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라이프 지점장 ‘부당해임’ 소송전, GA업계 이슈로 번지나
피플라이프 지점장 ‘부당해임’ 소송전, GA업계 이슈로 번지나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9.11.2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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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부 “부속약정 없어 해임 무효”…보험 설계사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 주목
국내 법인보험대리점(GA) 업계 1~2위를 다투는 피플라이프의 ‘부당해임’ 논란이 소송전으로 번졌다.<피플라이프>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국내 법인보험대리점(GA) 업계 1~2위를 다투는 피플라이프의 ‘부당해임’ 논란이 소송전으로 번졌다. 이번 소송은 최근 보험업계의 화두인 관리자성 인정 여부 문제와도 관련돼 있어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29일 보험업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피플라이프 소속 본부장 겸 지점장이었던 A씨는 피플라이프와 해임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벌이고 있다. 지난 7일 1심 법원은 원고인 A씨의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고, 피고인 피플라이프의 항소로 2심이 예정돼 있다.

이 사건은 피플라이프가 2016년 6월 모 GA에서 일하던 A씨를 영업본부장 겸 지점장으로 위촉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이직 후 총 5개 지점을 맡았는데, 이후 통폐합 등을 거쳐 담당 지점은 세 곳으로 줄었다.

갈등은 2018년 1월 피플라이프가 A씨를 해임하면서 시작됐다. A씨 담당 지점이 ‘연속 4회 지점장 기준’에 미달했고, 이에 따라 본부장 해임 요건(지점 3개 이상 유지)이 충족됐다는 게 이유였다. 피플라이프는 계약 후부터 지급된 초기 정착금도 반환하라고 요구했다.

본부장·지점장 해임과 지원금 환수 요구에 반발한 A씨는 지난해 2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 “바뀐 평가 기준, A씨 동의 없이 적용은 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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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부는 바뀐 평가 기준을 A씨 동의 없이 적용한 것은
부당하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뉴시스>

1심에서의 핵심 쟁점은 원고와 피고가 서로 해임 근거라고 주장한 문서들의 효력 유무였다.

A씨 측은 피플라이프의 계약해지에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지점장 위촉계약 상 해임 기준은 별도로 만들어진 ‘부속약정서’에 명시한 내용을 따라야 하는데, 해당 부속약정서에서 이를 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피플라이프는 2016년 9월 자사 영업제규정에 따라 바뀐 관리자 평가·해임 기준을 사내 홈페이지 고지와 메일 등으로 알렸고, A씨가 이에 반박하지 않은 만큼 ‘묵시적’으로 동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A씨와 사측이 본부장 위촉계약 부속약정으로 ‘영업제규정 평가·해임기준’을 계약 해지사유로 정했고, 지점장은 ‘관리자’ 측면에서 본부장과 같은 만큼 바뀐 기준을 지점장 계약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A씨 손을 들어줬다. 지점장 위촉계약 상 해임기준이 존재하지 않는 게 명백하며, 피플라이프 주장대로 지점장과 본부장이 ‘관리자’라는 이유만으로 바뀐 평가 기준을 지점장에게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사측이 바뀐 평가 기준을 단순 고지하고 메일로 보낸 것만으로 A씨가 이를 받아들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점장 위촉계약 상 해임 기준이 부속약정서에 없다’는 A씨 측 논리를 받아들인 것이다.

다만 A씨의 손해배상 요구는 일부만 수용됐다. A씨는 지점장·본부장 재직 당시 월평균 수당을 복직할 때(최대 2022년 5월)까지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지점장 수당의 경우 위촉계약 상 지점 설치에 따른 환수 규정(5년)에 따라 5년까지의 수당을 모두 인정했다. 반면 본부장의 경우 사측이 주장한 1년 단위의 갱신 논리를 받아들였다. 당초 원고 청구액의 10분의 1 수준으로 손해배상 판결이 나온 이유다.

피플라이프 관계자는 “본사가 1심 재판에서 일부 패소한 이유는 실무자가 지점장 부속약정서를 실수로 누락했기 때문”이라며 “실무자의 단순 실수로 본사가 패소했기 때문에 사건의 실질에 입각해 판단해달라는 취지에서 항소한 상태”라고 말했다.

사업자형 관리자, 계약 갱신기대권 인정받을까

최근 보험설계사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뉴시스>

최근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사 소속 ‘사업자형 관리자(지점장, 본부장 등)‘의 ‘근로자성 인정’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회사 정규직 소속으로 정해진 급여를 받고 일하는 ‘근로자형 관리자‘와는 다르게 사업자형 관리자는 성과에 따른 수당을 받는 계약직 노동자다. 하지만 근로 형태(출퇴근 시간 규정)나 성과 지표의 적용을 받는 등 근로자성의 여지가 있다는 계 보험업계나 법조계 일부 시각이다.

최근 미래에셋생명·오렌지라이프·메트라이프생명·한화손해보험 등이 전 지점장들과 벌이고 있는 퇴직금 소송 등이 근로자성 인정과 결부된 문제다. 2017년 푸르덴셜생명에서 해촉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영업 지점장 사건도 근로자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생긴 문제였다.

A씨와 피플라이프 간 소송에서의 손해배상 갈등은 한 발 더 나가 ‘계약 갱신기대권’ 문제와도 연계돼 있다. 보험설계업계 종사자들은 지점 관리자의 경우 일정 기간 계약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상 보험지점 한 곳을 설립하는 데는 적잖은 금전적 투자와 함께 지점장 주변 설계사 인맥이 동원되는데, 이 과정에서 해임될 경우 피해가 크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한 종사자는 “자영업자가 상가를 임대해도 상가 임대차보호법 상 10년간 임대 권한을 인정받는데, 지점 한 곳을 만드는데 최소 2년간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억 단위를 투자하는데도 이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회사가 1년마다 임의로 관리자를 해임할 수 있다면 누구도 계약을 맺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도 “보험지점 관리자 갱신 기간 만료에 따른 해임의 경우, 관리자가 받아야 할 수당을 회사가 가져간다는 점에서 부당이익을 얻는 것”이라며 “회사가 얻은 이익의 범위 내에서 손해배상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반면 보험업계에서는 사측도 잘못된 계약을 조정할 권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사업자형 관리자(본부장, 지점장 등)의 경우 초기 지원금을 받는 경우가 많고 별도의 정해진 급여 없이 성과에 따른 수당을 가져가는 만큼, 실적에 따른 평가와 위촉·해촉 권한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회사로서도 지점을 만드는 과정에서 지점 조성 비용과 지원금 등 적잖은 투자를 하는데, 혹여 능력이 부족한 관리자를 잘못 위촉할 경우 생기는 피해가 크다”며 “금융당국이 정한 보험설계사 위촉 규준을 준수하는 만큼 최저기준에 미달한 관리자를 해임할 권한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atom@insigh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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