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0-23 22:04 (수)
삼성바이오 콜옵션 공시 누락, 외감법 위반 처벌 논란
삼성바이오 콜옵션 공시 누락, 외감법 위반 처벌 논란
  • 한민철 기자
  • 승인 2019.10.04 14: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검찰 “허위·부실 공시” vs 회사측 “거짓 작성·공시 안 해"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뉴시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한민철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대표이사 김태한) 분식회계 증거인멸 의혹에 관한 재판에서 법정공방이 치열하다. 분식회계 의혹의 핵심 쟁점이라고 할 수 있는 ‘콜옵션 공시 누락’에 대해 검찰은 부실공시를 통한 허위 재무제표 작성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삼성바이오 측은 부실공시와 허위 재무제표 작성과 관련된 형사처벌 사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삼성바이오 측 피고인들에게 주어진 혐의는 증거인멸과 증거인멸교사죄 등이지만, 역시 사건의 핵심은 회계부정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다.

이에 대해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 중 하나가 콜옵션 고의 공시 누락을 통한 거짓 재무제표 작성 의혹이다. 검찰은 지난해 7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콜옵션 부실 공시에 관해 고발해옴에 따라 수사에 나섰다.

현재 증거인멸 사건에 대한 공소사실에는 2014 회계연도 삼성바이오의 감사보고서에 합작사인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 사실이 기재돼 있는데, 검찰은 당시 삼성바이오가 해당 콜옵션에 관해 구체적 요건·내용을 적시하지 않아 부실 공시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2015년 4월 1일 삼성바이오가 공시한 감사보고서의 주석 부분 중 ‘우발부채와 약정사항’에 대해서는 삼성바이오와 바이오젠 사이의 합작계약 약정에 따라,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의 지분을 49.9%까지 매입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와 합작계약을 체결할 당시 에피스에 대해 85%(삼성바이오)와 15%(바이오젠)로 지분출자를 하겠지만, 2018년 6월 30일까지 에피스의 주식을 ‘50%-1주’까지 살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을 가지는 약정을 맺었다.

결과적으로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 부분을 부채로 계상해 회계처리를 할 수밖에 없고, 이는 회사 감사보고서나 사업보고서상 중요한 공시 사항에 해당했다.

검찰은 이런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 사실이 기존 2012~2013 회계연도에는 아예 공시가 돼 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바이오젠이 합작계약상 신규제품 개발 동의권을 이미 가지고 있었다는 점, 두 회사가 경영권 행사를 위해선 52%의 주주총회 의결권을 보유해야 한다는 점 등을 기재하지 않아 부실하게 공시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부실공시와 이에 따른 허위 재무제표 작성의 목적이 회계상 부채에 해당하는 부분을 의도적으로 감추거나 늦춰, 2015년 5월부터 본격화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서 당시 삼성바이오의 모회사인 제일모직의 회사 가치에 영향을 끼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삼성바이오 “주석에 추가 기재 안 했다고, 외감법 위반 처벌 불가능” 
 
현재 검찰은 콜옵션 공시 누락과 관련해서는 관련자들을 기소하지 않은 상태다. 향후 이에 대한 기소가 이뤄진다면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법원에서 기각된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이사 등 경영진이 대상이 될 것이며,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위반 등의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외감법에서는 회사 대표이사나 회계처리 담당자가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거짓으로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형 등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회계처리 위반이라는 행위에 더해 재무제표에 작성된 내용이 허위사실이라는 조건을 만족시켜야 위와 같은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삼성바이오 측은 현재 규정상 ‘거짓으로’라는 조건에 대해 법리적 판단이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예컨대 삼성바이오가 2015년 4월 1일 발표한 감사보고서에 ‘바이오젠은 에피스 지분에 대한 콜옵션을 가지고 있지 않다’거나 ‘바이오젠이 에피스 지분을 30%까지만 살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다’는 등의 내용으로 공시를 했다면, 이는 ‘거짓으로’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한 것에 해당한다. 하지만 단순히 감사보고서의 공시 주체가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내용만을 주석에 넣었다고 해서 이를 ‘거짓으로' 작성·공시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의 주장대로 2014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 바이오젠의 동의권과 52% 주총 의결권까지 기재하지 않아 설령 내용이 부족한 공시라도 할지라도, 이것을 외감법상 처벌 요건인 ‘거짓 작성·공시’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재무제표는 크게 다섯 가지로 구성되는데, 이중 ‘주석’에서는 재무상태표와 포괄손익계산서의 핵심 내용을 추려 부연설명을 하게 된다. 여기서는 회사의 개요와 보유금융 자산 그리고 기타 리스크 등 일반적으로 회사 경영상 중요한 사항들을 기재하게 돼 있다.

중요 사항에 대한 판단 기준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서는 회계상 ‘중요성에 대한 판단’에 있어 회계처리의 주체인 기업이 정보의 질적·양적요소를 고려하되 이에 대한 1차적 판단은 역시 기업에 맡긴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중요성에 대한 판단’ 내용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서 강제하지는 않지만, 특별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면 이를 회계처리에 있어 우선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다시 말해 당시 삼성바이오의 감사보고서 주석에 넣어야 할 내용의 중요성은 1차적으로 삼성바이오가 판단할 일이었다는 의미다.

당시 회계처리의 주체인 삼성바이오는 주석에 넣어야 할 중요한 내용은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 사실로만 판단했다. 만약 제3자가 “바이오젠의 동의권과 52% 주총 의결권도 중요한 사항인데 왜 공시에 포함시키지 않았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할지라도 이를 강제할 규정이 마련돼 있거나 거짓 작성·공시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설명이다.

특히 삼성바이오 측은 2014년 이전까지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 사실을 아예 공시하지 않았다는 부분에 있어서도 나름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

삼성바이오와 같은 주식회사에서 공시란 주주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목적이 크다. 삼성바이오 변호인단의 변론 내용에 따르면, 당시 삼성바이오의 주주들은 4명으로 이중 삼성그룹 계열사가 전체의 97.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만약 당시 삼성바이오가 상장사로 다수의 주주들이 있었다면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 공시를 하지 않은 것이 상당한 문제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삼성그룹 계열사인 주주들이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에 대한 내용을 이미 자세히 알고 있었다면, 설령 그 내용을 공시하지 않았다고 해서 회계처리기준 위반이나 거짓 재무제표 작성·공시라고 할 수 없다는 얘기다.

kawskhan@inisghtkorea.co.kr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