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1-16 11:49 (토)
‘LG의류 건조기’ 자동세척 논란, 소비자원 조정결정서 가려진다
‘LG의류 건조기’ 자동세척 논란, 소비자원 조정결정서 가려진다
  • 이경원 기자
  • 승인 2019.10.15 18: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비자들 집단분쟁 제기...어느 한쪽이라도 거부할 경우 법적 효력 없어
집단분쟁조정 절차도.<한국소비자원 홈페이지>

[인사이트코리아=이경원 기자] 지난 7월부터 시작된 LG전자 의류 건조기 결함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LG전자와 소비자들이 합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들이 제기한 해당 집단분쟁에 대한 조정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한 것.

다만 앞서 소비자원의 솜방망이식 시정조치 후 소비자 피해가 더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원은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더불어 조정결정에서는 “소비자의 권익을 증진하고 소비생활의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기관 설립 목적에 맞는 역할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15일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비자원)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4일 소비자원 내부 회의를 통해 247명의 소비자가 접수한 ‘LG건조기’ 집단분쟁조정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차후 소비자원은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14일 간 홈페이지에 개시공고를 하고, 30일 이내 조정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LG전자와 소비자 양측이 조정결정을 수락할 경우, 해당 조정결정은 성립해 법적인 효력이 발생한다. 그러나 한쪽이라도 거부할 경우엔 법적인 효력을 갖지 못한다. 강제성이 없다는 얘기다.

해당 절차는 최소 3개월의 시간이 걸릴 예정으로, 소비자들의 불편함도 이어질 전망이다.

조정결정 결과에도 소비자들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앞서 소비자원이 소비자들이 제기한 민원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원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소비자원은 다수의 소비자들이 ‘LG 의류건조기(트롬 듀얼인버터 히트펌프 건조기)’ 제품 하자와 관련해 민원을 제기하자 사실조사를 벌였다. 분석 결과 소비자원은 세 가지 측면에서 기능 미흡이 있다는 점을 발표하면서도 소비자들이 요구한 ‘환불’이 아닌 ‘시정권고’를 내렸다. LG전자는 지난 9월 2일 소비자원의 권고에 따라 2016년 4월부터 현재까지 판매된 트롬 히트펌프 건조기 전 제품에 대해 무상수리를 진행했다.

공장 입고수리 후 ‘쇳소리’ 소음 등 추가 문제 발생

주요 수리 내용은 가장 논란이 됐던 자동콘덴서 기능에 대해 ‘셀프세척’ 기능을 추가하고 응축수 양에 관계없이 매번 세척되도록 프로그램을 변경한다는 것이었다. 더불어 제품 안에 잔류해 곰팡이를 일으킨다는 응축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입 수거를 통해 베이스판·배수펌프를 전량 교체하는 등의 수리를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조치, 일명 ‘공장 다녀온 후’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하거나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고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점이다. 가령 수리결함으로 문이 열린 채 건조기가 작동하거나 건조기 다이얼 초점 불량, 부품 조립결함으로 인한 소음(달그닥거리는 쇳소리), 미관상 문제(‘소변줄’같은 잔수배출 호스) 등의 문제점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소보원의 시정 조치 후에도 피해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은 소비자원의 결정이 피해를 키우고 있다고 분노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지속해서 요구해온 것은 환불이었다. 단순 수리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잦은 수리로 인한 제품 고장도 소비자들이 우려하던 바였다.

그런데도 소비자원은 “리콜 사례는 아니다”며 “3·6·12개월 간격으로 집중 모니터링을 하면서 추가조치를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수리하고 추가 문제가 생기는지 최대 1년간 두고 본다는 식이다. 당장 건조기 사용에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소비자로서는 LG전자에 면죄부를 준다고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피해 소비자들 모임인 밴드 ‘엘지건조기자동콘덴서 문제점’에서 한 소비자는 “공장 입고하는데만 1~4달 걸리는데 입고 수리 후에도 결함이 계속되고 있다”며 “소비자원이 설립목적의 기능과 역할에 충실한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LG전자가 결함 논란이 있는 자사 의류 건조기에 대해 무상 수리를 실시한 후 추가된 잔수배출 호스. 기존에 LG전자는 별도로 응축수 배출이 필요없다고 광고했으나 잔존 응축수 배출을 위해 건조기 전면에 배출호스를 설치했으며, 소비자들은 이런 제품이면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엘지건조기자동컨덴서문제점' 밴드>

 

제윤경 의원 “최대 1년간 소비자 피해 방치 우려”

소비자원의 책임 논란은 국감에서 도마에 올랐다. 지난 7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희숙 한국소비자원 원장에게 “제품 결함이 굉장히 심각해 보인다”며 기능 미흡을 인정하면서도 리콜을 권고하지 않고, 시정조치를 내린 것에 대해 지적했다.

제 의원은 “자동세척이 된다는 것을 신뢰하고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악취와 곰팡이로 인한 피부병으로 고통을 겪었는데도 ‘수리하면 문제 없다’가 소비자원의 결정”이라면서 이번 사태에 근본적 대책 없는 시정권고를 내린 소비자원의 책임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앞서 소비자원이 진행했던 ‘의류건조기 품질비교실험’ 결과도 유책사유에 대한 근거로 들었다. 소비자원은 지난해 12월 7개 업체의 의류건조기를 대상으로 품질에 대해 시험평가를 시행한 바 있다. 해당 평가에서 소비자원은 LG전자 건조기의 경우 타사 제품과 다르게 콘덴서 자동청소 기능이 있다는 것을 인증했다.

제 의원은 “소비자원은 해당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해 보지 않은 채 비교결과를 발표했다”며 소비자원이 해당 제품의 기능을 광고해준 꼴이라고 질책했다. 결국 소비자원이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상품 선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조사를 실시했지만 그 결과가 소비자들의 건조기 구매에 영향을 줘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이다. 제 의원이 해당 제품의 환불조치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하자, 이 원장은 “추후 분기별 모니터링을 통해 재발이나 다른 문제 발생 여부를 확인해 조치하겠다”는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소비자들은 소비자원의 분쟁조정결정에 희망을 걸고 있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분쟁조정위원회 회의 결과 전액환불이 될지, 일부 금액에 대한 손해배상이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배상책임이 없다는 결론이 날 수도 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요청한 전액환불에 대해서는 조정결정이 나야 알 수 있는 부분”이라며 “최대한 빨리 진행이 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조정결정에서 전액환불을 권고하는 결정이 나 LG전자가 수락할 경우에는 247명 외 동일 피해 소비자들에게도 보상 내용이 적용될 수 있도록 권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_kw2018@insightkorea.co.kr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