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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김범석의 꿈 언제 실현되나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김범석의 꿈 언제 실현되나
  • 노철중 기자
  • 승인 2019.10.02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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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누적에도 통 큰 투자 계속…AI·빅데이터 활용해 빠르게 시장 잠식
김범석 쿠팡 대표는 '고객 감동'을 실현하는 목표로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하겠다는 각오다. <쿠팡>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쿠팡은 전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유망 스타트업이다. 동시에 누적적자가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는 어떻게 보면 불안정한 기업이기도 하다. 워런 버핏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투자 귀재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총 30억 달러(약 3조5000억원, USD 환율 기준)를 투자하기는 했지만 “과연 적자 수렁에서 언제 탈출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주변의 ‘기대 반 우려 반’과 달리 김범석 대표는 “걱정할 것 없다”며 느긋한 태도다. 김 대표 스스로는 오너로서 적자 탈출 시기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리란 게 일반적인 시각이지만 그 때가 언제인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쿠팡 내부에서는 늘어나는 적자 규모보다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는 빠르게 증가하는 매출과 든든한 외부투자 이외에 ‘고객의 삶을 바꾸겠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혁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로켓배송 시스템’에 대한 자신감도 강하다.

가파른 매출 신장, 올해 7조 예상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쿠팡의 올해 8월까지 누적 거래액(카드결제·계좌이체·휴대폰결제 포함)은 10조7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 6조8000억원 대비 57% 증가했다.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11조4000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쿠팡이 2위에 올라 있고 11번가(6조7000억원), 위메프(4조3000억원), 티몬(2조6000억원)이 뒤를 잇고 있다.

쿠팡의 매출은 2014년 이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4년 3485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5년 1조1000억원, 2016년 1조9000억원, 2017년 2조6800억원 이던 게 지난해 4조4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거래액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만큼 올해는 매출 7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적자폭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있다. 쿠팡은 지금까지 매출이 늘어날수록 적자폭도 커지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 적자 규모는 1조97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17년 6389억원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일각에서는 올해 7조원 매출이 예상되는 만큼 적자 규모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쿠팡은 여전히 물류센터 확장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현재 고양시 덕양구에 연면적 4만 평 규모의 대형 물류센터 가동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물류센터는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지난 2월 완공한 7층 높이의 고양로지스틱스파크 물류센터를 통으로 임대해 운영하는 것이다. 또 쿠팡은 2021년 완공을 목표로 대구국가산업단지 내 연면적 33만㎡(약 10만 평) 규모의 거점형 대형 메가물류센터를 짓고 있다.

현재 쿠팡은 인천과 덕평에 각각 10만㎡(약 3만 평) 규모의 메가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전국 지역 물류센터를 모두 합치면 37만 평, 축구장 167개 규모의 물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2021년 대구 물류센터가 완공되면 그 규모는 51만 평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른바 ‘규모의 경제’는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수익이 나는 것을 가리킨다. 하지만 쿠팡은 규모는 계속 커지지만 아직 수익은 나지 않는 특이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중이다. 쿠팡은 갈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미래에 대한 투자가 아직도 부족하다는 내부 평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쿠팡의 인천 메가물류센터 전경. <쿠팡 뉴스룸>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는 아직도 쿠팡의 적자 규모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적자 규모가 늘어나기는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유의미한 지표들이 나타나고 있고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온라인을 통한 유통 거래량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쿠팡이 인프라에 투자를 계속할 수 있는 이유는 매출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전문가들은 쿠팡이 손익구조를 개선하려면 적어도 25~30% 이상의 시장점유율이 필요하다고 본다. 쿠팡은 아직 10% 점유율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쿠팡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아마존처럼 압도적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고객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말하게 하라

쿠팡의 일관된 목표는 고객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다. 김범석 대표는 지난 4월 “올해도 공격적 투자를 계속 이어 간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고객을 감동시키기 위해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막대한 투자를 진행해왔다”며 “쿠팡은 앞으로도 고객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하게 될 때까지 고객 감동을 위한 기술과 인프라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이 처음 당일 배송을 선언했을 때만해도 “그게 가능할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 당시 배송 과정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복잡한 구조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적어도 하루 반나절은 족히 걸릴 것으로 생각했다.

쿠팡에 대한 초기 반응은 육아를 하는 엄마들(육아맘) 사이에서 나왔다고 한다. 가령 출산 후 산후조리원에서 시간을 보내다 막상 퇴원하는 날이 오면 육아맘들은 아이를 위한 용품을 마련할 여유가 없기 때문에 당장 내일 새벽에 사용할 기저귀가 없어 난감한 상황을 겪기도 한다.

남편도 직장 때문에 시간이 없는 경우 대부분의 육아맘들은 당일 배송해주는 쿠팡을 자주 이용했다는 것이다. 이후 급하게 필요한 상품은 일단 ‘쿠팡’이라는 인식이 점점 확산됐다. 육아맘들 사이에서 ‘쿠팡맨이 남편보다 낫다’라는 우스개가 유행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쿠팡에 따르면 하루 평균 170만 개의 상품이 쿠팡을 통해 거래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 2명 중 1명이 쿠팡 고객이다. 2010년 쿠팡의 고객 수는 500만 정도였는데 현재는 2500만 고객을 보유할 만큼 성장했다. 굳이 급하게 필요한 물건이 아니더라도 빠르고 안전하고 정확하게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쿠팡을 이용한다는 얘기다.

쿠팡은 또 하나의 고객 감동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현재 베타테스트 중으로 시범 운영되고 있는 음식 배달앱 ‘쿠팡이츠(Coupang Eats)’다. 로켓배송을 통해 쌓은 쿠팡의 IT 기술력과 물류 노하우·서비스 마인드를 바탕으로 주방 없는 시대의 일상을 감탄이 나올 만큼 편리하게 변화시키겠다는 것이다.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수많은 식당들과 무수히 많은 가정이 서로 최단 경로로 연결되고 식당에서 조리된 따끈한 된장찌개가 빠르게 내 집 식탁에 도착하게 만들겠다는 포부다. 이미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쿠팡이 내세우는 차별점은 정확한 배달 시간을 예측하고 내가 시킨 음식이 어디쯤 오고 있는지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서비스 내용을 쿠팡이 밝히지 않았지만 쿠팡의 시그니처인 속도와 편리성으로 승부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것이 연결된 경이로운 물류시스템

로켓배송(당일배송)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비결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최첨단 IT 기술을 기반으로 구축된 쿠팡만의 독특한 시스템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5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쿠팡맨과 축구장 167개 면적의 물류센터, 고객들을 잇는 핵심 기술이 첨단 IT 기술인 AI·빅데이터에 기반하고 있다는 얘기다.

쿠팡맨은 캠프에 출근해서 퇴근하기까지 쿠팡 직원들이 직접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앱, App)이 설치된 스마트폰이나 PDA를 들고 다닌다. 로켓배송 앱(RDA:Rocket Delivery App)은 쿠팡맨이 고객의 배송지, 상품 개수와 고객의 요청사항을 확인해 빠르고 정확한 배송 서비스를 지원하는 앱이다. 또한 캠프에서 반송·반품 등의 업무를 지원하는 로켓캠프 앱(RCA:Rocket CampApp)과 일반인 자가용 배송을 지원하는 플렉스 배송 앱(FDA:Flex Delivery App)이 있다.

쿠팡 인천 메가물류센터 내부 전경. <쿠팡 뉴스룸>

일반적인 택배기사들은 배송만을 전문으로 한다. 쿠팡의 경우 국내에서 유일하게 주문과 결제, 물류센터 운영과 배송까지 온라인 쇼핑의 전 과정을 쿠팡맨이 모두 책임지고 있다. 배송앱이 쿠팡맨과 쿠팡의 물류시스템을 연결하는 셈이다. 심지어 배송앱은 쿠팡맨이 사용하는 PDA뿐만 아니라 물류센터에서 사용하는 스캐너를 비롯해 여러 자동화 장비와도 연결할 수 있다.

쿠팡의 또 다른 핵심은 AI·빅데이터 기반의 물류센터다. 현재 인천과 덕평에 중추 역할을 하는 대형 메가물류센터가 있다. 이 물류센터에는 신속하게 상품을 찾아 포장하기 위해 빅데이터와 AI 알고리즘이 적용됐다. 여기에 쿠팡은 창고에서 물건을 빠르게 찾을 수 있는 ‘랜덤 스토(Random stow)’ 시스템을 도입했다.

일반적인 물류센터는 비슷한 품목별로 물건을 분류해 쌓아두고 직원이 해당 상품의 위치를 파악해 직접 가서 가져오는 ‘피킹(Picking)’ 방식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쿠팡은 같은 물건을 창고 여기저기에 일정 분량씩 진열해놓고 있다. 겉으로는 무질서해 보이지만 사실은 인공지능이 상품별로 입출고 시점과 주문 빈도, 물품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예측해 진열한 것이다. 만약 쿠팡맨이 분유와 기저귀를 같이 피킹해야 한다면, 인공지능이 두 물품의 위치와 직원의 위치를 고려해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알려준다. 이처럼 쿠팡은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돼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가장 빨리 정확하게 고객에게 상품을 전달할 수 있다.

국내 온라인 시장은 빠르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디지털 기반 위에서 태동한 산업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문제는 이 치열한 경쟁에서 누가 ‘게임체인저’가 되느냐다. 쿠팡은 가장 늦게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누구보다 빠르게 시장을 점령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향후에는 경쟁업체들로부터 수 많은 견제와 도전을 받을 전망이다. 정통적인 오프라인 강자인 롯데와 신세계가 본격적으로 온라인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향후 쿠팡이 얼마나 이들의 공격을 방어하고 어느 시점에 적자에서 탈피할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