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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 해외서 사기당했나...부동산 펀드 300억대 손실 우려
KB증권 해외서 사기당했나...부동산 펀드 300억대 손실 우려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9.09.05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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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신생 투자사 계약 위반...수익 급급해 거래 상대방 위험 간과
KB증권이 판매한 3200억원 상당의 해외 부동산 투자 금융상품이 사기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KB증권>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KB증권이 판매한 3200억원 상당의 해외 부동산 투자 금융상품이 사기 피해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호주 소재 신생 투자사에 돈을 맡겼다 약정을 위반한 사실을 뒤늦게 발견한 것인데, 투자의 주된 위험 요인인 ‘거래상대방 위험(Counterparty Risk)’을 간과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과 JB자산운용은 호주 현지 투자사 ‘엘비에이캐피탈(LBA Capital)’이 약정과 다르게 사업을 운영한 것을 확인해 자금을 회수하고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 금융상품은 KB증권에서 판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펀드 ‘JB 호주NDIS펀드’다. 호주 정부의 장애인주택임대사업과 관련해 현지 투자사에 돈을 빌려주고 이자 수익을 내는 이 펀드의 총 판매액은 3264억원으로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기관투자자·법인·개인에게 팔렸다.

문제는 대출금을 운용하는 LBA캐피탈이 약정대로 아파트를 사지 않고 땅을 산 것이다. 이자가 들어오지 않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KB증권과 JB자산운용이 지난 8월 현지 실사를 벌였는데, 이 과정에서 LBA캐피탈이 약정을 어긴 사실을 인지하고 현지 법무법인을 선임해 투자금 회수에 나섰다.

두 회사는 금융당국에 피해 사실을 알리고 현재까지 원금의 61.7%인 2015억원을 회수했다. 또 882억원의 현금과 부동산에 대해서는 호주 빅토리아주 법원 명령으로 동결해놓고 강제집행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나머지 367억원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해외부동산 투자 50조 육박...버블 발생 시 리스크 전이 가능성

금융투자업계에서는 KB증권과 JB자산운용이 수익에만 몰두해 투자에서 발생할 수 있는 거래 상대방 위험을 간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거래 상대방 위험은 신용위험의 일종으로 거래 상대방이 계약을 위반하거나 파산하는 등의 문제가 생길 경우 생길 수 있는 위험을 뜻한다.

이번 사건에서 차주인 LBA캐피탈은 설립 2년차에 불과한 신생 투자사로 대출받을 때도 허위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KB증권과 JB자산운용이 투자 전 단계에서 이같은 부분을 놓친 것은 귀책 사유라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생투자사에 돈을 맡기면서 사전, 사후에 리스크 요인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책임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해외 부동산 펀드 전반에 대한 불안감도 커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국내 금융투자회사의 해외 부동산 펀드 순자산액은 50조5968억원에 달한다. 2014년 8조9000억원에 불과했던 게 6배나 커진 것이다.

해외 부동산펀드 시장이 커진 데는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대체투자가 늘어난 때문으로 풀이된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증시 둔화가 겹치면서 최근 증권사들의 투자은행(IB) 비중이 커졌고 이 과정에서 국내외 부동산 투자가 과열 양상으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해지자 상당수 증권사들은 상품을 묶거나 나눠 팔거나 타 금융상품에 접목하는 구조화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증권사들의 이 같은 추세가 부실 투자를 낳고, 장기적으로는 ‘버블’이 터져 투자시장 전체로 리스크가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atom@insigh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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