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 경제와 정치 사이
한일 관계, 경제와 정치 사이
  • 양재찬 경제칼럼니스트
  • 승인 2019.10.0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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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 양국간 갈등이 첨예한 시기에 경제인들이 만나 손을 잡았다.

지난 9월 24~25일 서울에서 열린 제51회 한일경제인회의. 경제인 300여명이 만나는데 한일 양국 취재 진 100여명이 몰렸다. 일본 언론도 현장을 생방송으로 연결해 비중 있게 다뤘다. 한일경제인회의는 국교 정상화 4년 뒤, 1969년 시작 이래 한 해도 거르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회의는 무산될 뻔했다.

당초 5월에 열려다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양국 관계가 냉각되면서 기약 없이 연기됐다.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와 백색 국가(수출심사 우대국) 제외, 한국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 등으로 양국 관 계가 악화되는 가운데 지난달에야 가까스로 일정이 잡혔다. 정치·외교적 갈등과 별개로 경제·문화 교류는 지속돼야 한다는 점에서 늦게나마 한일경제인 회의가 열린 것은 다행이다.

2005년부터 매해 개최돼온 문화교류 행사, 한일축제한마당도 9월 1일 서울에 이어 28~29일 도쿄에서 열렸다.  한일경제인회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경제인들은 협력관계가 조속히 복원되길 바라지만 정치권 분위기는 냉랭하다. 서울 회의에 한국 정부 국무총리나 주무부처 장관이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해 도쿄 회의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참석해 축사를 했었다. 게다가 서울 회의장에 나온 주한일본대사는 아베 내각의 정치적 입장을 대변해 눈총을 샀다.

예견된 일이지만 정치적 이유에서 촉발된 한일 갈등의 피해는 양국 기업들과 국민에게 돌아가는 형국이다.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한국 기업들만 대체 수입처를 찾고 국산화를 꾀하느라고 분주한 게 아니다. 관련 소재를 수출하는 일본 기업들도 단골을 놓쳐 손실을 보고 있다. 한국에서 벌어진 일본제품 불매운동 여파로 한국인 여행객이 급감하면서 지방 관광지의 피해가 현실화했고, 일본 식품의 한국 수출도 40% 줄었다. 8월 중 한국인 여행객이 48% 감소했다는 일본 정부 발표를 신문들이 1면 톱기사로 전했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한국과 일본 기업들은 서로 부품과 제품을 공급하는 밀접한 분업적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교역규모나 여행객으로도 양국은 몰라라 할 수 없는 사이다. 갈등과 경제보복이 장기화하면 양국 기업들이 손해를 보고, 결국 두 나라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경제인들이 먼저 만나 정치·외교적 환경에 관계없이 소통·협력·교류해 공존·공영하자고 다짐 했다. 문화예술인과 젊은이들도 축제한마당에서 만나 춤추고 노래했다. 정치지도자들도 정치적 야심이나 감정보다 국민과 국가의 장래를 우선하는 이성적·합리적 사고로 접근해야 마땅하다.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뉴욕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 만남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과 달리 두 정상 부인은 유니세프 행사장에서 만나 포옹하며 인사했다. 한일 양국 모두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속담이 있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이번 한일 경제인회의 축사에서 일본 속담(雨降って地固まる)을 인용했다. 양국 정상은 조속히 만나야 한다. 양국 국민이 바라는 바다. 한 번으로 안 되면 두 번, 세 번 만나고 전화로도 대화하라. 두 정상에게는 양국 관계를 비 온 뒤 땅처럼 단단히 복원시켜야 할 책무가 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