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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부산 신호 부영아파트 4800세대 라돈 공포 1년
[르포] 부산 신호 부영아파트 4800세대 라돈 공포 1년
  • 도다솔 기자
  • 승인 2019.10.2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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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가구는 불안감에 이사...부영 "간이 측정기계로 인해 빚어진 오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소관 국토교통부·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새만금개발청 종합국정감사에 참석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소관 국토교통부·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새만금개발청 종합국정감사에 참석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도다솔 기자] 지난 21일 국토교통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라돈’ 검출 아파트 문제가 1여 년 만에 다시 도마에 올랐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의 ‘전국 아파트 1만9000여 세대에서 라돈 검출 피해 신고가 접수됐고, 대책을 마련한다고 한 지 1년이 지났다’는 지적에 “(라돈 건축자재 관련) 가이드라인을 거의 다 만들었기 때문에 곧 발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라돈은 무색·무미·무취의 자연방사성 물질로 폐암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센터(IARC)는 라돈을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앞서 정 의원이 전국 14개 광역지자체로부터 제출받은 아파트 라돈 검출피해 신고 내역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올해 8월까지 16개단지, 1만8682세대에서 라돈이 측정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지역별로는 부산시가 4800세대로 가장 많았고 ▲세종시 3792세대 ▲서울시 3161세대 등이 뒤를 이었다. 건설사별로는 ▲포스코건설 5164세대 ▲부영주택 4800세대 ▲한신공영 1439세대 순이었다.

지난해 11월 초 한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이 삽시간에 화제가 됐다. 한 임대아파트 입주민이 가정용 라돈 측정기를 이용해 자체적으로 검사한 결과 기준치 5배가 넘는 1000베크렐(Bq/m³)이 측정되면서 라돈 침대 사태와 더불어 연말 가장 뜨거운 이슈로 촉발됐다. 국내 실내공기질관리법이 규정한 실내 라돈 농도 기준치는 세제곱미터(㎥)당 200베크렐(Bq/m³)이다.

지난해 11월 30월 시공사 부영은 해당 임대아파트에서 라돈이 검출된 화장실 대리석과 신발장, 거실 등 1·2·3·5차 4800세대 모두 자재를 교체할 것을 밝히면서 순조롭게 해결되는 듯 했다.

1여 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25일 부산시 강서구 신호동으로 가는 길은 신도시답게 넓고 잘 정비된 도로와 긴 도로를 따라 이어진 가로수길이 눈에 띄었다.

신호동은 4800세대 규모의 부영아파트 4개 단지와 671세대 규모의 민간아파트 1개 단지가 조성돼 있으며 단지 맞은편으로는 부산시 제조업 매출 1위 기업인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이 위치하고 있다.

정오 무렵 찾은 신호동은 한산했다. 건너편에 보이는 아파트 벽면으로는 부영이 제시한 전세 보증금 인하 등을 홍보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아파트 벽면 가득 계약 조건을 홍보하는 대형 현수막이 한눈에 들어온다.도다솔
아파트 벽면 가득 계약 조건을 홍보하는 대형 현수막이 한눈에 들어온다.<도다솔>

인근에 위치한 부영 견본주택을 방문하니 해당 임대아파트 입주 시 소개자에게는 33평 기준 100만원, 55평 150만원의 소개 수수료를 지급하고 기존 계약자에게는 24평 기준 500만원, 33평 2000만원, 53평 1000만원의 임대 보증금 인하 조건을 제시했다.

3년 째 거주하고 있다는 입주민 이 아무개(여·60대) 씨에게 이런 계약 변경 혜택 내용을 알고 있느냐고 묻자 “당연히 알고 있다. 여기저기 엄청 붙여놔서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가 없다”며 “라돈 이후로 이사를 많이 나가서 매년 5%씩 임대료도 꼬박꼬박 올리더니 3년간 동결해주고 전세임대료도 내려주더라. 이사 못나가게 붙잡으려고 그러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라돈이 검출됐던 자재 교체는 받았느냐고 질문하자 이씨는 “작년 한창 추울 때 밤늦게까지 줄서가며 접수 신청했는데 여태 감감무소식인걸 보니 흐지부지 돼버렸나 싶다. 올해 초쯤 아파트 안내방송으로 어느 자재로 할 것인지에 대해 알림을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 뒤로는 공지가 없어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씨와 같은 단지 입주민 박 아무개(여·50대) 씨는 “작년 말에 부산시에서 검사를 다시 해봤더니 라돈 수치가 정상으로 나왔다고 (교체를)안 해줄 것이라는 말은 들었다”며 “나이 많은 사람들이야 그냥 살지만 젊은 사람들은 아기도 키우고 하니 여기 아파트 살던 젊은 사람들이 많이 나갔다”고 말했다.

70년 이상 살아온 고향이 부산신항물류단지 조성으로 재개발되면서 이곳으로 이주했다는 이 아무개(남·70대)씨는 다소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씨는 “그 자재 바꾼다고 공사하면 온 단지에 미세먼지 풀풀 날리고 그게 (라돈보다) 더 안 좋다고 하더라”며 “또 며칠이나 문 다 열어놓고 집도 비워야한다는데 여기가 바닷가 지역이라 겨울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 굉장히 춥다. 아무리 3~4일이라도 숙박비는 누가 대줄 것이며 그 사이 도둑이라도 들면 누가 책임지나. 할 거면 날 따뜻했을 때 진작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씨는 “아내가 대리석 위에 테이프를 겹겹이 붙이면 라돈이 덜 나온다는 걸 어디선가 듣고와서 붙여두긴 했는데 아직까지 별 문제없는 것 같다”며 “그런 거 교체하는데 돈도 많이 들 텐데 나중에 분양전환 때 다시 우리한테 내놓으라고 할까봐 겁난다”고 우려했다.

25일 오후 한산한 신호동 부영 단지 일대.도다솔
25일 오후 한산한 신호동 부영 단지 일대.<도다솔>

일부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라돈 검출에 대해 의견을 취재한 결과 위의 경우처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입주민도 있는 반면 라돈 검출에 대한 불안감 등을 이유로 거주지를 옮기는 것을 선택한 입주민도 있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김 아무개(여·30대) 씨는 부영과 부산시에서 진행한 정밀 측정 이후로도 해소되지 않는 불안감에 ’라돈아이’라는 라돈측정기를 대여해 직접 라돈 수치 확인도 해봤다며 같은 입주자 모임이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라돈 관련 소식도 꾸준히 검색하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화장실이나 현관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락거리는 곳인데 여기에서 나왔다고 하니 굉장히 걱정됐다. 라돈 측정기를 빌려 검사해보니 기준치보다 높게 나올 때도 있고 이하로 나올 때도 있었다”며 “부영과 부산시 재검사 결과에서 기준치 이하로 나왔어도 누가 냉큼 그렇구나 하고 안심하고 살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부영에서 자재 교체 전부 해준다고 해서 기다렸더니 얼마 전 부영 측에서 단지에 나무 심어주고 지하 주차장 페인트칠 다시 해주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소문을 들었다. 심지어 벌써 강서구청에 결재 올라갔다는 얘기도 들리는데 해결이랍시고 나무 몇 그루 심어놓고 때우려고 하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든다. 지금 아파트에 나무가 부족한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주변에 자비를 들여 자재를 교체하거나 라돈 측정기를 대여하는 사례를 여럿 보고 들었다. 우리집은 남편과 상의 끝에 계약이 끝나면 나가기로 했다”며 “아무래도 분양아파트가 아닌 임대아파트다보니 입주민들도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아 빠르게 해결이 안 되는 것 같다. 1년 내내 결과로 이뤄진 게 아무것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라돈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진 화장실과 현관 대리석.자료=입주민 제공
라돈 검출 논란이 됐던 화장실과 현관 대리석.<자료=입주민 제공>

거주 4년 차인 윤 아무개(여·40대) 씨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윤씨는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자재 교체에서 조경이나 주차장 페인트칠을 새로 해주는 쪽으로 얘기가 나왔다는 내용을 전해 들었다”며 “재시공을 위해 작년 말에 교체 접수 신청도 냈는데 신청자가 너무 많아서 대기에 지친 입주민들이 빨리빨리 좀 접수해달라고 언성이 높아질 정도였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윤씨는 “얼마 전 인터넷에 찾아보니 우리 아파트처럼 라돈이 나온 서울의 한 아파트는 벌써 자재교체 다 해줬다고 한다”며 “그렇게 많은 입주민이 교체 접수를 신청했는데 다른 방법으로 결정된다면 허무할 것 같다. 처음부터 전면교체 해주기로 했는데 그게 안 된다면 교체 신청했던 세대만이라도 (자재 교체가) 꼭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시공사 부영 "라돈아파트? 오해 억울" 

시공사인 부영은 신호동 부영아파트 4800세대에서 라돈 검출 ‘신고접수’가 이뤄진 것은 사실이나 실제 라돈이 검출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해당 아파트에서 기준치 5배가 넘는 라돈이 나왔다며 라돈 검출 사태 발단이 된 입주민이 사용한 라돈 측정 기구는 환경부 형식승인을 받은 공신력 있는 측정 장비가 아니라는 것이다.

부영 관계자는 “부산시와 시공사 관계자, 입주자대표 입회 아래 공인된 장비를 통해 라돈 측정 검사를 실시한 결과 정부 권고량의 3분의 1 수준으로 기준치 이하 판정이 나왔으며 올해 3월 초 임차인 전체에 공지해 임차인들 역시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면 자재 교체를 하겠다고 한 이후 현재까지 자재 교체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위배되는 부분은 없지만 해당 문제 해결을 위해 그동안 임차인대표회의와 계속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라고 답했다.

자재 교체와 관련된 진행상황에 대해서는 “자재 교체 접수 신청 후 자재 선정을 거쳐 교체 시공 전 테스트 시공을 진행했으며 대리석 위를 코팅하는 시공 방법도 확인하는 등 다방면에 걸쳐 방안을 모색했으나 기존 라돈 검사 결과보다 더 낮은 수치를 보인 것은 없었다”며 “현재보다 더 나은 것이 아닌 자재로 교체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공용시설물 개선사업에 투자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대단지다보니 최종 협의까지 1년가량 걸리는 경우는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라돈이 유해한 물질이다 보니 임차인들께서 가질 불안감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라돈 농도 측정 검사 당시 부산시와 외부 검증기관인 한국환경기술연구원이 실내공기질공정시험기준(바닥에서 1~1.5m, 벽에서 0.3m 떨어진 곳)에 따라 3일에 걸친 정밀측정 결과 모두 기준치 이하로 확인됐음에도 계속해서 ‘라돈 아파트’로 거론되는 것은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 북한산 등산로에서 기준치 최대 500배가 넘는 라돈이 검출됐다는 뉴스를 언급하면서 “라돈은 공기를 포함해 일상에서 미량 존재한다. 특히 라돈은 환기만 제대로 되지 않아도 기준치 이하에서 농도가 확 높아지고 낮보다는 밤에 더 농도가 높게 나타나며 여름보다는 겨울에 더 높게 측정되는 등 계절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개인이 측정한 임시 측정 기구의 결과를 가지고 문제 삼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9월 각 세대별로 통보된 임대료 3년 동결 안내문과 견본주택에 전시된 전세보증금과 소개수수료 지급 안내문.자료=(좌측)입주민 제공, (우측)도다솔
지난 9월 각 세대별로 통보된 임대료 3년 동결 안내문과 견본주택에 전시된 전세보증금, 소개수수료 지급 안내문.<자료=입주민 제공, 도다솔>

일각에서 제기한 라돈 사태로 입주민이 줄어들어 임대료 동결과 전세 보증금을 인하한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 지방 부동산 경기 악화로 전국 부영 단지에서 임대료를 동결했으며 전세 보증금 등 가격을 조정 중”이라며 “특히 신호동의 경우 인근 명지신도시를 비롯해 부산신항지구가 생기면서 전출인구가 늘어나 일시적으로 시세가 하락해 가격조정에 들어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임차인대표회의 관계자는 라돈 관련 문제 협의에 대해 다수의 입주민이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다음 달 중으로 주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원래 화강석 교체나 코팅 시공을 고려했으나 검사 결과 현재 대리석 자재에서 나온 결과와 큰 차이가 없어 조경, 지하 주차장 출입문 개선, 도색, 상가 방향 출입문 신설 등 공공시설 개선 쪽으로 찬·반 투표를 진행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부영에서는 각 단지마다 20억원 가량의 예산을 들일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근까지 이사 나가는 입주민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라돈 검출로 인한 불안감뿐 아니라 전세보증금 인하 전 3차를 기준으로 33평은 1억7500만원 가량인 것에 반해 인근 부산신항 부영아파트는 같은 규모의 33평이 1억1000만원이라고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있어 가격적인 메리트 부분도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주택법과 건축법 등 현행법상 건축자재에서 방출되는 라돈에 대한 별도의 관리 규정이 없어 기준치를 초과하더라도 시공사에 대한 법적 처분과 개선 명령이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에 라돈의 관리 감독 기관이 환경부·국토교통부·원자력안전위원회로 나뉘어 있는 것도 신속한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는 부분이다.

정부는 지난 1월 국토교통부·환경부·원자력안전위원회·자문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건축자재 라돈 관리 필요성 및 규제방안 검토에 관한 연구용역 착수보고회’를 열고 이후 총 9번의 회의를 진행했으나 1년이 다 되도록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신속하고 안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