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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이 쿠팡과 손 잡은 까닭은?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이 쿠팡과 손 잡은 까닭은?
  • 노철중 기자
  • 승인 2019.09.09 1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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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신세계 온라인사업 확대와 달리 온라인쇼핑몰에 입점해 판로 다변화 선택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롯데·신세계와 달리 온라인쇼핑몰에 입점해 판로를 확보함으로써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롯데·신세계와 달리 온라인쇼핑몰에 입점해 판로를 확대하는 방법을 택했다.<현대백화점>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이 국내 최대 온라인쇼핑몰 쿠팡에 입점하기로 했다. 유통 빅3 중 온라인쇼핑몰과 손잡은 곳은 현대백화점이 유일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롯데, 신세계와 달리 직접 온라인사업을 벌이지 않고 있다. 더구나 롯데·신세계의 온라인사업은 이렇다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백화점은 롯데와 신세계가 온라인쇼핑몰 통합·독립법인 신설 등 승부수를 던질 때 관망하는 자세를 취했다. 상황이 급변하고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는 온라인 시장에 무리하게 투자하기보다는 일단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계산이었다. 두 업체가 1년이 지나도 온라인사업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자 쿠팡과 손을 잡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유통 빅3 중 쿠팡에 입점한 곳은 현대백화점이 처음이다.

9일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인사이트코리아>와 통화에서 “쿠팡과의 제휴는 다양한 유통 채널을 확보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온라인몰인 더현대닷컴은 기존 e커머스 사업본부가, H몰은 현대홈쇼핑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온라인사업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 “방법만 다를 뿐 온라인 사업에 집중하고 있지만 롯데나 신세계처럼 투자 계획을 갖고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온라인 사업에서도 정지선 회장의 조용한 경영 스타일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롯데·신세계 야심차게 추진한 온라인사업 실적 저조

롯데는 롯데쇼핑 계열사들의 온라인몰을 통합 관리하는 e커머스 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신세계는 지난 2월 온라인 신설법인 ㈜에스에스지닷컴(SSG.COM)을 출범시켰다. 롯데그룹은 3조원을 투자해 2022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신세계도 2023년까지 매출 10조를 올리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올해 롯데와 신세계의 온라인사업 성적표는 초라하다. 롯데쇼핑은 지난 4월 롯데의 대표 7개(엘롯데·롯데마트·롯데프레시·롭스·하이마트·롯데홈쇼핑·롯데닷컴) 온라인몰을 한 번의 로그인으로 모두 이용할 수 있고 통합 검색과 추천 기능이 더해진 서비스 ‘롯데ON’을 론칭했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ON은 실질적인 온라인쇼핑 서비스 부분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올해 1조원의 외부 투자까지 끌어 내며 지난 2월 닻을 올린 SSG.COM은 이마트 전체의 실적 부진이라는 악재 속에서 고전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2분기 사상 첫 분기적자를 기록했다. 이마트의 자회사에 속하는 SSG.COM은 2분기 2018억원 매출(별도 재무제표 기준)을 기록했다. 1분기 3843억원보다 쪼그라들었다. 영업손실은 2분기 113억으로 1분기 222억보다는 호전됐다.

저비용·고효율 전략 얼마나 통할까

산업통산자원부에서 매월 발표하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7월 온라인 유통업의 매출구성비는 온라인 판매 중개가 30.1%, 온라인 판매는 11.7%를 차지했다. 일반적으로 온라인 판매 중개는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 11번가, 인터파크, 쿠팡 등을 가리키며 온라인 판매는 이마트, 신세계, 롯데 등의 온라인몰을 의미한다.

소비자들은 온라인 판매 중개 형태의 쇼핑을 훨씬 더 많이 즐긴다는 얘기다. 이러한 추세는 오랫동안 지속돼 온 것으로 파악된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보면 온라인 판매 중개의 매출 비중은 3% 상승한 반면 온라인 판매는 0.4% 증가에 그쳤다. 그만큼 두 업태의 발전 속도에 차이가 난다는 얘기다.

롯데와 신세계가 제시한 목표는 온라인 판매 전체를 통들어 1위 자리를 굳건히 다져온 이베이코리아를 넘어서겠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소비 습관까지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두 유통공룡의 야심찬 계획이 얼마나 성과를 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 정지선 회장은 보다 안정적인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11번가와 쿠팡에 입점해 보다 많은 판로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11번가는 지난해까지 온라인 매출 순위 2위를 기록했다.

이번에 쿠팡에 입점함으로써 현대백화점은 더 많은 판로를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앱·리테일 시장분석 서비스 와이즈앰에 따르면 쿠팡의 상반기 거래액은 7조8400억원으로 지난해 거래액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인지도 면에서 한창 주가가 오르고 있는 쿠팡의 가입자 수는 전체 국민 2명 중 1명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매출 면에서도 쿠팡의 성장세는 무섭다.

지난해 4조4227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일각에서는 올해는 7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온라인 업체 순위는 일반적으로 G마켓-11번가-옥션-쿠팡 순으로 정리된다. 이중 현대백화점은 3·4위 업체에 입점했다. 이베이코리아가 G마켓과 옥션으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만약 쿠팡이 이베이코리아를 넘어설 수 있다면 현대백화점은 온라인사업에서 롯데와 신세계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된다.

유통업계도 시장 상황이 급변하기 때문에 단정하는 것은 금물이다. 다만, 현 시점에서 정지선 부회장의 선택은 유효해 보인다. 온라인사업 자체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굳이 거액을 들여 자체 조직을 갖출 필요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cjroh@insigh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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