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 유전자 조립하는 윤여준 이화여대 교수
미생물 유전자 조립하는 윤여준 이화여대 교수
  • 이경원 기자
  • 승인 2019.12.0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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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생물학기반 미생물 천연물 유래 신규 의약소재 개발’ 주역

 

윤여준 이화여자대학교 교수.<이경원>

전 세계 사망원인 1위는 감염성 질환이다. 그간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각종 세균의 감염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항생제가 쓰였다. 그런데 항생제를 필요 이상으로 복용할 경우 항생제 내성으로 인해 환자 치료가 어려워지고, 감염 치사율이 2배에서 많게는 13배까지 증가하는 등 위험성이 커진다. 최근에는 항생제가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까지 등장하고 있다. 항생제 오남용 문제는 의학계에서 기후 변화 만큼이나 위협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문제는 슈퍼박테리아와 같은 항생제 내성균의 출현과 이들의 세계적 확산은 점차 빨라지고 있는데, 그에 대항할 다제내성균 치료용 항생제가 개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복잡한 구조로 인해 화학적 합성에 한계가 있고, 생합성 경로가 밝혀지지 않는 등 개발에 어려움이 있는 까닭이다.

이런 가운데 윤여준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다양한 내성균의 감염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항생물질의 생합성에 성공해 그 가능성을 입증했다. 지난 11월 18일 이화여자대학교 종합과학관에서 만난 윤 교수는 “유사한 항생제들의 생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을 레고처럼 조립, 항생제의 화학구조를 변형시킬 수 있는 조합생합성이라는 새로운 기법을 시도했다”며 “다양한 의약소재로 활용될 수 있는 신규 생리활성 물질을 발굴할 가능성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성생물학기반 미생물 천연물유래 신규 의약소재 개발’ 기술이란 무엇인가요?

“인류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미생물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많은 생물학적 활성을 지니는 천연 화합물들을 발굴해 냈고, 이러한 화합물은 의약품 개발의 중요한 자원으로 사용 돼 왔습니다. 그러나 자연계 탐색을 통해 새 물질을 찾으려는 시도는 경제성과 효용성이 떨어져, 기존의 천연 화합물의 구조를 변형해 유용한 비천연 화합물을 발굴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천연 화합물의 생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조각내 레고 블록처럼 조립하고 이를 다양한 형태로 조합해 하나씩 확인하는 합성생물학적 방법(조합생합성)은 새로운 생합성 경로를 재구성하는 기술입니다. 이는 화합물의 기본골격이나 작용기 등을 변화시켜 다양한 구조의 화합물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은 기존 의약품의 구조와 활성 관계 등을 응용해 설계하기 때문에 생물학적 활성을 예상할 수 있어 새로운 구조의 유용물질을 개발하는데 보다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천연물 유래 의약품에는 대표적으로 어떤 것이 있나요?

“아미노글리코사이드(aminoglycoside) 항생제는 가장 오래된 천연물 유래 의약품으로 세균의 증식과 성장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습니다. 1944년 Streptomyces griseus에서 추출한 인류 최조의 결핵 치료제인 스트렙토마이신(streptomycin)을 시작으로 많은 아미노글리코사이드 계열 항생물질이 발견됐고, 기존의 그램양성균 위주의 항생물질에 비해 그램음성균에 대한 항균범위가 넓은 물질로 널리 사용되어 왔습니다. 1970년대에 개발된 반합성 아미노글리코사이드 항생제인 이세파마이신(isepamicin), 아미카신(amikacin), 아베카신(arbekacin) 등은 현재까지 다제내성(multidrug-resistant) 그램음성균의 치료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FK506(tacrolimus)은 장기 이식 후 장기 거부 위험을 낮추기 위해 주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면역억제제로, 미 FDA로부터 간 이식(1994), 신장 이식(1997), 심장 이식(2006) 이후 거부반응 억제제로 허가 받았습니다. FK506은 면역억제 뿐만 아니라 항진균, 항염증, 신경재생·신경보호 등 다양한 생리활성을 나타내고 있음이 보고 돼 있습니다.”

-항생제를 오남용 할 경우 어떤 현상이 일어나나요?

“항생제를 필요 이상으로 복용하면 병원성 세균이 유전자 변이를 통해 기존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갖게 됩니다. 항생제를 오남용하면 결국 대부분의 기존 항생제가 듣지 않는 일명 ‘슈퍼박테리아(다제내성균)’가 등장하게 됩니다. 항생제 내성으로 인해 환자 치료가 어려워지고 있고, 감염의 치사율이 2~13배 정도 증가한다고 보고되는 등 항생제 오남용은 기후 변화나 테러만큼 위협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항생제 내성균의 출현과 이들의 세계적 확산은 점차 빨라지고 있는데, 그에 대항할 수 있는 다제내성균 치료용 항생제가 개발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항생재 오남용 실태는 어떤가요?

“전 세계 사망원인 1위는 감염성 질환이고, 특히 MRSA(methicillin·내성 황색포도상구균), VRE(vancomycin·내성 장내구균), VRSA(vancomycin·내성 황색포도상구균) 등과 같은 내성균의 출현은 지속적이며 다각적인 항생제 개발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새로운 항생제 개발을 위한 연구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으나, 2000년대에 개발된 새로운 계열의 항생제들은 MRSA 등 그램양성균에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슈퍼박테리아인 다제내성 그램음성균에 작용하는 항생제는 1980년대 말 카바페넴(carbapenem)이 개발된 후 새로운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기존의 의약소재는 어떤 한계점이 있었나요?

“심각하게 대두되는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합성 항생제의 개발만으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실제로 1962년 시장에 선보인 날리딕스산(nalidixic acid)과 2000년에 리네졸리드(linezolid)까지 지난 37년간 신규 합성 항생제는 개발되지 않았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실은 항생제 내성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신규 항생제의 개발을 위해 기존의 방식인 합성 항생제 개발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FK506과 같이 복잡한 구조의 천연물의 경우에도 화학적 방법에 의한 유도체의 개발은 한계가 있으므로 생물학적 방법을 이용하여 천연물의 구조적 다양성을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또한 신약개발에 있어 약물개발 중단의 여러 원인 중 하나는 독성 발현이며, 이는 모든 개발 단계에서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저희가 개발한 신규 의약소재들은 이미 독성평가와 식품안전성이 검증되어 승인됐고, 효능과 작용 기작이 잘 알려져 있는 물질을 모태로 하였기 때문에 독성 발현 등의 물질 안정성 측면에서 매우 유리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개발하신 신규 의약소재는 어떤 특징을 갖나요?

“아미노글리코사이드는 내성균들의 변형효소인 AME(aminoglycoside modifying enzyme)가 공격하는 작용기의 구조변형을 통해 그램음성균 치료용 항생제로 개발 가능성이 가장 높은 물질입니다. 아미노글리코사이드 계열 항생제인 카나마이신(kanamycin)은 결핵균과 폐렴균 등의 치료에 사용되어 온 가장 오래된 항생제 중 하나이나, 오랫동안 생합성 경로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저는 복잡한 구조로 인해 화학적 합성에 한계가 있고, 생합성 경로가 밝혀지지 않아 통상적인 생물학적 방법을 통한 유도체 생산에도 제한이 있는 카나마이신을 대상으로 생합성 과정을 최초로 규명하고, 이를 이용해 다제내성 병원균의 감염을 치료할 수 있는 신규 항생제 후보물질을 개발했습니다. 카나마이신의 생합성 유전자와 또 다른 아미노글리코사이드 계열의 항생제인 부티로신(butirosin)으로부터 나온 AHBA (1-N-[S-4-amino-2-hydroxybutyric acid]) 생합성 유전자를 조합함으로써, 아미카신과 유사하지만 새로운 구조의 항생물질(1-N-AHBA-카나마이신 X)을 생합성하는데 성공했습니다. ‘1-N-AHBA-카나마이신 X’는 아미카신 내성균 등 다제내성 그램음성균에 우수한 항생활성을 보이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불어 면역억제제인 FK506은 FKBP12(FK506 binding protein 12)와 결합한 후, 다시 칼시뉴린(calcineurin)과 결합함으로써 면역세포의 하나인 T cell의 활성을 저해하고, 결과적으로 면역억제작용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FKBP12와 칼시뉴린과 결합이 저해될 경우, 면역억제 활성은 낮아지고 신경재생과 항진균 효과는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FK506은 활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특정 위치의 구조변형을 통해서 면역억제 활성을 제어하고 신경재생과 항진균 활성을 활용할 수 있는 유도체의 개발이 가능한 물질입니다. 저희는 FK506의 면역억제활성은 제거되면서 항진균 활성이 유지된 신규 유도체를 개발했습니다. 이러한 FK506 유도체들은 기존 항진균제에 비해 독성이 낮고 내성균에 우수한 항진균 활성을 보이는 특징을 나타냈습니다. 쉽게 말하면 FK506이 면역억제 외에도 신경 재생, 항진균 등의 활성을 갖고 있습니다. 만약 파킨슨병, 뇌졸중 등을 치료하기 위해 신경 재생의 활성을 이용하고자 할 때는 환자의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면역억제 활성이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구조변형 등을 통해 신경 재생 활성만 남겨두고, 면역억제 활성은 떨어뜨리는 방식이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윤여준 연구팀이 개발한 신규 항생제 후보 물질(1-N-AHBA-카나마이신 X)과 아미카신 (amikacin) 및 카나마이신 A의 구조 비교.<윤여준>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요.

“아미노글리코사이드 계열의 생합성 유전자 조합을 통해 생합성한 ‘1-N-AHBA-카나마이신 X’의 경우, 기존 항생제 내성균에 보다 우수한 항균활성(박테리아를 죽이는 것)을 보였습니다. 이는 2세대 항생제의 내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항생제로 개발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저희 연구팀에서는 또 다른 아미노글리코사이드 계열 항생제인 젠타마이신 B(gentamicin B)의 생합성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발굴해낸 새로운 중간체 물질들이 유전병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생체내의 특정 단백질이 돌연변이로 인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을 경우 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유전병을 유발시킬 수 있는데, 해당 물질들에서 이를 방지해 단백질이 정상적으로 합성이 가능하게 하는 특성을 확인했습니다. 대표적인 물질로 알려진 아미노글리코사이드 G418과 비교해 독성은 현저히 감소되고 활성은 유지되는 특징을 나타내 낭성 섬유증, 듀시엔형 근이영양증, 헐러 증후군 등의 유전병 치료에 응용 가능한 잠재력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신규 의약품 물질 후보물질들이 개발되고 추후 산업화로 이어진다면, 제약 산업의 고부가가치 창출뿐만 아니라 국민 보건과 관련된 미래 사회 창출에 필수적인 원천 기술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해당 신규 의약소재는 또 어떤 치료에 쓰일 수 있나요?

“생리활성 물질의 골격을 변형시킴으로써 활성개선이나 새로운 활성을 기대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예로 면역억제와 신경재생 활성을 가지고 있는 FK506의 물질 구조를 변형해 면역억제활성이 감소되고 신경재생과 발모활성을 보이는 물질을 개발했습니다. 해당 신규 물질은 FKBP12와 구조가 매우 유사한 FKBP52와 결합함으로써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기작을 통해 발모활성을 보였으며, 새로운 작용기작의 부작용이 적은 발모제의 후보물질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구조변형의 신규 물질들은 질병 치료뿐만 아니라, 건강증진 기능물질, 화장품 원료 등의 다양한 소재 개발에도 응용될 수 있습니다.”

-그간 중점적으로 연구하신 것은 무엇인가요?

“미생물로부터 추출한 천연물로 만든 항생제, 항암제, 면역억제제 등 주요 의약품의 생합성과정 규명과 이들의 유전자를 다양하게 조립해 새로운 물질을 생합성하는 ‘조합생합성’을 이용해 신규 의약품 후보물질들을 개발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현재 기술 개발 단계는 어디쯤인가요?

“현재 미생물유래 천연물의 구조변형 물질의 합성에 관한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다양하게 수행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새로운 물질들이 발견·개발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팀에서 개발되는 물질들 역시 대상에 따라 기술이전이 된 경우도 있고, 새로운 후보물질 개발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보완되어야 할 부분은 없나요?

“아무래도 충분한 양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개발대상 물질의 우수성 입증과 약물특성자료 확보, 나아가 산업화를 위해서는 물질의 충분한 공급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생산균주의 개량, 정제공정 개발 등의 연구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래 100대 기술로서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최근 급속한 유전체분석기술의 발전에 따라 다양한 미생물의 유전체 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됐고, 유전체 정보를 기반으로 한 무한한 생합성 유전자집단의 발굴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합성생물학적 기법을 적용해 다양한 생리활성물질을 확보하며, 의약소재로 활용될 수 있는 신규 생리활성의 물질을 발굴할 가능성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밝혀진 새로운 메커니즘이나 구조변형 효소 등을 기존의 천연물 의약품에 적용함으로써, 고기능의 의약소재로의 개발 측면에서 유리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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