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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선두주자' 그립 김한나 대표
[인터뷰]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선두주자' 그립 김한나 대표
  • 노철중 기자
  • 승인 2019.11.04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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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재미있게 벌고 재미있게 팬 만드는 ‘판’을 깔다
김한나 그립 대표. 그립
김한나 그립 대표. <그립>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최근 새로운 형태의 모바일 쇼핑 플랫폼이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유통업계, 투자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대표적으로 라이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그립(Grip)’이 눈에 띈다. 휴대폰에 그립 앱을 깔면 셀러(판매자)가직접 진행하는 라이브 방송을 보고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채팅 기능도 있어 상품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으면 바로 물어볼 수 있다.

홈쇼핑 방송과 달리 카메라 움직임도 자유롭다. 극단적인 클로즈업, 왜곡, 움직임 등으로 시청자들에게 강한 현장감을 전달한다. 따라서 소비자가 상품의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방송을 시청하다보면 돌발 상황도 발생한다. 시청자로부터 삼행시요청을 받기도 한다.

그립의 한 전속 그리퍼(셀러들의 상품을 대신 방송해주는 그립의 직원)에게 생방송 도중 갑자기 들어온 요청이다. 그는 프로답게 멋진 삼행시를 완성하고 박수를 받았다. 새로운 형태의 홈쇼핑이라고 부를 수도 있고 놀이하듯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신종 커머스를 개발한 사람은 김한나 대표다.

김한나 대표는 이 같은 콘셉트의 쇼핑 플랫폼을 머릿속에 그린 채 다니던 회사 네이버를 그만두고 4명의 개발자들과 함께 2018년 8월 회사 그립(Grip Corp.)을 창립했다. 지난 2월 앱 그립을 론칭하며본격적인 사업에 나섰다. 지난 7월에는 투자업체 한국투자파트너스와 네오플러스로부터 총 3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 9월에는 애경그룹 계열의 백화점 AK플라자가 그립에 입점해 업계 이목을 끌었다.

그립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뜨겁다. 서비스 오픈 후 3개월 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가 4만건을 넘었으며 지난 5월에는 애플 앱스토에서 ‘오늘의 앱’과 쇼핑 카테고리 인기순위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용자와 셀러 수도 빠른속도로 늘고 있다. 이용자 수는 9월 6만명에서 10월 말경에는 16만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480여개에서 680여개로 늘었다. 이 수치는 현재도 계속 증가 추세다. 한국에서 그립과 같은 형태의 라이브 커머스는 흔한 형태가 아니다. 일반적으로는 대기업 계열사인 TV홈쇼핑이 비디오커머스(V커머스)라는 형태로 채널을 다양화함으로써 고객 수를 확대해보겠다는 마케팅 전략의 일부로 사용돼 왔다. 최근 패션 아이템을 전문으로 하는 라이브 모바일 플랫폼 ‘스타일쉐어’가 10대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반면 그립은 거의 모든 상품을판매할 수 있는 종합 쇼핑몰이다. 11번가, 쿠팡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품목들을 생각하면 된다.

말 그대로의 ‘라이브’가 그립의 정체성

그러나 홈쇼핑·온라인쇼핑과 비교했을 때 차이는 크다. 우선 생방송을 통해서 판매한다는 면에서 홈쇼핑과 비슷하지만 쇼호스트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판매자가 직접 나와 라이브 방송에 출연하거나 그립에 소속된 그립퍼가 등장한다. 홈쇼핑이 스튜디오에 한정된 반면 그립은방송 장소에 제한이 없다.

셀러가 주방에서 판매 상품을 조리하는 라이브 방송과 먹방을 동시에 시연하는가 하면 ‘독도사랑’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셀러는 항구에서 실제로 배가 들어오는 장면을 보여주며 재료의 신선함을 강조하기도 한다. ‘스테이폴리오’라는 셀러는 숙박시설을 소개하며 예약을 도와주는데 개인적으로 한옥을 좋아해 전통 양식의 숙박시설을 직접 방문해 방송을 진행하기도 한다.

김 대표는 말 그대로의 ‘라이브’를 그립의 정체성으로 삼았다. 셀러와 구매자가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점과 방송의 생동감을 그립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는다. 가령 그리퍼와 셀러는 쇼핑호스트 특유의 말투를 지양한다.

그리퍼는 일상에서 말하는 투로 방송하고 사투리를 쓰는 어부나 농부의 말도 그대로 시청자에게 전달된다. 또한 구매자가 셀러를 팔로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판매자가 라이브 방송을 시작하면 팔로워에게 알림이 간다. 김 대표는 이러한 관계를 일종의 ‘팬(fan)’이라고 칭한다. 상품을 한 번 사는데 그치지 않고 그립을 통해서 신뢰를 쌓고 관계가 지속되기를 바라는 김 대표의 마음이 담긴 것이다.

김한나 대표는 네이버에서 함께 일했던 개발자 4명과 함께 그립을 창업했고알음알음으로 멤버들을 모아 지금은 총 17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그립
김한나 대표는 네이버에서 함께 일했던 개발자 4명과 함께 그립을 창업했고알음알음으로 멤버들을 모아 지금은 총 17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그립>

최근 유행하는 ‘인플루언서(influencer)’와도 차이가 있다. 그립은 그리퍼를 채용할 때 일반인들을 뽑는다. 친한사람과 영상통화를 하듯 친근하게 얘기할 수 있으면 된다. 그렇다고 인플루언서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개그맨 유상무 씨도 그리퍼로 활동하고 있다. 당장은 인플루언서가 판매자의 상품을 최대한 많이 팔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팬을 많이 늘려감으로서 향후 인플루언서로 성장하는 게 바람직한 일이다.

그립과 같은 형태의 라이브 커머스는 2~3년 전 중국에서 먼저 시작됐다. 중국의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오프마켓 타오바오를 기반으로 하는 라이브 방송 ‘타오바오 쯔보’가 대표적이다. 2016년 등장한 쯔보는 4시간 방송에 최대 1000만명이 들어올 만큼 중국 내 반응이 폭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판매자는 2시간에 33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실제로 한국 동대문에서 활동하는 쯔보 판매자들도 상당수 있다. 중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동대문의 패션 상품들을 판매하는 것이다. 이들이 올리는 하루 매출은 1500만원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방송에는 최대 1만여명의 고객이 몰리기도 한다.

김 대표가 사업을 구상할 당시 중국 쯔보가 잘 되니까 나도 해야겠다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이전에 다니던 네이버에서 폰 꾸미기 서비스 라인 데코, 카메라 앱 스노우, 잼라이브 등의 마케팅 리더로 일하다 보니 ‘영상’에 주목하게 됐고 동영상 콘텐츠로 사업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연히 중국의 사업과 비슷한 사업을 하게 됐지만 김 대표는 그립만의 색깔을 가지고 펼칠 계획이다.

국내 ‘넥스트 커머스’ 선두주자로 관심 증폭

그립은 ‘전 국민의 1인 미디어 커머스 플랫폼’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김 대표는 가능하면 ‘놀이’ 개념의 쇼핑 플랫폼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또 셀러들이 돈을 재미있게 벌면서 팬을 만들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스타트업으로서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인사이트코리아>는 김 대표를 만나 그립에 대한 자세한 얘기와 함께 향후 국내 유통업계에 새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모바일 커머스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최근 35억원 투자유치, AK플라자 입점 등으로 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데 소감은?

“소감이라고 할 만한 것을 느낄 만큼 감정적으로 여유가없는 것 같다. 굉장히 바쁘고 정신이 없고 뭔가 잘해야된다는 생각이 앞서 있다. 총알(투자금)이 생긴 거니까 앞으로 어떻게 해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 겨를이 없다. 사실 투자업계에서 굉장히 많이 관심을 가져주셨다. 투자유치 기사가 나가고 해외투자자 4곳 정도에서 연락이 왔고 국내 투자자들한테도 연락이 많이 왔다.”

왜 그렇게 많은 러브콜을 받는다고 생각하나.

“한마디로 말하면 ‘커머스의 넥스트’인데 앞으로 커머스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 같으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나는 영상으로 소비자들한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사업을 시작했다. 팬심이 작용한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판매 방식이 두드러지고 인터넷과 모바일이 발달하면 할수록 영상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되다보니 영상 커머스는 당연히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으로 안다. 다만 내가 먼저 실행을 했으니 궁금한 것을 물어보시고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 사실 넥스트의 정확한 그림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영상과 관련된 것들이 어떤 형태로든 쇼핑에 모습을 크게 드러낼 것 같고 활용될 것 같은데 소비자들한테 어떤 형태로 접근될까 이런 고민들을다 하시더라. 어떤 형태인지 모르니 먼저 시작한 저희한테 관심을 가지는 듯 싶다.”

대기업 홈쇼핑 업체들과도 경쟁해야 하는데 두려움 없었나.

“두려움이 있었으면 못 했을 것 같다. 네이버에서 잼라이브, 스노우카메라 등 모바일 영상과 관련 앱을 마케터로서 많이 다뤘는데 그 과정에서 밀레니얼을 상대로 영상으로 소통하는 방식을 많이 체험했다. 그런 경험을 살려서 모바일 영상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대기업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지는 않았다. 대신 홈쇼핑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전략적으로 선택했다. 쇼핑·유통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나와 멤버들이 할 수 있는 것, 홈쇼핑과는 다른 모바일 커머스 플랫폼을 제공하고자 했다. 가령아프리카 티비처럼 동시다발로 생방송을 진행할 수 있고 현장감 있는 영상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셀러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또 상품 경쟁력이 없을 수 있기 때문에 공산품 보다는 인스타 인기 상품이나 현장감을 살릴 수 있는 산지 과일·생선을 판매했고 심지어 빌딩 판매를 시도해보기도 했다. 대기업 홈쇼핑들도 커머스의 다양한 형태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다만 그립은 그립만의 접근 방식으로 나가고자 한다.”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앱 그립에는 채팅 기능이 있어 실시간으로 셀러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며 상품에 대한 세세한 정보까지 얻을 수 있다. 셀러가 마음에 들면 팔로우도 할 수 있어 나중에 이 셀러가 라이브 방송을 하면 알림이 뜬다.그립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앱 그립에는 채팅 기능이 있어 실시간으로 셀러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며 상품에 대한 세세한 정보까지 얻을 수 있다. 셀러가 마음에 들면 팔로우도 할 수 있어 나중에 이 셀러가 라이브 방송을 하면 알림이 뜬다. <그립>

그렇다면 그립만의 콘셉트는 무엇인가.

“라이브를 통해서 판매자가 자기 정보를 다 오픈해 상품의 신뢰도를 높이고 팬을 만드는 과정을 갖도록 독려하고 있다. 채팅을 통해서도 신뢰를 쌓을 수 있다. 구매자들은 질문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소통하며 팔로우 관계를 맺게 되면 나중에 판매자가 다른 상품을 판매할 때 팔로워에게 알림이 가게 된다.”

그립은 라이브 방송에 익숙하지 않은 판매자에게 그리퍼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리퍼는 인플루언서, 쇼호스트 아카데미 연습생, 일반인 등 다양한데 쇼호스트의 목소리 톤을 지양하게 하고 영상통화 하듯이 친근하게 상품을 소개해 줄 수 있어야한다. 친구가 어디 맛집 맛있더라고 말하면 나중에라도 한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처럼 그리퍼가 친근하게 다가감으로써 설득력을 갖췄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방송 화면도 클로즈업으로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다양한 카메라 앵글로 상품을 소개하면 그만큼 신뢰도가 쌓이게 된다.”

그립의 셀러들은 주로 어떤 분들인지 궁금하다.

“판매자들 70% 정도는 자기 상품을 파는 분들이다. 기업 MD일 수 있고 사장님일 수도 있다. 자신이 개발한 떡을 대중화시키겠다는 생각으로 그립을 찾으셨던 셀러가 기억에 남는다. 독도 새우, 독도 오징어 같은 흔하지 않은 상품들을 판매하는 셀러도 있다. 여행자들을 위해 한옥 숙소를 소개하면서 판매하는 분도 있다. 이런 것들은 일반 커머스에서 잘 볼 수 없는 아이템들이다. 개그맨 유상무 씨도 그립에서 방송하고 있다. 인기가 굉장히 많다.”

소상공인·중소기업 사장님들한테는 판매 수단을 제공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다. 나중에 수수료도 낮추고 싶다. 사실 홈쇼핑 판매는 재고 부담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저희는 당일 상품을 보여주고 반응에 따라 재고를 조절할 수 있는 구조다.”

그립은 인플루언서·채팅·팬 요소들 때문에 놀이 개념의 쇼핑공간으로 불릴 수 있을 것 같다.

“그 부분은 실제로 되게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다. 돈을 재미있게 벌 수 있고 재미있게 팬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지금은 법적인 문제 때문에 안 되는데 개인들도 직접 상품을 사고 팔수 있도록 하고 싶다.”

창업 과정이 궁금하다.

“개발자 4명과 함께 창업했다. 모두 네이버 출신으로 뛰어난 실력을 가진 개발자들이다. 내가 먼저 사업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는데 스타트업인 만큼 많은 돈을 줄 수는 없어서 대신에 ‘세상을 함께 바꿔야 되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설득했다. 돈보다 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이친구들이 움직일 것 같지 않았다(웃음). 또 좋은 서비스를 개발해 세상을 이롭게 하자는 말도 했다. 내 말에 공감해주고 함께해 준 정말 고마운 친구들이다.”

앞으로의 포부가 궁금하다.

“어느 정도 규모로 키워야겠다는 생각보다는 훌륭한 회사를 만들어보고 싶다. 최고의 플랫폼을 만들어 재구매가 많이 일어나고 팬심으로 형성된 관계망 속에서 소비자들은 좋은 상품을 만나고 기업들은 그립에서 성공했으면 좋겠다. 그립은 또 기술 기반 커머스 회사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저희 기술을 이용해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전 국민의 1인 미디어 커머스 플랫폼’이 되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AI도 준비 중이다. 미래의 커머스는 AI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콘텐츠가 있으면 그콘텐츠와 관계있는 것들만 보이게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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