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자존심 짓밟는 트럼프
주한미군 자존심 짓밟는 트럼프
  • 윤길주 발행인
  • 승인 2019.12.0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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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기작가 더그 웨드는 최근 ‘트럼프의 백악관 안에서(Inside Trump’s White House)’란 책을 출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저자와의 대화에서 자신의 생각을 적나라하게 토해낸다. ‘동맹국 대한민국’에 대한 그의 인식이 충격적이다.

트럼프는 인터뷰에서 “나는 ‘그들은 우리의 친구가 아니다. 그들은 우리를 벗겨먹는다(They are ripping us off)’고 말하겠다”고 밝힌다. 그는 “한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해 들어보지 않았나”라며 “우리는 너무 많이 준다. 그런데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고 비난한다.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과 관련해선 “우리가 한국에 4만5000명의 군인을 상시 주둔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며 “한국을 방어하는데 한 해 45억 달러를 쓰는데 정말 많은 돈”이라고 주장한다.

트럼프의 말은 팩트가 틀렸다. 사드 배치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국 국민이나 정부가 원해서 들어온 게 아니다. 사드 배치 때 중국이 전쟁이라도 일으킬 것처럼 얼마나 광분했나. 배치 후에는 우리 기업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에서 철수한 기업이 수도 없이 많다. 지금도 중국의 ‘사드 보복’은 끝나지 않아 한중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사드를 우리에게 선물이라도 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은 4만5000명이 아니다. 2만8000명 남짓이다. 트럼프는 4만5000명을 기준으로 한국 방어에 한 해 45억 달러를 쓴다고 계산했다. 트럼프가 주한미군을 부풀려 말한 것은 방위비 분담금과 관계가 깊다.

내년도 한미 분담금 협정(SAM) 협상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분담금(약 10억 달러)의 5배인 50억 달러(약 5조8000억원)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50억 달러의 근거가 무엇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우리가 지켜주니까 그냥 내라는 거다. 한편에서는 주한미군을 뺄 수도 있다고 암시하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국가 간 협상을 업자들 거래쯤으로 여기는 것은 동맹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살 때도 영수증에 매입 목록이 나온다. 하물며 국가 간 협상에서 고지서도 없이 터무니없이 50억 달러를 요구하는 것은 누가 봐도 몰상식하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트럼프의 그릇된 동맹관에서 비롯된 두 나라의 신뢰관계 악화다. 2만8000명 주한미군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주한미군은 각자가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첨병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머나먼 타향 한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들을 돈 받고 일하는 용병(用兵)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존 햄리 소장은 “주한미군은 돈을 받고 한국을 지키는 용병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군대의 목적은 미국을 지키는 것”이라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한국이 미국에 빚을 지고 있다는 전제로 시작해선 안 된다”고 했다.

트럼프는 존 햄리 소장의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동맹국이란 전제에서 이뤄져야 한다. 주먹 좀 세다고 윽박지르는 것은 마피아 방식이다. 그렇게 하면 미국에 고마워하던 한국인들도 등을 돌리게 된다. 한미 간 신뢰를 훼손하고 결과적으로 북·중·러를 이롭게 할 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세계가 납득할 수 있는 합당한 분담금 계산서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