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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쿠전자, 전기밥솥 화재 사고 책임 피해자에 덮어씌우기 논란
쿠쿠전자, 전기밥솥 화재 사고 책임 피해자에 덮어씌우기 논란
  • 한민철 기자
  • 승인 2019.10.0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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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전기밥솥이 화재 원인” 판단...회사측 "소비자가 정상적 용법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주장
쿠쿠전자의 시흥 사업장 전경. 뉴시스/쿠쿠
쿠쿠전자의 시흥 사업장 전경.<뉴시스/쿠쿠>

[인사이트코리아=한민철 기자] 지난 2015년 한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 원인이 쿠쿠전자의 전기밥솥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쿠쿠전자는 밥솥업계의 '삼성전자'로 불릴 정도로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곳으로 법원에서 전기밥솥이 주택 화재의 원인으로 드러나면서 이미지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구나 쿠쿠전자는 당시 화재 사고와 관련한 재판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화재 사고는 지난 2015년 11월 초 경상북도 칠곡군 한 주택에서 발생했다. 이날 오후 4시경 집주인 A씨가 집을 비운 사이, 내부에서 화재가 일어났다. 이로 인해 750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유력한 화재 원인으로 A씨 집 주방에 있던 쿠쿠전자에서 생산한 전기밥솥이 지목됐다. 관할소방서는 화재 현장조사를 통해 "전기밥솥이 심하게 탄 상태로 전체적 탄화 모습이 균일하게 하부로 주저앉아 있었고, 여기에서 생긴 불이 근처에 놓여있던 전자레인지와 김치냉장고까지 옮겨 붙은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주방 내 가전제품에 대한 연소 패턴과 탄화 흔적에 비춰봤을 때, 전기밥솥에서 화재가 시작됐고 기기 내부 전기공급 장치의 불량과 이로 인한 과열이 직접적 원인이라는 게 관할소방서의 판단이었다.

관할경찰서도 당시 A씨 집 내부에 침입 또는 방화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는 점과 함께 전기밥솥에 의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결론짓고 내사를 종결했다.

최근 A씨 주택에 대한 화재배상책임보험에 등록된 보험사가 전기밥솥 제조사인 쿠쿠전자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화재의 원인이 전기밥솥이란 점은 더욱 명확해졌다.

재판 과정에서는 당시 화재 사고의 원인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의견이 제시됐다. 국과수 감정에서는 쿠쿠전자 전기밥솥의 내부 배선에서 발화와 관련된 전기 스파크 그리고 전선의 끊어짐 등 특이점이 식별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과수는 감정의견에서 “(쿠쿠전자) 전기밥솥 이외의 곳에서 불이 났다면 외부에 노출돼 있는 전원코드가 먼저 연소되고 합선으로 인해 전선이 끊어져 기기 내부 배선에서 전기적 특이점이 발생하기 어렵다”며 “전기밥솥 내부에서 전기적 발화를 의심할 수밖에 없고, 김치냉장고와 전자레인지에서는 발화와 관련지을 만한 특이 연소 흔적이나 전기적 특이점이 식별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쿠쿠전자는 화재 원인이 전기밥솥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밥솥 후면 방향으로 불이 확대됐을 뿐이며, 최초 발화원은 김치냉장고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런 주장이 국과수와 관할소방서의 감정의견을 뒤집을 수 있는 증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용설명서에도 없는 내용으로 소비자에 책임 전가? 

쿠쿠전자는 발화 원인에 대해 사고 피해자인 A씨에게 책임을 전가하려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물이 내부로 침투할 위험이 있는 싱크대 주변이나 김치냉장고·전자레인지 등 다른 전자제품과 인접한 곳에서 전기밥솥을 사용하는 것은 정상적 용법이 아님에도, A씨가 이를 따르지 않았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하지만 사고현장 등을 찍은 사진자료 등에 따르면, 문제의 전기밥솥은 싱크대로부터 일정 부분 떨어져 있었다. 설령 그렇지 않다해도 우리나라 대부분 가정에서는 주방에 전기밥솥을 놓고 쓴다. 싱크대 역시 주방에 있는 만큼, A씨가 전기밥솥을 주방에 놓은 것이 정상적 용법이 아니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비상식적이다. 이에 따라 법원은 쿠쿠전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쿠쿠전자의 해당 제품 사용설명서에는 전기밥솥을 김치냉장고나 전자레인지 등과 거리를 상당히 이격한 상태에서 사용하라는 내용이 나와있지 않다.

쿠쿠전자는 또 화재 원인이 전기밥솥 내부 전선에서 발생한 것이 맞다고 할지라도, A씨의 오사용 또는 부주의 가능성 등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기밥솥 내부 전선을 사용자가 분해해 임의로 접촉하거나 훼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굳이 그럴 필요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쿠쿠전자 관계자는 "화재 발생 원인 확인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했으나 그 과정에서 고객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오사용을 지적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쿠쿠전자는 "A씨가 정상적 용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A씨의 오사용 내지 부주의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A씨에게 화재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우려 한 사실은 분명히 확인됐다.

주목할 부분은 쿠쿠전자가 당시 화재의 원인이었던 전기밥솥이 어떤 모델인지 아직도 특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관할소방서와 수사기관 그리고 국과수에서 발화의 원인이 쿠쿠전자 전기밥솥 내부에서의 결함이 문제였다고 결론을 내린 이상 쿠쿠전자는 해당 제품 모델이 무엇인지, 동일 모델이 몇개나 판매됐는지, 유사한 사고의 재발 가능성은 없는지 등을  파악하는 게 순리다. 그래야 같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고, 선제적으로 리콜 등 대책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쿠쿠전자가 모델을 특정하지 않는 것은 같은 모델을 사용하는 고객들이 집단적으로 사고 원인 규명, 반품 요구 등을 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쿠쿠전자 측은 "화재가 난 전기밥솥은 화재로 인한 훼손 상태가 심해 정확한 모델명 파악이 불가능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 제품을 판매할 경우 고객 기록이 남기 때문이다.

재판 과정에서 쿠쿠전자는 처음에는 화재 원인이 전기밥솥이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피해자에게 떠넘기는 행태를 보였다. 이는 국내 1위 전기밥솥 회사 답지 못한, 소비자를 얕잡아보는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쿠쿠전자는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황이다.

kawskhan@insigh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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