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기술패권 맞서는 이해진의 ‘글로벌 AI 벨트’ 구상
미중 기술패권 맞서는 이해진의 ‘글로벌 AI 벨트’ 구상
  • 이경원 기자
  • 승인 2019.11.1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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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손정의와 맞손...‘국경 초월한 기술 교류’로 대항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이경원 기자] 한·일 양국의 최대 인터넷 기업 수장인 이해진 네이버 GIO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손을 맞잡았다. 지난 20여년 간 글로벌 사업에 공을 들여온 이해진 GIO가 ‘AI 전도사’ 손정의 회장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업계는 그의 승부수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18일 네이버는 자회사 라인이 야후재팬, 금융지주회사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Z홀딩스와 경영통합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경영통합으로 라인과 Z홀딩스의 모회사인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주식회사는 50 대 50으로 조인트벤처(JV, Joint Venture)를 만들어 Z홀딩스의 공동 최대 주주가 된다. Z홀딩스는 메신저 플랫폼인 라인, 포털인 야후재팬, 커머스 플랫폼인 야후쇼핑과 조조, 금융서비스인 재팬넷뱅크 등을 둔 거대 플랫폼이 된다.

라인은 일본 사용자 8000만명을 포함해 총 1억6400만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최대 메신저 플랫폼이다. 야후재팬은 이용자 수 5000만명을 보유한 일본 2위 검색 엔진이다. 두 기업의 통합은 아시아 최대 사용자 기반을 확보한 인터넷 기업의 탄생을 의미한다. 네이버는 “이번 경영통합이 핀테크 분야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새로운 사업 진출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업계는 네이버의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그간 글로벌 사업에 몰두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연합에 주목하고 있다.

이해진 GIO는 네이버 창립 1년이 지난 때부터 글로벌 사업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2000년 6월 인도네시아 검색시장 진출을 시작으로, 11월에는 네이버 재팬을 설립하며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섰다. 당시 일본 검색시장은 야후가 독점하고 있어 이해진 GIO는 4년의 고군분투 끝에 네이버 재팬을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2011년 일본에 출시한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 큰 인기를 끌며 일본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라인-야후재팬 합병...아시아 최대 인터넷 연합군 결성

해외사업에 대한 갈증이 더욱 커진 이해진 GIO는 2017년 창업 19년 만에 등기임원에서 물러난다. 글로벌투자책임자(GIO)라는 직함을 자처하며 네이버 경영 일선에서 손을 뗀 것. 사실상 해외 사업에만 전념하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이후 그는 유럽·북미 시장에서 글로벌 투자와 인공지능(AI) 투자 등 신사업 개척에 힘쓰며 글로벌 행보를 이어왔다.

이해진 GIO를 필두로 네이버는 '기술 플랫폼’이라는 비전 아래,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R&D 전문 자회사 ‘네이버랩스’를 출범시켰고, 총 9개의 AI 핵심 엔진을 자체 개발해 폭넓은 기술 라인업을 보유한 AI 플랫폼 클로바(Clova), 로보틱스, 자율주행, AI 분야에서 미래 기술들을 연구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이해진 GIO는 글로벌 기업들과 맞서 싸우려면 경쟁력 있는 기업과 힘을 합쳐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창업 당시 한게임과의 합병을 결심했던 것은 훗날 네이버가 국내 최대 포털로 자리잡는 계기가 됐다.

이 GIO는 지난 6월 공개석상에서 “미국과 중국 인터넷 제국주의에 맞서 살아남는 기업이 되고싶다”며 “제국주의와 싸우려면 연합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런 의미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연합군으로 선택한 것은 미중 AI 기술 패권에 맞서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정보기술(IT)의 ‘큰 손’으로 통하는 손정의 회장은 지난 7월 한국을 방문해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만찬 회동을 가졌다. 그 자리서 손 회장은 “AI는 인류 역사상 최대 수준의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며 “IT강국으로서의 저력을 갖고 있는 한국이 AI 기술의 경우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는 총수들에게 “한발 한발 따라잡는 전략보다는 한번에 따라잡는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 사실상 그때 연합군 결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유럽 잇는 새로운 글로벌 AI 흐름 주도

네이버의 글로벌 AI 연구(R&D) 벨트. <네이버>

현재 세계 인공지능 시장은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를 중심으로 한 미국과 BATH(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를 중심으로 한 중국으로 양분돼 있다. 한국은 AI 후발국으로서, 기술과 인력면에서 이들 기업과 격차가 큰 상황이다.

이 같은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이해진 GIO와 손 회장은 ‘인공지능’에서 뜻이 모아졌을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해진 GIO 입장에서는 글로벌 AI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손 회장의 조언처럼 좀 더 과감한 결단과 수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네이버는 미중 기술 패권에 대항할 한국 중심의 새로운 ‘AI’ 글로벌 흐름을 만드는데 앞장서고 있다.

최근 열린 국내 최대 개발자 컨퍼런스 ‘DEVIEW 2019’에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글로벌 AI 연구 벨트’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글로벌 AI 연구 벨트’는 한국과 일본, 네이버의 핵심 AI 연구소가 위치한 프랑스, 세계 10위 안에 드는 개발자 규모를 갖춘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구축되는 네이버 중심의 기술 연구 네트워크다.

이처럼 국경을 초월한 글로벌 기술 네트워크를 구축해 미중 기술 패권에 맞설 새로운 글로벌 흐름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이 벨트의 핵심이 ‘국경을 초월한 기술 교류’에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미래 AI 기술 인재까지 양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