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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의 '혁신' 1년, 반바지 입고 출근해도 괜찮다니까
정의선의 '혁신' 1년, 반바지 입고 출근해도 괜찮다니까
  • 노철중 기자
  • 승인 2019.09.10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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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부회장 취임 후 조직문화 안팎으로 큰 변화...대부분 직원들 만족도 높아
정의선 현대자그룹 수석부회장은 올해 시무식에서 '혁신'을 강조고 조직문화, 경영 등 기존의 보수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뉴시스
정의선 현대자그룹 수석부회장은 '혁신'을 강조하면서 조직문화, 경영 등 보수적인 이미지 탈피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오는 14일이면 취임 1주년이 된다. 그는 수석부회장 취임 이후 줄곧 혁신을 강조하며 조직문화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가(家) 3세 오너 경영인으로서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와 다른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세계적 자동차 산업의 침체 속에서 지난해 3분기 어닝쇼크 이후 약속했던 ‘V’자 반등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기업문화를 확 바꾼 게 우선 눈에 띈다. 지난 3월부터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전면 자율복장 제도를 도입했다. 현대그룹은 정주영 창업주부터 줄곧 보수적인 조직문화를 지켜왔다. 삼성과 달리 중후장대한 산업에 치중한 터라 움직임이 묵직하면서도 견고한 조직문화를 추구했다. 정몽구 회장이 현대자동차로 독립한 후에도 그런 분위기는 그대로 이어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양재동 본사 앞 출근길 풍경은 ‘넥타이 부대의 행진’이었다.

올 3월 전격적으로 자율복장 실시 이후 회사의 모습은 확 바뀌었다. 일각에서는 오랫동안 보수적 문화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변화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처음에는 직원들도 "얼마나 바뀌겠나"라며 의구심을 가졌다. 회사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타운홀미팅’을 열기도 했다. 그 자리에서 한 직원은 “반바지나 츄리닝을 입어도 됩니까”라고 질문하기도 했다. 현대차 경원지원본부장인 장재훈 부사장은 “T.P.O.(Time, Place, Occasion)에 따라 판단해 입으시면 된다”고 답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실제로 많은 것이 변했다는 평가다. 남자 직원들 사이에서 고난이도에 속하는 반바지 차림이 목격된다. 여성 직원들의 옷차림도 단조로움에서 벗어나 스키니진, 꽃무늬 원피스, 화려한 색채 의상 등 다채로워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인사이트코리아>와 통화해서 “복장이 진짜 많이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신도 자율복장 실시 이후 거의 매일 남방·청바지·운동화 차림으로 출근한다고 했다. 그룹 계열사의 또 다른 관계자는 “반바지는 안 될 줄 알았는데 실제로 반바지 입은 직원이 나타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자율복장의 목적은 생산성 높이는 것

현대차의 자율복장은 신차 발표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진행된 팰리세이드 신차 발표회(위)와 최근 진행된 베뉴 신차 발표회의 분위기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현대자동차
현대차의 자율복장은 신차 발표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진행된 팰리세이드 신차 발표회(위)와 최근 진행된 베뉴 신차 발표회 분위기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현대자동차>

복장은 외형에 불과하지만 때로는 내용을 결정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직원들의 사고방식이나 태도도 외형에 맞게 변화했는지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과연 내적으로도 변했을까. 회사 관계자는 “효율·창의성·성과 등 업무에서 실제로 효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주 52간 근무제가 실시됐다. 일반적으로 회사가 경직돼 있느냐 아니냐는 국가에서 정한 제도가 실제로 얼마나 실행되느냐로 결정된다. 현대자동차 본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현재 자율 출퇴근을 하고 있다. 자율적으로 출퇴근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직원들은 이러한 복지 혜택을 얼마나 누리고 있을까. <인사이트코리아>는 직장인 일반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현대차그룹 변화에 대한 질문을 올려봤다.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 등을 키워드로 입력해 계열사 직원들이 글을 많이 볼 수 있도록 했다.

응답자 중 대부분은 현재 변화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한 응답자는 “굉장히 좋다. 우리 회사 사랑해”라고 답했다. 이 외에 “워라벨은 진짜 좋아짐” “편하긴 진짜 편하다” “완전 칼퇴 공무원” 등 긍정적인 답변들이 나왔다. 일부는 “좋지 않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재계 안팎에서도 현대차그룹의 변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순혈주의 타파’ ‘혁신파괴’ ‘새바람’ 등 긍정적인 평가들이 대부분이다. 현대차그룹에서는 복장 자율을 시작으로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일반직 직급체계와 호칭을 개편했다. 기존 연공 중심의 사원·대리·과장·부장 등 6단계로 이뤄졌던 직급체계를 매니저와 책임매니저로 간소화했다. 직원 평가도 절대평가 방식을 도입해 불필요한 경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했다.

회사 관계자는 “새로운 인사제도는 자율성과 기회의 확대를 통해 일 중심의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문화를 조성하고 자기주도 성장과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추진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조직문화가 실제로 변화하기 위해선 회사의 역할이 중요한 데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제도적으로 뒷받침을 잘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환규 한국워라벨연구소 소장은 “자율복장은 상징성이 매우 강하다”며 “일련의 현대차의 변화는 보수적인 이미지를 벗어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조직문화를 유연하게 만드는 목적은 직원 개인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결과를 좋게 만드는 데 있다"며 "중요한 것은 이런 변화가 생산성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험성도 따른다고 했다. 최 소장은 “자율복장으로 인해 회사의 규율이 무너져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며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직원들 스스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회사도 규율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cjroh@insigh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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