치를 나누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전 세계 곳곳에 위치한 생산·판매 거점에서 해당 지역 사회와 꾸준히 교류하고 소통하며 지역 사회가 필요로 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 창업자는 2000년 ‘따뜻한 자본주의의 실천’이라는 가치 아래 자비 75억원을 들여 본인의 이름을 걸고 교육지원재단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이하 미래에셋재단)’을 설립했다. 미래에셋재단은 크게 장학사업과 사회복지 활동 그리고 기부·봉사 등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지원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2007년부터 시작된 해외교환 장학사업을 필두로 경제 양극화와 가정 해체 등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금융권 주요 인사들 중 ‘기업시민’을 가장 자주 언급하며 강조하는 인물로 유명하다. 2015년 신한은행장 재직 당시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던 조 회장은 그룹 회장직에 오르면서 활동 범위를 본격적으로 확장했다. 현재 신한금융은 ‘희망사회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폭넓은 기업시민 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글로벌 기업 적용 사례

해외 글로벌 기업들 역시 ‘사회적 책임’과 ‘사회적 가치’에 경영이념의 중심축을 두고, 거기에 기업윤리와 사회공헌, 사회기여, 도덕성 등 규범적 가치를 더해 실천해나가고 있다.

미국 에스티로더가 1992년부터
매년 진행하고 있는
유방암 방지 ‘핑크리본캠페인’.
<인터넷 캡처>

미국의 존슨 앤 존슨(Johnson & Johnson)은 기업시민의 대명사로 거론되는 기업이다. 존슨 앤 존슨은 1982년 자사 제품인 해열제 ‘타이레놀’을 복용한 6명이 사망하자 대응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했다. 당시 존슨 앤 존슨이 대응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것은 ‘여러 이해관계자의 요구가 충돌할 땐 소비자에 대한 책임에 우선권을 두고 해결하라’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존슨 앤 존슨은 주주보다 고객과 공동체에 대한 책임이 최우선이라고 밝히며, 주요 언론의 협조를 받아 자체적으로 대대적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다. 경찰 조사 결과, 정실질환 병력을 가진 사람이 사망자가 먹은 타이레놀에 청산가리를 넣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짐버크 당시 존슨 앤 존슨 회장은 전국에 유포된 문제가 없는 제품 3000만 병을 회수해서 소각했다. 이것이 존슨 앤 존슨이 대표적 기업시민으로 인정받고 존경받는 기업으로 재탄생한 계기다.

미국 화장품 회사인 에스티로더(Estee Lauder)의 실천 캠페인은 기업시민으로서 진행한 적극적 참여의 대표적 사례다. 1992년 에스티로더는 자기진단 키트와 핑크리본을 여성 고객들에게 나눠 주면서 유방암 방지 캠페인을 벌여 고객들의 호응을 받았다. 이후 핑크리본 캠페인은 세계 각국으로 확산돼 유방암과 여성 건강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을 환기하고, 각국 정부가 유방암 방지를 위한 공공 정책을 실행하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현재 70여개 이상의 국가에서 진행되는 ‘핑크리본 켐페인’과 함께 에스티로더 기업 가치 역시 수직상승했다.

이와 함께 최근 기업시민 모델을 적용한 해외 기업들은 대학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차세대를 위한 필수 지식·기술 교육을 지원하는 독일의 지멘스, 자국 하수정화시설 비용을 담당 지출하고 지역의 문화와 교육에 투자하는 독일 바이엘, 제 3국인 방글라데시에 진출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 힘쓰고 있는 프랑스 다논, 풀뿌리 환경 단체에 지원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의 파타고니아 등이 꼽힌다.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 원장인 송호근 석좌교수(인문사회학부장)는 ‘기업시민’이란 개념을 우리나라 기업사회로 끌어들인 인물이다. 송 교수는 정치와 경제, 사회현상과 사회정책에 관한 정교한 분석으로 알려진 학자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2019년 4월, 송 교수 외 4명의 교수는 <기업시민의 길: 되기와 만들기>라는 책을 발간했다. 포스코의 연구과제로 후원된 이 도서엔 기업시민의 배경, 개념, 나아갈 방향 등이 다각적인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제시돼 있다.

책에서 송 교수는 2018년 포스코가 창립 50주년을 맞아 ‘기업시민’이라는 비전을 선포한 것은 ‘거대한 변혁’이라고 강조하며 여기엔 시대 진단적 위기의식과 미래 비전 3개가 동시에 함축돼 있다고 한다. 이는 20세기 후반에 세계 철강 역사상 가장 성공적으로 도약한 기업으로서 50년 도약을 딛고 100년 역사를 기록해야 한다는 집념, 한국을 대표하는 재벌 대기업들은 국가의 비호와 막대한 지원 하에 성장했는데 급속한 산업화를 위해 유보했던 시민사회의 안전·평등·인권·고용안정 등을 위해 이젠 기업도 시민민주주의의 주역이 돼야 하는 책임, 특히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포스코는 2002년 민영기업으로 전환되긴 했지만 여전히 공기업 의식이 남아있는 시대적 배경 등으로 요약된다.

포스코가 내세운 기업시민의 이념은 사회와의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사회구성원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기업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이제 기업이 지향해야 하는 이념을 ‘사회적 책임’에서 ‘기업시민’으로 확대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주주만족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함께 가야하며, 경제적 이해관계자들과는 공존과 공생의 가치를 높이고 비경제적 이해관계자들에겐 저출산·고령화·불신·불평등 등 우리나라 사회의 위기 증상들을 해소할 수 있도록 사회의 품격을 높이고 조직 내 이해관계자들과는 능력과 성과에 기반 한 공정한 인사로 창의력을 극대화하는 기업시민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게 핵심이다.

이는 기업들에게도 유의미한 행위인데 존경받는 기업이 더 성장하고 지속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사회적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존경받을 때 영속적으로 이윤을 추구할 수 있다. ​기업 시민으로서 기업과 사회 간 거래에 대한 신뢰기반이 형성되면 거래비용이 최소화하고 기업, 사회 모두에 이득이 된다. 기업의 성과는 재무적 성과·주관적 성과·사회적 성과로 다양하지만 생태계의 공진화를 겨냥하는 기업시민 운동에서 지향하는 것은 ‘사회적 성과’다.

​사회적 성과로서의 명성은 같은 생태계에 속한 이해관계자들이 그 기업에 대해서 부여한 사회적 지위다. 불확실한 미래의 경영환경에 처한 기업이나 구성원들의 입장에서 명성은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시장가격표이며, 명성은 그 기업이 사회적 문제의 표적이 되지 않는 한 지속가능성을 보장해주는 보증수표이기도 하다.

기업시민 활동은 공유가치 창출과 떼어서 생각할 수 없고, 공유가치는 개별 기업보다는 생태계에 연결된 모든 이해관계자를 향한 포용적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통해 촉진될 수 있다. 오늘 날과 같은 초연결 사회는 모든 연결된 것들 사이의 의존성이 심화되는 사회이며 나의 성공은 나와 연결되어 있는 관계적 자본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내용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