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치료제 ‘메트포르민’, 발암물질 공포의 진실
당뇨병 치료제 ‘메트포르민’, 발암물질 공포의 진실
  • 노철중 기자
  • 승인 2019.12.17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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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분 함유 약제 640개 품목, 국내 240만명 복용...대체약 없는 1차 약물
싱가포르에서 유통 중인 당뇨병 치료제 ‘메트포르민’에서 발암물질 NDMA 성분이 검출됨에 따라 국내 당뇨병 환자들이 동요하고 있어 식약처가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뉴시스
싱가포르에서 유통 중인 당뇨병 치료제 ‘메트포르민’에서 발암물질 NDMA 성분이 검출됨에 따라 식약처가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당뇨병 치료제로 쓰이는 원료의약품인 ‘메트포르민’에서 발암물질 성분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난해 일어났던 고혈압치제료 발사르탄 사태의 악몽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싱가포르 보건과학청은 유통 중인 메트포르민 함유 의약품 46개 중 3개에서 발암 우려 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돼 회수했다고 발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싱가포르 관계 당국이 회수한 완제품과 동일한 제품은 우리나라에 수입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당뇨환자들의 동요가 커지는 분위기다.

지난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자신을 14~15년차 당뇨인이라고 밝힌 청원인이 ‘메트포르민 발암물질 검출...전수검사 요청합니다’라는 글을 올려 관심을 끌었다. 그는 “싱가포르 소식이 알려지자 지금 미국·유럽 등에서도 발암물질 검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며 “우리 식약처도 검사를 시작했는데 내년 6월쯤 돼야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지금도 아침저녁 매일 두 번 먹고 있는 당뇨인들로서는 6개월 이상 기다린다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라고 호소했다.

지난 16일 식약처는 “싱가포르에서 회수한 완제품과 동일한 제품은 우리나라에 수입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며 “사전 안전관리 차원에서 메트포르민 함유 의약품에 대해 사용 원료의 제조원(수입원)에 대한 계통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인사이트코리아>와 통화에서 “6개월 걸린다는 것은 과장된 것”이라며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연내 계통 조사와 시험법 마련을 마치고 원료와 완제의약품을 수거해 시험검사를 실시하면 최대 2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식약처는 제약사들에 내년 5월 31일까지 보유하고 있는 원료·완제 의약품 성분에 대해 NDMA 등 불순물 발생 가능성을 평가하고 요약 결과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불안한 여론과 NDMA 검출 시 미칠 파장을 우려해 계획을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메트포르민 함유 약제는 640개 품목이나 되고 당뇨환자의 80%(240만명)가 복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고혈압약의 경우 대체약물이 다양해 약제 변경이 가능하지만, 메트포르민은 대체약물이 없어 우려가 현실이 될 경우 그 파장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파장 큰 만큼 신중론 우세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식약처가 처음에 느슨하게 대응했다가 여론과 업계를 의식해 자체 조사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메트포르민 제제는 1차 약물로 당뇨병약의 필수 성분이면서 대체약도 없기 때문에 회수조치가 발령된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메트포르민 성분 당뇨병약을 생산하는 제조사들도 100여개나 되는 것으로 파악돼 이들 제약사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환자뿐만 아니라 의료 현장도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료보험 지급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현재 당뇨병 치료의 보험기준이 메트포르민을 중심으로 짜여져 있기 때문에 메트포르민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 새로운 진료지침이나 급여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약사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업체마다 다르겠지만 당뇨병약 매출 비중이 상당한 기업들도 많아 발사르탄 사태 당시보다 더 큰 파장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발사르탄, 라니티딘, 니자티딘 등 의약품 불순물 이슈가 연달아 터지면서 식약처의 대응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불순물 조사에 대한 식약처의 대응에 대해 “불순물의 중대성에 따라 자체조사, 전수조사 아니면 제약사들에 맡기기도 하는데 제약사마다 대응하는 방식이 다 다를 만큼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제약사에 조사를 직접 맡기면 어떤 기업은 추가적인 비용을 들여야 하는 부담도 생긴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식약처가 자체조사에 착수한 만큼 결과를 차분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지난 13일 입장문을 통해 “환자는 당뇨병약을 자의로 중단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의사들은 환자들이 과도한 우려를 하지 않도록 잘 설명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당국이 회수 조치한 3개 품목은 지난해부터 처방이 시작된 약물로 과거부터 사용하던 약물에서는 NDMA가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메트포르민 전체 품목으로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특정 메트포르민 제제 제조과정에서 일시적으로 NDMA가 생성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NDMA는 음식이나 공기, 물, 화장품 등에도 있는 성분으로 암 발생률은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물에서 사용하는 하루 허용량 96나노그램은 70년간 노출될 때 10만 명 중 1명에서 발암 위험이 나타나는 정도라는 설명이다.

식약처는 메트포르민의 파급력이 큰 만큼 업계 의견을 잘 청취하는 등 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도 일단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차분히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여론도 공포증을 유발하기보다는 관계당국의 조치를 보면서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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