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릭스미스 너마저...바이오주 추락에 투심 '패닉'
헬릭스미스 너마저...바이오주 추락에 투심 '패닉'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9.09.24 18: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뇨병성신경병증 치료 후보물질 임상 3상 실패...코오롱티슈진·신라젠·에이치엘비 등 악재 연속
24일 오전 김선영 대표는 헬릭스미스가 글로벌 임상 3상 톱라인을 연기한 데 대해 긴급 간담회를 열고 관련 경위와 향후 대응 방향을 밝혔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주식시장에서 침체된 바이오업종의 반전 카드로 거론됐던 헬릭스미스가 글로벌 임상 3상 톱라인(지표 데이터) 발표를 연기했다. 신약 임상 과정에서 약이 혼용돼 데이터를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최근 연이은 바이오 임상 실패에 헬릭스미스마저 무너지며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24일 코스닥 시장에서 헬릭스미스는 전일 대비 29.99%
하락한 12만원에 장을 마감했다.<네이버금융>

24일 장 마감 기준 헬릭스미스는 전일 대비 29.99%(5만1400원) 하락한 12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지난 23일 헬릭스미스는 당초 이번주 예정됐던 당뇨병성신경병증 치료 후보물질 ‘엔젠시스(VM202-DPN)’의 글로벌 임상 3상 톱라인 결과 발표를 연기한다고 공시했다. 임상 3상 일부 환자에서 위약(가짜약)과 약물의 혼용 가능성이 발견됐다는 이유다. 쉽게 말해 신약 효과를 위해 함께 실험한 위약군에서도 엔젠시스가 검출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는 24일 오전 긴급 간담회를 열고 “지난 주 약력학 데이터에서 중대 결함을 발견했다”며 “어이없는 일이 발생해 송구함을 금치 못한다. 병원에서의 오염 가능성을 크게 본다”며 고개를 숙였다.

글로벌 3상 2개 동시 진행 중 악재...임상 연기에 바이오 '찬물'

헬릭스미스는 1996년 서울대학교 내 사내벤처인 바이로메디카퍼시픽으로 시작한 국내 ‘학내 벤처 1호’다. 김선영 서울대 미생물학과 교수가 연구실에서 유전자 치료제 연구를 하다가 자본금 5000만원으로 직접 회사를 차렸고, 1999년 바이로메드로 사명을 바꾼 뒤 올해 초 헬릭스미스로 다시 개명했다.

헬릭스미스는 ‘pCK 벡터’라는 플랫폼 기술로 신약을 만들었는데 그 대표 제품군이 바로 이번에 문제가 된 엔젠시스다. 이외에도 허혈성 족부궤양 치료제(VM202-PAD)까지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글로벌 임상 3상을 두 건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점 때문에 시가총액이 한때 4조원에 육박하는 등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헬릭스미스의 임상 실패는 바이오업계 뿐만 아니라 금융투자업계에서도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15년 임상 3상 승인 이후 3년째 대규모 임상을 진행했는데 결과 발표 직전에 브레이크가 걸렸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톱라인 결과 발표에 앞서 지난 7월 돌았던 ‘데이터 불용’ 루머도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당시 헬릭스미스 측은 회사 홈페이지에 ‘악의가 담긴 험담’이라는 게시물을 통해 “루머는 완전 거짓”이라며 “라벨이 바뀌어 3상에 쓰였다면 발견 즉시 공시해야 하는 사안이며, 우리는 소송을 당해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사측이 부인했던 루머가 사실로 밝혀진 데 대해 김 대표는 “정보 유출 가능성은 거의 제로(0)라고 본다”며 “저도 이번 데이터를 지난주에 봤기 때문에 만일 그 이전에 알았다면 블라인드 코드가 깨졌다는 이야기”라고 해명했다. 헬릭스미스 측은 당시 루머와 다르게 라벨링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고 임상 병원에서 문제가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헬릭스미스 주가가 하한가로 내려앉으면서 다른 바이오주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날 KRX헬스케어 지수는 전일 대비 1.99%(51.60포인트) 하락한 2541.94에 거래를 마쳤다. 코오롱티슈진·신라젠·한미약품·에이치엘비 등의 악재에 헬릭스미스가 기름을 부은 모양새다.

지난 5월 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의 품목허가 취소를 당한 코오롱티슈진은 현재 주식시장에서 상장폐지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지난 6월 말에는 에이치엘비가 신약 ‘리보세라닙’ 임상에서 1차 유효성 평가지표인 전체 생존기간(OS)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소식에 급락했다.

지난 7월에는 한미약품이 파트너사인 얀센에서 비만·당뇨치료제(HM12525A)의 권리를 반환했다는 소식에 당일 27%나 빠졌다. 지난 8월에는 신라젠의 간암치료제 ‘펙사벡’이 임상 3상을 중단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올해 들어 바이오 업종 주가가 추락하는 만큼 투자자들 사이에선 4분기 반등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헬릭스미스의 임상 3상 결과 발표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위약군과 약물군의 환자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실수로 임상 데이터 자체를 활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투자심리는 더 나빠질 전망이다.

헬릭스미스는 “임상 피험자 전원에게서 이상 반응 빈도가 매우 낮게 나왔고 중대한 이상 반응(SAE)이 없었다”며 “위약과 엔젠시스 혼용 가능성과 상관없이 엔젠시스의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소 3년 이상 걸리는 임상 3상을 다시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본을 지키지 못해 피해를 낳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게 됐다.

atom@insightkorea.co.kr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