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디지털 키’ 개발한 정순호 케이스마텍 대표
자동차 ‘디지털 키’ 개발한 정순호 케이스마텍 대표
  • 이필재 인물스토리텔러
  • 승인 2019.09.01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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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시동 걸고 차문 여는 시대 열다
정순호 케이스마텍 대표.케이스마텍
정순호 케이스마텍 대표.<케이스마텍>

[인사이트코리아=이필재 인물스토리텔러] 모바일 보안 솔루션 전문기업 (주)케이스마텍은 국내 최초로 차량용 스마트 키 앱 ‘디지털 키’를 상용화했다. 지난 3월 출시된 2019년형 현대 소나타에 장착된 디지털 키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현대차 옵션 중 이렇게 빨리 확산된 사례가 드물다고 한다.

디지털 키는 연내 현대 제네시스와 기아차에 들어간다. 미국의 현대 소나타에도 연내 상용화될 전망이다. 정순호 케이스마텍 공동대표는 “연내 미국 제네시스와 기아차, 중국 제네시스에 들어가고, 2021년 말까지는 현대·기아차 전 차종에 탑재될 거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선행 연구개발부터 상용화까지 3년 반 걸렸어요. 차량 출시 2년 전엔 개발에 들어가야 해 다른 자동차 회사와의 협업은 시간이 걸릴 겁니다. 디지털 키는 특정 이동통신사의 망을 사용하지 않아 전 세계적으로 쓸 수 있습니다. 앱을 깔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차문 여닫기, 시동 온오프, 경적 울림·끔을 할 수 있고 트렁크도 여닫을 수 있죠.”

스마트 키의 모든 기능 앱에 넣다

그는 “스마트 키의 모든 기능을 앱에 넣었고, 장차 전송을 통해 앱의 공유는 물론 회수도 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만일 아들에게 이틀짜리 키를 공유해 줬는데 연락이 두절된 채 귀가하지 않으면 키를 회수해 제3자가 사용할 수 없도록 차에 대한 접근 권한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사람과 사물 인증을 동시에 하는 사물 인터넷(IoT) 기술을 사용하는 디지털 키는 차 한 대 당 오너의 휴대전화 포함해 네 개까지 앱을 공유할 수 있다. 지난 6월 지사를 설립한 미국 시장에서는 공유하는 스마트폰 개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업그레이드를 검토 중이다. 스마트폰을 분실하면 콜센터를 통해 디지털 키를 회수할 수 있다. 주차요원에게 차를 맡길 땐 카드 키를 넘기면 되는데, 장차 사용 시간이 제한된 디지털 키를 공유해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디지털 키 공유를 통한 카 셰어링 서비스도 구상 중이다.

앞서 독일 벤츠사가 내놓은 유사 앱은 일종의 통신사 부가 서비스로 디지털 키와 달리 이통사인 오렌지 사의 독일 내 가입자만 쓸 수 있고 이용료를 월정액으로 내야 한다. 반면 디지털 키는 이통망을 사용하지 않아 통신이 안 되는 지하 주차장 깊은 곳이나 오지에서도 사용에 문제가 없다고 정 대표는 강조했다. “이통망과 무관하게 휴대전화와 차량 간에 이뤄지는 커뮤니케이션이라 통신 사각지대에서도 차량을 인증할 수 있죠. 사실 미국과 유럽은 통신이 안 되는 지역이 많아 이통망을 이용하는 앱은 해외 진출에 제약이 있습니다.”

월정액을 내는 국내 통신사 부가 서비스의 경우 무상 제공 기간 후 해지율이 80%가 넘는다. 그는 디지털 키는 앱이 해킹 당해 사실상 유출될 우려도 없다고 했다. “디지털 키 앱은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보안 기술을 사용해 해킹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독일·프랑스 등의 완성차 메이커들로부터도 디지털 키에 관한 문의가 온다. 그러나 당분간 현대·기아 차량에 집중할 계획이다. 케이스마텍이라는 상호의 케이는 케이팝의 케이와 같다. 한국의 스마트 기술로 글로벌 시장을 노리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동호회 모니터링 등을 통해 접하는 디지털 키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스마트폰을 항상 휴대하는 여성들의 선호도가 더 높다. 정 대표는 “디지털 키는 옵션인데 옵션 채택률이 당초 예상치보다 두 배가량 높다”고 전했다. 론칭한 지 반년 됐는데 아직은 클레임도 없다. 기술 면에서 시장 진입 장벽도 높은 편이다.

“후발 주자가 추격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개발에 3년 반 걸려 후발 주자가 추격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특히 보안 기술, 차량과 연동하는 노하우는 습득이 쉽지 않을 거예요. 격차를 벌이려 조만간 스마트 주차 지원 기능 등 추가 기능도 탑재할 겁니다.” 케이스마텍은 매출액이 지난 6년 간 연간 20~25%씩 성장했다. 지난해까지는 수익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해 영업이익률이 낮았지만 올해는 10%에 이를 거로 정 대표는 전망했다. 올해 매출액은 80억원 수준, 내년엔 100억을 넘길 것으로 내다봤다. 구성원은 60명, 30% 이상이 여성이다. 연구개발 인력이 전체의 70%다. 이직률도 업계평균에 비해 현저히 낮다. 정 대표는 “정책적으로 여성을 많이 뽑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동종 업계에서 확실히 여성이 많은 편이죠.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정보통신 기술(IT) 업종과 잘 맞습니다.” 디지털 키 개발로 이름이 알려지면서 구인난도 완화됐다. 정 대표는 “구성원들이 우리가 만든 서비스가 최고라는 생각하고, 현대차에 장착하는 디지털 키에 대해서도 우리 기술이라는 자부심이 강하다”고 말했다. “채용 때 현재의 업무 능력 못지않게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봅니다. 그렇다 보니 홍익대 미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기획통에, 고려대 법대 출신으로 전공 살려 일하다 IT 업계로 이직한 개발자도 있어요.”

그는 기업은 생장해 언젠가 소멸하는 유기체라고 했다. “케이스마텍은 햇수로 10년 됐으니 초등학교 저학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업으로서 지속가능하려면 인재가 들어오고 자금 등의 순환이 잘 이뤄져야죠. 최고의 기술력과 더불어 외부에서 바이러스가 침투해도 이겨낼 조직문화를 갖추려 합니다.”

구성원들과의 관계에서는 공감을 중시한다. “서른여섯에 벤처 기업 임원이 됐습니다. 그땐 기업 리더에게 카리스마적인 리더십이 필요한 줄 알았어요.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죠. 지금은 사업 방향성을 결정할 때도 구성원들이 공감할 때까지 대화와 설득을 합니다. 공감대가 생겼다고 판단되면 그때 움직이죠.”

케이스마텍은 기술력이 뛰어난 강소기업이다. 기술평가 등급은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조건을 충족하는 T3다. 16건의 특허를 보유했고 4건을 출원 중이다. 미국에서도 특허를 출원 중이다. 정 대표는 기술력 면에서 “당분간 국내 1위 자리를 지킬 거로 본다”고 장담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결국 사람과 기술력에 달렸다고 봅니다. 그런데 기술력이 뛰어난 사람이 모이면 회사의 기술 수준은 올라가게 돼 있어요.” 이 회사는 본래 핀테크를 특화한 모바일 보안 솔루션 전문 기업이었다. 하나카드가 사용 중인 신뢰실행환경(TEE) 기반의 T 사인 안심보관 서비스 앱이 대표적이다. 이 앱은 전자서명, 공인·사설 인증서 등을 안전하게 저장해 뒀다가 사용자가 쉽게 로그인해 이체할 수 있게 한 것인데, 현재 100만명 이상이 쓴다.

기업 카드 키를 스마트폰 키로 대체할 수도

이 인증 기술을 IoT와 접목해 디지털 키를 개발했다. 앞으로 디지털 키 기술을 호텔 및 에어비앤비 숙소 키에 응용할 생각이다. 상용화하면 투숙객은 스마트폰으로 예약을 하고 방 키를 전송 받은 후 프론트를 거치지 않고 체크인·아웃을 할 수 있다. 식음료 서비스에 대한 결제도 객실에서 폰으로 하면 된다. 에어비앤비 숙소라면 집 주인의 무단출입을 차단할 수도 있다. 영세한 기업의 카드 키를 스마트폰 키로 대체할 수도 있다. 만원 하는 카드 키를 없애고 버스 탈 때처럼 스마트폰을 출입문에 태그하면 된다.  

정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 IoT 기술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스마트 TV, 스트리밍 서비스 등 IoT 사업의 전망이 밝습니다. 장차 사업의 축을 IoT로 옮기겠지만, 아직은 핀테크 사업 비중이 60%로 IoT 사업보다 큽니다. 농업시설 관리 같은 분야도 IoT를 많이 쓰지만 워낙 영세해 보안이 취약합니다. 주변 차량 등과 끊임없이 통신을 해야 하는 자율주행차 쪽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로 봅니다. 일례로 보안 면에서 인증되지 않은 신호를 차단해 해커의 침입을 막을 수 있죠.”

정책 당국에 대해서는 7년차 이하 벤처에만 집중된 정부의 지원이 균형 있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했다. “변별력 있는 특화된 기술은 7년 안에 나오기 쉽지 않습니다. 초기 벤처를 지원한다는 큰 틀은 유지하더라도 꽃을 피우는 단계의 벤처도 선별적으로 지원을 해줬으면 합니다.”

정 대표는 디지털 키 개발에 얽힌 일화를 들려 줬다. 당초 현대차의 한 계열사에서 찾아와 스마트 키 앱의 일부만 개발해 달라고 했다. 그는 일을 맡을 생각이 없다고 했다. 현대 측에서는 이 거절을 뜻밖으로 받아들였다. 3개월 후 이번엔 현대모비스에서 찾아왔다. 이번엔 스마트 키 전체의 개발을 제안했다. 

“완성차 메이커는 전형적인 제조업체라 소프트웨어 시장에 대한 고객 마인드가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조직문화도 아무래도 유연하지 않죠. 이런 점에서 현대차도 전장용 소프트웨어 기술을 외부에서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대자동차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이 회사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있다. 현대차로서는 스마트 키 앱 글로벌 시장을 노려 인수합병(M&A)을 시도할 수도 있을 듯싶다. “그 리스크를 분산시키려 품질과 높은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는 한편 시장 다변화도 모색 중입니다. 내년 중반 이후 미국·중국 외 시장에 진출할 생각이에요. 회사가 자체적으로 지속 성장하기를 바라지만, 상장과 M&A에 대해서도 열어 놓고 있죠.”

“언제든 상상력 한계 느끼면 떠난다”

정 대표는 한국항공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이다. 고등학교 땐 방송반을 했고 전교 학생회장을 지냈다. 잘 놀았고, 술도 마셨다. 어느 날 담임교사가 집으로 부르더니 소주잔을 내밀었다. “순호야. 지금 인생을 즐기고 싶니? 인생 최고의 시간은 눈을 감는 순간이라야 한다. 네가 하루하루 성장해 죽을 때 너의 인생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선생님의 조언은 그의 인생 좌우명이 됐다. 나이 마흔에 사표를 던지고 떠난 산티아고 순례 길에서도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자신을 돌아보고, 비웠다. “하나하나의 이정표보다 늘 내가 나아가는 방향을 생각하려 합니다. 회사에서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만드는 회사로 가꿔 가자고 가족(구성원)들에게 말합니다. 그러자면 상상력과 상상을 현실화하는 기술력이 필수적이죠.”

그는 몇 년 전 근거리 무선통신(NFC) 시장 동향을 제대로 파악 못하고 서비스 개발에 들어갔다 낭패를 봤다. 과거 LG정보통신 근무 시절 상사로 재무·관리를 담당하는 고인옥 공동대표와 함께 자발적으로 연봉을 깎아 이 위기를 넘겼다. 그래서 “엔지니어 창업은 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CEO가 판단을 잘못하면 회사가 휘청할 수도 있다는 교훈을 얻었죠. 언제든 상상력의 한계를 느끼면 후배들에게 자리를 넘기려 합니다. 같은 엔지니어 출신인 고 대표와도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CEO를 영입할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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