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 후폭풍, 돼지고기 유통 시스템 '고장'
아프리카돼지열병 후폭풍, 돼지고기 유통 시스템 '고장'
  • 노철중 기자
  • 승인 2019.10.1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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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가 떨어지는데 소매가는 그대로...불규칙한 수급으로 비정상적 공급과잉이 원인
대한한돈협회 임원들이 14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원인 규명 없는 집돼지 살처분 즉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대한한돈협회 임원들이 14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원인 규명 없는 집돼지 살처분 즉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지난 9월 17일 경기도 파주의 한 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지 1개월이 지났다. 지난 16일 기준 농가 발생 건수는 파주 5건, 연천 2건, 김포 2건, 강화 5건으로 총 14건이 며 야생 멧돼지에서 발생한 건수는 연천 3건, 철원 4건 등 총 7건으로 집계됐다. 그동안 살처분된 돼지는 모두 15만4548마리에 이른다.

이에 따른 여러 문제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사육하던 돼지를 살처분한 ASF 발생 농가의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전국적으로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ASF 발생 이전보다 최대 30%가량 급락해 거의 모든 양돈 농가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돼지고기 유통시장에서는 가격 혼선이 일어나고 있다. 도매가는 폭락하는데 소매가는 그대로이거나 소폭 내려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음식점에서도 삼겹살, 목살 등의 가격은 내리지 않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일 ㎏당 3810원으로 4000원대 아래로 내려간 돼지 도매가격은 10일 3118원, 11일은 3017원까지 급락했다. 4791원을 기록했던 9월 평균과 비교하면 37% 하락한 예외적인 급락세라는 평가다.

이동제한 영향으로 지난달 ASF 직후에는 한돈 시세가 kg당 6000원대까지 치솟았지만, 최근까지 가격 하락이 계속되고 있다. 반면 많은 사람들이 돼지고기를 주로 소비하는 음식점에서 삼겹살, 목살 등 가격은 그대로이거나 오른 경우도 있다. ASF 이전에 삼겹살 1인분 가격은 1만1000원에서 1만3000원 사이였는데 이후에도 가격을 변경하지 않은 가게가 대부분이라는 조사도 있다.

일반적으로 공급이 줄어들면 가격이 상승하고 도매가격이 내려가면 소매가격도 내려간다. 그럼에도 ASF 발병 이후에 시장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현상이 일어나 양돈 농가나 소비자들이 혼란에 빠진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도매업자들이 가격이 쌀 때 물량을 대량으로 매입해 가격이 오르면 팔려고 사재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도매가격 폭락 이유에 대해 양돈 농가들이 방역 당국의 이동금지나 살처분 명령 등을 피해 미리 출하하거나 정부 처분이 해제될 때 출하가 늦춰졌던 물량을 대량으로 경매시장에 쏟아 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수요는 급격히 줄어드는데 공급은 둘쭉날쭉하니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음식점에서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소비 심리 위축’ 때문이라는 견해가 많다. 돼지고기를 찾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식당 상인들 입장에서는 도매상에서 물건을 많이 구매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도매상들도 비슷한 원리로 물량을 많이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돈협회 “유통시스템 무너졌다” 지적

돼지고기 일별 도매가격 추이. ASF 발생 이전(아래)와 이후. 양박=머리, 내장을 제외한 육질, 단위=Kg/원
돼지고기 일별 도매가격 추이. ASF 발생 이전(아래)과 이후. <탕박=머리, 내장을 제외한 육질, 단위=Kg/원, 자료=축산물품질평가원>

현재 상황에 대해 가장 애타는 쪽은 양돈 농가들이다. 대한한돈협회는 지난 14일부터 “정부는 원인 규명 없는 집 돼지 무차별 살처분을 즉각 중단하라”며 청와대·농림축산식품부·환경부 등 3개소에서 릴레이 1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15만두 이상 살처분으로 농가들은 생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협회 내부에서는 도매가격 급락의 주요 원인을 ‘유통 시스템 붕괴’로 진단하기도 했다.

최성현 한돈협회 업무총괄 상무는 <인사이트코리아>와 통화에서 “대부분 한돈 농가들은 일정하게 거래하는 도매상이 있기 마련인데 이동제한에 걸려 거래처에 납품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어쩔 수 없이 경매시장에 돼지를 내놓을 수밖에 없고 거래처와 거래하던 때보다 헐값에 넘기기 때문에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 상무는 “현재 여러 지자체들이 ASF의 유입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로 자체적으로 이동제한을 실시하고 있다”며 “대부분 농가들은 거래처가 권역 밖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로서는 이러한 제약 때문에 유통시스템이 붕괴돼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유통구조가 불완전하다 보니 수급이 불규칙적으로 이뤄져 비정상적인 공급과잉이 일어나 도매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돈협회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ASF 발생 지역인 경기 남·북부와 강원 남·북부 등 4대 권역을 집중 관리 지역으로 지정하고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그 외 지역에서는 이동제한 명령이 없고 자유롭게 이동 가능하지만 일부 지자체에서 방어 차원에서 이동을 제한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안심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며 “소비자들에게 현재 유통되고 있는 돼지고기는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캠패인을 통해 소비가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