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은 운명, 어영부영하다 인생 말년 초라해진다
퇴직은 운명, 어영부영하다 인생 말년 초라해진다
  • 최환규 전문위원 겸 한국워라밸연구소 소장
  • 승인 2019.09.0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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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 충실 해야 퇴직 늦추고 편안한 노후 맞을 수 있어

처음 입사한 회사에서 경험한 일이다. 매주 월요일마다 전 부서원이 모여 조회를 했었는데 어느 날 한 부서원이 부서장 앞으로 가더니 큰절을 하는 것이었다. 절을 하는 이유를 몰라 옆에 있던 선배에게 물어보니 형님 사업을 돕느라 회사를 그만두면서 감사한 마음에 저렇게 하고 있다고 설명해 줬다. 부서장에게 큰절로 퇴직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 과하긴 하지만 아름다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몇 달 후 그 선배가 퇴직한 진짜 이유를 알게 되면서 아름다운 기억 대신 씁쓸함이 자리 잡았다. 그 선배는 다른 회사로 이직하면서 이직 사실을 숨기려고 형님 사업 핑계를 대면서 부서장에게 큰절한 것이었다. 그 무렵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회사들이 늘어나면서 이직하는 사람의 숫자가 많았지만, 부서장과 부서원을 속이면서까지 이직하는 경우는 없었다.

이런 일이 발생한 이유는 직장에 대한 인식 때문이다. 그 당시 조직원 대부분은 퇴사는 조직에 대한 배신이라고 여기는 분위기가 있었다. 조직에 대한 조건 없는 충성심이 강요되던 시절이라 부서장은 지금 직장이 마지막 직장이다!’라고 강조하면서 가족보다는 직장이 우선이라는 인식이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상식이 되었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경험하면서 직장에 대한 인식은 완전히 바뀌었다. 평생직장이라면서 충성을 강요하던 조직에서 갑자기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원하지 않은 퇴직을 강요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이런 사건을 경험하면서 평생직장은 자신만의 바람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또한 퇴직에 대한 준비 없이 떠밀려 하는 퇴직이 얼마나 위험하고 고통스러운지를 주변 사람들의 사례에서 똑똑히 알게 되면서 정년이 보장되는 직장을 찾기 시작했고, 그 결과 공무원과 공기업에 취업준비생이 몰리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며칠 전에 오랜 만에 공립도서관에 갔다. 올해 처음 갖는 휴가라 구입해둔 책을 읽기 위해 도서관에 자리를 잡았다. 낯선 도서관에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사람들 모두가 공무원 시험 준비서를 보고 있다는 공통점을 찾았다. 그 사람들을 보면서 날이 더운데도 참 열심히 시험 준비를 하네라는 생각과 함께 우리 회사에서 저렇게 열심히 하면 정년까지 충분히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퇴직 준비, 어떻게 하나

공무원이나 공기업에 다니던 사람도 정년을 맞이한다. 공무원이나 공기업에 근무하던 사람은 사기업에 다니던 사람보다 몇 년 늦게 퇴직한다. 공무원으로 몇 년 더 근무하기 위해 최소한 3~5년을 시험 준비에 사용하는 것이다. 오랜 직장생활이 퇴직 후의 삶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퇴직 후의 삶은 언제 퇴직하느냐가 아니라 퇴직을 어떻게 준비 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모든 조직원에게 퇴직은 운명이다. 죽음은 우리가 예측하지 못하지만, 퇴직은 죽음과 달리 입사하는 순간 결정된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퇴직을 맞이하면서 보이는 반응은 다양하다. 어떤 사람은 퇴직 후 생활비를 걱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퇴직 후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정하고 실천하는 사람도 있는 등 퇴직을 준비하는 정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퇴직 준비가 부족한 사람은 조직에도 부담이 된다. 자신이 퇴직 준비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가능한 퇴직 시기를 늦추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편법이나 불법을 저지르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억지 실적을 만들어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거나 회사의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회사를 상대로 협박하는 사람이다. 부서장이 퇴직을 꺼려 부서원을 괴롭혀 성과를 짜내는 사례는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다. 고작 1년이나 2년 정도 퇴직 시기를 미루기 위해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과 조직원을 상대로 부도덕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이 있으면 조직은 만신창이가 된다. 부도덕한 부서장으로 인해 조직원의 마음에는 치료하기 어려운 상처와 조직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는다. 심한 경우 회사는 부도덕한 집단이라고 사회로부터 외면받기도 한다. 이렇게 망가진 조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조직원의 노력으로 회복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고 조직이 사라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렇게 무리수를 두면서 퇴직을 늦추더라도 그 사람의 미래는 가시밭길이다. 이 사람은 퇴직을 늦추기 위해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은 상태에서 갑자기 퇴직을 맞이하게 된다.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맞이하는 퇴직은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어 냉정한 판단을 어렵게 하면서 주변 사람들의 꼬임에 쉽게 넘어가 무리한 투자를 하거나 사기를 당해 퇴직금을 전부 날리기도 한다. 이런 불행한 결과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착실한 퇴직 준비가 필요하다.

퇴직 준비의 주체는 조직이 아니라 조직원이 되어야 한다. 퇴직을 준비하는 사람은 퇴근 후 시간 사용에 민감할 필요가 있다. 직장인에게 퇴근은 휴식과 함께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이어야 한다. 만약 주변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집에 늦게 들어가면 휴식과 미래 준비 모두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퇴직을 준비하는 사람은 몇 가지 결단이 필요하다.

첫째, 가족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직장동료와 함께 하는 시간이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보다 길어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또한 자신의 에너지를 직장에서 다 쏟고 피곤한 상태로 퇴근하기 때문에 가족은 피곤한 모습만 보게 된다. 직장인이 피곤한 상태에서 가족과 대화하면 따뜻한 말보다는 짜증 섞인 말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다.

직장인의 주말 모습도 주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게 가족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가족과의 관계도 멀어진다. 하지만 퇴직 후의 삶은 다르다. 퇴직한 다음 날부터 하루 대부분을 가족과 함께 지내야 하므로 가족과의 관계가 편하지 못하면 가족 모두가 집에 있는 시간이 고통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퇴직 후에 이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면 아마도 헛수고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따뜻한 관계는 노력의 결과다. ‘배우자이기 때문에, 자식이기 때문에 나를 이해하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주 순진하거나 무모한 사람이다. 아이를 양육하면서 부모가 실수하는 것 중 하나는 아이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강한 질책이 필요하다라는 생각이다.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올바른 방법을 익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은 부모의 역할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에게 야단을 칠수록 아이는 부모에게 마음의 문을 닫기 때문에 관계는 멀어진다. 그러므로 퇴직 후가 아니라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가족과의 신뢰 관계를 쌓을 필요가 있다.

가족의 응원은 퇴직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 퇴직하면 확실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차분하게 자신을 정리할 시간을 갖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퇴직자에게 가족의 따뜻한 응원은 퇴직자가 몸과 마음을 추스를 시간을 가질 수 있고, 이런 휴식은 미래를 향해 출발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된다. 이때 퇴직자가 갖는 휴식은 과거에서 미래로 향하는 징검다리와 같은 역할을 하므로 중요하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둘째, 시간 사용에 대한 점검이다. 주중에는 퇴근 후 동료들과 회식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주말에는 잠을 자거나 TV를 시청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많다. 이런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면 남는 것은 후회뿐이다. 지난 한 주 혹은 한 달 동안 자신의 미래를 위해 사용한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적어보자. 아마도 생각보다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미래를 위해서는 고통스러운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밝은 미래를 위해서는 취미 생활이나 주변 사람을 만나는 것과 같은 현재의 안락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퇴근하면서 동료가 오늘 한 잔 어때?”라고 물었을 때 과감하게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동료의 유혹을 거절하면 동료로부터 핀잔을 받거나 심한 경우 따돌림을 당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피하려고 예전과 같은 생활을 하면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셋째, 미래를 위한 도약에는 현재라는 튼튼한 디딤판이 필요하다. 현재 업무를 퇴직 후에도 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지금의 업무가 미래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직장인도 있다. 이런 생각은 현명하지 못하다. 만약 퇴직 후에 식당을 운영하려고 하는 사람의 경우를 보자. 식당의 성공을 위해서는 음식의 맛과 질, 고객을 대하는 방법에서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지금의 직장에서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대한 교육은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 이렇게 체득한 능력은 퇴직 후에도 활용될 수 있다.

넷째, 퇴직 후 진로에 대해 미리 정할 필요가 있다. 퇴직이 가까워지면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냉정한 판단이 어려워져 주변 사람의 말에 쉽게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방식의 의사결정은 실패할 확률을 높일 뿐이다. 만약 자신에게 손쉽게 돈 버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성공했는지부터 냉철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런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퇴직 후 진로에 대해 미리 결정하고 오랜 시간 동안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 퇴직 후의 삶에 대한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조직원의 은퇴 준비는 조직 차원에서 도와줄 필요가 있다. 많은 조직원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 불안해 하면서 자신보다 먼저 퇴직한 선배의 소식에 관심을 둔다. 이때 선배의 실패 소식을 들으면 마치 자신이 실패한 것처럼 안타까워 하면서 마치 자신의 미래 모습인 듯하여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기도 한다. 또 개인적으로 퇴직 준비를 하면 잘못된 정보를 얻을 가능성 뿐만 아니라 과도한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모든 것들이 업무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조직 차원에서 조직원의 퇴직 후 삶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 조직원이 자신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할수록 현재 업무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진지하게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업무에 집중하면서 퇴근 후에도 자기계발을 열심히 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과정을 통해 조직원의 능력이 향상되면 그것은 조직의 성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은퇴 후 삶에 관한 관심은 현재의 직장에도 도움이 된다.

모든 직장인은 퇴직을 한다. 아무리 부정하고 회피하고 싶어도 퇴직을 막을 수는 없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처럼 퇴직을 끝이 아니라 새로운 인생의 준비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매 순간 충실하게 보낼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한다면 자신도 모르게 조직은 자신을 필요로 할 것이고, 퇴직도 늦출 수 있게 된다.

삶의 주인공은 자신이다.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퇴직 후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닫고, 지금 하는 일이 내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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