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이터로 변신한 LG, 왜 독해졌나
인파이터로 변신한 LG, 왜 독해졌나
  • 이경원 기자
  • 승인 2019.10.02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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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계열사 사장단에 “위기극복 위해 사업 방식과 체질 철저하게 변화”
최근 LG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공격적인 경영행보가 연일 이슈화 되고 있다. <뉴시스,LG>

[인사이트코리아=이경원 기자] 구광모 LG 회장이 취임한지 1여년이 지난 가운데 LG전자· LG화학 등 LG그룹 대표 계열사들의 공격적인 경영행보가 연일 이슈화 되고 있다. 우연이라 보기엔 공통적으로 과감하고, 업계 파장도 꽤 커 업계 안팎에서는 LG그룹의 체질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인화(人和)’와 ‘정도(正道)’를 경영 이념으로 삼았던 LG그룹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라는 점에서 LG그룹 젊은 총수의 경영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한지 1년 3개월이 지났다. 지난 1년간 구 회장은 대외행보 보다는 내부를 살피며 체질 개선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선대의 정도경영을 이어가면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서는 과감히 변화를 선택하는 파격을 선보이기도 했다. 구 회장 취임 후 LG 주요 계열사들이 ‘선택과 집중’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정리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취임 1여년이 흐른 시점부터 그 변화는 더욱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최근 계열사들의 경영 전략이 좀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광모식 경영방식이 드러나고 있다는게 업계 얘기다.

가장 눈에 띄는 계열사는 최근 삼성전자와 ‘8K TV’ 주도권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LG전자다. LG전자는 9월 초 독일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삼성 QLED TV 선명도를 지적한데 이어 지난 17일에는 삼성 QLED TV를 직접 분해하며 OLED 바로 알리기 총공세를 펼쳤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LG전자는 19일 삼성전자가 허위 광고로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앞서 2014년에도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세탁기 파손’ 논란이 있었다. 당시 양사는 6개월만에 합의를 이끌어냈다. 다만 이번 ‘8K TV’분쟁에 대한 LG전자의 행보를 봤을 때는 LG전자가 강경한 입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업계 예상이다.

‘8K TV논쟁’ ‘배터리 소송’ 등 경쟁사 갈등 격화

이에 앞서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분쟁이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4월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에 소송을 냈다. 이에 SK가 지난 9월 3일 LG화학과 LG전자를 ‘배터리 특허침해’로 제소하자 LG화학은 또 다른 건으로 SK이노베이션에 반격했다. LG화학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지사업 미국법인을 ‘특허침해’로 제소했다.

LG화학은 특허 소송 건과 관련해 “경쟁사 등으로부터 특허침해 소송을 당한 경우, 정당한 지재권 보호를 위해 특허로 맞대응하는 글로벌 특허소송 트렌드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이에대해 SK이노베이션 측은 “소송남발”이라며 “정도경영에 맞게 당당하게 경쟁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더불어 그간 대화해결을 강조해 왔지만 잇단 소송제기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혀 분쟁이 더욱 격화하는 양상이다.

공격적인 모습은 계열사 전반에서 나타났다. LG유플러스는 지난 상반기 다른 통신사들과의 5G마케팅 경쟁에서 다소 도발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 7월 LG유플러스가 SK텔레콤과 KT를 단말기유통구조법(단통법)상 불법보조금을 살포했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한 것. 단통법 시행 이후 사상 처음 있는 일로, 당시 업계에서는 5G 마케팅 경쟁에 있어 불리해진 LG유플러스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격적으로 달려들고 있다는 평이 나돌았다.

또 LG생활건강은 지난 6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쿠팡을 신고한 상황이다.

<뉴시스, 그래픽=이민자>

 

인화(人和) 강조하던 선대 보다 ‘과감’한 대응으로 ‘변화’ 강조

이런 일련의 이슈들이 계속 발생하자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구광모식 체질 변화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선대 구본무 회장 때에도 다른 기업들과의 경쟁으로 인한 마찰은 불가피했다. 다만 그 대응 방식에 있어 선대 회장이 LG그룹 내부 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인화(人和)를 강조하며 조화로운 방식을 택했다면, 구광모식 경영은 다소 과감하고 공격적으로 바뀌었다는게 업계 얘기다.

이는 구 회장이 취임 후 줄곧 ‘도전’과 ‘변화’를 강조해 온 것과 맞닿아 있다. 그의 의중은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서도 드러났다.

지난 24일 구 회장은 “L자 형 경기침체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의 위기에 앞으로의 몇 년이 우리의 생존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며 “위기극복을 위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고 사업 방식과 체질을 철저하게 변화시켜 나가야겠다”고 강조했다. 또 이를 위해서는 “LG가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근본적이고 새로운 변화를 위해 실행 속도를 한 차원 높여줄 것”과 “제대로, 빠르게 실행하지 않는다면 미래가 없다는 각오로 변화를 가속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LG그룹 전반에 ‘근본적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사장단에게 직접 주문하고 있다는 점에서 계열사들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불어 최근 대내외적으로 악화된 경영환경과 계열사들의 실적 등의 한계가 LG그룹의 경영전략을 바꾸는데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LG 맏형인 LG전자의 경우 스마트폰 사업이나 TV사업 등에 있어 삼성전자에 밀려 만년 2등에 머물러 있다. 스마트폰 사업은 지난 2분기에도 1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LG의 주요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는 중국발 저가공세에 밀려 상반기에만 5000억원 대의 영업 손실이 발생했다. 현재 대규모 조직개편을 통해 LCD에서 OLED로의 사업구조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LG유플러스 역시 5G 가입자에서도 SK텔레콤과 KT 등을 넘어서지 못하면서 이통3사 꼴찌 타이틀을 벗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LG를 받치고 있는 주요 계열사들이 고전함에 따라 실적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일종의 생존전략이라고도 풀이할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SK이노베이션과 논쟁 중인 ‘OLED TV’나 ‘배터리’ 등은 LG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사업이다. 이들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기술 경쟁력과 직결되는 지적재산권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국내외 업체 관계없이 강력 대응하고 더욱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내부적인 판단이 있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LG그룹 관계자는 “과거에도 기술 특허 등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응을 해왔고 계열사별로 진행되는 부분”이라며 그룹 차원에서 별도 주문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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