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일본 극우집단 '더러운 돈', 한국 엘리트층 파고든다
[추적] 일본 극우집단 '더러운 돈', 한국 엘리트층 파고든다
  • 도다솔 기자
  • 승인 2019.08.27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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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전범이 세운 일본재단, 연세대·고려대 지원...신친일파 양성 위한 日 극우세력 음모

[인사이트코리아=도다솔 기자] 일본 아베 정권의 경제침략에 따라 전국적으로 불매운동이 펼쳐지는 가운데 서점가에서는 아이러니한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하는 책 <반일 종족주의>가 2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것이다.

이 책이 주장하는 바는 이렇다. 우리나라 역사 중 우리에게 가장 많은 과오와 만행을 저지른 중국은 제쳐두고 일본만을 원수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는 민족주의가 아니라 샤머니즘이 깔린 ‘종족주의’라고 주장한다. 또 일제강점기 때 식량 수탈 문제, 위안부와 징용 문제에 있어서도 강제성 없는 자발적 행동이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식민사관을 정당화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책의 저자 이영훈·김낙년·김용삼·주익종·정안기·이우연 등 6명의 집필진은 오래 전부터 친일파 꼬리표가 붙은 학자들이다. 특히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7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UN 인권이사회에 참석해 “조선인 노무자들의 임금은 높았고, 강제동원은 없었다”고 발표했는데 이 바탕에 일본 극우단체 국제경력지원협회(ICSA)가 개입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이들의 친일파 논란이 거셌다.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를 비롯한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주익종·이우연 박사는 ‘낙성대경제연구소’ 소속이다. <인사이트코리아>는 지난 23일자 ‘'반일 종족주의' 이영훈의 일본 자금 커넥션’ 기사에서 낙성대경제연구소가 설립 시기부터 수차례 일본 도요타재단의 연구자금을 받아온 사실을 보도했다.

식민사관 논란을 빚은 학자들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많은 대학·연구소가 일본의 연구자금을 받아 연구를 해왔으며 수십 년째 신친일파 엘리트를 양성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본 자금은 국내 엘리트층을 어떻게 파고들었으며 어디까지 침투해 있을까.

A급 전범이 만든 재단, 명문대학까지 파고들다 

일본에서는 ‘일본재단’으로, 미국에서는 ‘사사카와재단’으로 알려진 일본재단(Nippon Foundation)은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인 사사카와 료이치가 설립한 공익재단이며 극우단체로 분류된다. 이 재단 산하에는 여러 기금이 있는데 그 중 ‘아시아연구기금’이 눈에 띈다.

일본 아카사카에 위치한 일본재단 빌딩.일본 위키피디아
일본 아카사카에 위치한 일본재단 본부.<위키피디아>

아시아연구기금은 일본재단이 1995년 종전 50주년과 한·일 국교정상화 30주년을 기념해 연세대학교에 75억 가량을 출연하며 설립됐다. 2014년 연차보고서에 공개한 재무재표에 따르면 재단은 약 103억원의 기본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설립자는 연세대학교로 돼 있다.

아시아연구기금 역대 임원진에는 송자 전 연세대 총장(1997~2003), 방우영 전 조선일보사 회장(97~98, 사망), 아카자와 료세이 전 자민당 중의원(2003~2004) 등이 있다.

1995~2005년 아시아연구기금 임원 명단.
1995~2005년 아시아연구기금 임원 명단.

송자 전 연세대 총장은 기금 설립 당시 전범 재단의 자금을 받을 수 없다는 교수진과 총학생회의 격렬한 반대를 무릎 쓰고 기금 출연을 밀어붙였다. 아카자와 료세이 전 중의원은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발언으로 공분을 사기도 했다.

그 정체성으로 인해 출연 당시부터 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컸던 아시아연구기금은 연구와 학술교류 사업에 42억원(2015년 기준)을 지원하는 등 현재까지 활발히 운영 중이다.

고려대학교도 1987년 일본재단에서 10억원을 받아 ‘사사카와 영-리더 장학금’을 조성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한 고려대 교수는 “1980년대 말부터 일본재단이 한국의 유명대학 교수에게 전화를 일일이 걸어 연구비 지원 제안을 해와 실제 일부 교수가 그 돈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 세계 싱크탱크 포섭하는 日 극우 자본 

세계 최대 규모의 공익재단은 어디일까. 일본재단이 미국에 세운 사사카와평화재단(SPF)이다. 사사카와평화재단은 연간 5억 달러(한화 약 6000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어 학자·학생들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이 재단은 태평양사령관을 역임하고 오바마 정부 당시 국가정보장관(DNI)을 지낸 데니스 블레어를 이사장으로 영입하는 등 파워도 막강하다.

2015년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인권유린 문제가 불거지자 데니스 블레어 이사장은 “일본이 과거 끔찍한 일을 저질렀지만, 한국도 베트남전 때 아주 무자비했다”며 물타기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미국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출신이자 사사카와 평화재단의 대표인 제임스 줌월트는 이달 초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일 지소미아 협정 종료에 대해 “한국이 지소미아 협정을 파기하면 동북아 역내 미국의 이익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것”이라며 “한국이 일본을 넘어 미국의 이익에도 피해를 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일본의 로비를 연구한 팻 코에이트 전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영향력의 요원들>이라는 책을 통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외교·정치·역사 전문가들 중 사사카와재단의 자금을 받지 않은 이는 드물 것이라며 특히 미국 정치계에는 친일클럽으로 통하는 '국화클럽'이 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제프 킹스턴 템플대학교 교수는 ‘아시아퍼시픽저널 재팬포커스’에 기고한 글에서 “일본 로비의 특징은 긴 시간 구축해 온 로비 인프라, 즉 민간 재단을 통해 로비 대상에 막대한 물량 공세를 퍼붓는 것이며 대표적으로 일본재단이 그러하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일본은 미국 사회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외교·안보 문제와 자국의 역사 문제에 대해 은폐·왜곡하는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파하고 있다. 반면 일본에서는 일본재단의 검은돈으로 이루어지는 우익적 활동은 알려져 있지 않으며 한센병, 재해복구, 저소득층 지원 등과 같은 사회봉사적인 모습 위주로 알려져 있다.

일본재단 계열의 세계 주요 재단.
일본재단 계열의 세계 주요 재단.

프랑스의 경우 2008년 일본재단 계열의 ‘프랑스-일본 재단(Fondation Franco-Japonaise)’이 지원하는 프랑스-일본 수교 150주년을 자축하는 학술행사에서 프랑스 외무부가 공동 후원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프랑스 학계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다.

프랑스의 일본학과 동아시아학 관련 학자들은 그동안의 학계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사사카와의 행적을 고발하면서 프랑스 정부가 사사카와 관련 재단이 후원하는 이번 행사에 참여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서 프랑스 외무부가 공동 후원을 취소한 바 있다.

프랑스 학자들은 사사카와 관련 재단들이 조직적으로 역사 왜곡에 나서고 있다며 대표적 사례 중 하나로 난징 대학살 문제를 꼽았다. 2000년대 중반 일본재단 출자로 만들어진 도쿄재단은 미국 주요 대학과 유럽 대학에서 일본학·동아시아학 학자들과 도서관에 <난징 대학살: 사실 vs 허구, 한 역사학자의 진실 탐구>(The Nanking Massacre: Facts versus Fiction, A Historian’s Quest for the Truth)라는 책을 보냈는데, 난징 대학살이 사실이 아니라 허구라고 주장하는 일본 극우 학자의 책을 번역 출판한 것이었다.

카롤린 포스텔 비네 파리정치대학 교수는 한국 대학에 대한 사사카와 재단의 연구자금 지원 논란에 대해 “일본의 식민 지배를 당한 한국사회가 일본 극우 세력의 과거사 왜곡을 뒷받침하는 사사카와 관련 재단에 관대하다는 점은 의외다”라고 말했다.

국내 대학을 비롯해 전 세계 엘리트층을 파고드는 일본자금이 신친일파를 양성한다는 의혹이 일자 호사카 유지 세종대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아베-야스쿠니신사-사사카와재단-신친일파, 이들은 서로 통한다”며 “민주주의자인 척 하면서 일본의 더러운 돈을 받아 일본 극우파 논리를 태연하게 퍼뜨리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dooood0903@insigh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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