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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손미라ᆢ자유와 환희 시적감성의 유토피아
서양화가 손미라ᆢ자유와 환희 시적감성의 유토피아
  • 권동철 전문위원
  • 승인 2019.09.06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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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풍경(Landscape My mind), 145.5×112.1㎝ Acrylic on canvas, 2019
내 마음의 풍경(Landscape My mind), 145.5×112.1㎝ Acrylic on canvas, 2019

“향기로운 꽃길을 지나지 않고 꽃이 진 마을에 닿기 어렵다.

不行芳草路 難至落花村”

<선가귀감(禪家龜鑑), 청허(淸虛) 휴정(休靜)지음, 신지견 역해, 새움刊>

물속 제 그림자를 껴안은 수양버들은 어떻게 미동도 없이 저리 고요한 것인가. 마법을 부리듯 냇가엔 하루살이 풀벌레들이 떼로 모여 흰 기둥처럼 기다랗게 엉겨 존재감을 드러내고, 쪼르르 물가를 달려가던 아이가 물고기 떼를 보고 바쁜 손짓으로 친구들을 불렀다.

고추잠자리들이 맴도는 노을빛 머금은 얕은 냇물엔 조약돌을 넘어서는 하얀 물거품이 가을서정의 편지 한 장을 전하곤 한적하게 아른거리는 물빛 속으로 사라져갔다. 바이올리니스트 르노 카퓌송, 피아니스트 다비드 프라이가 함께 연주한 바흐의 ‘바이올린소나타(Sonata For Violin & Keyboard No.5)’가 적요(寂寥)의 평원을 배회하는 지친 바람의 영혼을 위무하고 있었다.

60×60㎝
60×60㎝

◇저부조의 공간적 질감

서양화가 손미라 ‘내 마음의 풍경’시리즈는 “유년시절 냇가에서 즐겨 놀았던 층층이 겹쳐 있는 조약돌들의 모양과 색감, 형태의 아름다움에서 착안”된 것이다. 화면은 아크릴물감을 조약돌 쌓듯 올리는 색의 점 층(層)으로 대상을 기호화하여 다양한 색채로 부각시킨다.

크고 작거나 오밀조밀한 각양각색 점들은 뒷동산의 추억이 되기도 하고 바닷가 모래성 그 낭만의 시절을 데려오기도 한다. 누드테라코타 작업을 오랫동안 해온 작가의 경험과 색 층의 저부조(低浮彫)형식에 드러나는 입체적 느낌이 자연스럽게 화면에 젖어들면서 어떤 그리움의 이상향코드로 연결 짓는다.

이는 심층적이고 공간적인 독특한 질감의 조형언어를 한층 더 돋보이게 하는 많은 시간을 쏟아낸 공력의 산물이다. 생명력 넘치게 펼쳐진 낙원의 운치를 위에서 아래로 비스듬 내려다보는 부감법(俯瞰法)적 관점으로의 표현은 작가가 그리고자하는 “자연의 대상을 동일 한 위치에서 풀어갈 수 있는 제일 좋은 구도”일 것이다.

내 마음의 풍경, 100×100㎝ Acrylic on canvas, 2018
내 마음의 풍경, 100×100㎝ Acrylic on canvas, 2018

◇자연과 색채의 앙상블

그러한 정경은 관람자의 심상으로 들어와 풍요롭고 단아했던 시절의 꿈과 대자연의 숭고함이 접속되는 고매한 스토리를 선사한다. 화폭에 등장하는 새는 인간 본성에 스며있는 자유의 갈구와 음양의 조화와 사랑 그리고 서로를 보듬어 아름다운 생을 살아가는 가족이라는 원초적혈연의 귀중함을 일깨운다.

이것은 손미라 작가(ARTIST SON MIRA)의 오랜 세월 천착해 온 조형세계이자 인간애가 저변에 흐르는 자연과 색채의 앙상블이다. 생명의 자유와 환희를 다양한 색채의 점으로 이상향을 그리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나의 작업은 나만이 갖고 있는, 지상에서 볼 수 없는 유토피아세계를 묘사하고자 한다. 점 하나가 사람일 수도 나무일 수도 있는, 살아있는 모든 생물이 점으로 표현 된 것이다. 색을 칠할 때나 얹을 때 대자연의 순환과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의 순간을 만나곤 한다. 그 침묵의 시(時)에 이루어진 생수 같은 감성을 공유하고 싶다.”

 

 

권동철 전문위원, 미술칼럼니스트, 데일리한국 미술전문기자
권동철 전문위원, 미술칼럼니스트, 데일리한국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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