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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28 19:16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인보사는 안전' 주장 미국 논문, '청부논문' 의혹
'인보사는 안전' 주장 미국 논문, '청부논문' 의혹
  • 강민경 기자
  • 승인 2019.08.30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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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보사 임상 주도 학자가 논문 게재 학술지 에디터...학술지 과학영향지수 0.43점, 하위 50% 수준

[인사이트코리아=강민경 기자] 최근 미국 정형외과 전문의들이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의 성분이 바뀌었더라도 약품의 안전성과 효능에는 영향이 없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으나 의료계에서 이를 반박하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의 배경은 ▲해당 논문이 실린 학술지의 수준이 학술적 신뢰를 받을 만한 등급이 아니라는 점 ▲해당 논문 저자들이 코오롱 측과 이해관계자라는 점 ▲‘인보사 사태’ 이후 새로운 연구에 대한 근거 제시가 아닌, 기존 입장을 논문으로 실었다는 점 등이다.

지난 22일 코오롱생명과학이 해당 논문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한 이후, 3일간 코오롱생명과학의 주식 거래량과 주가가 30% 이상 큰 폭으로 뛰었다가, 26일 저녁 한국거래소가 코오롱티슈진에 대한 상장폐지 1차 결정을 내리자 20% 이상 추락하며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논문의 학문적 타당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해당 기간 동안 개인투자자들이 매수한 규모는 83억원 가량이다. 

<인사이트코리아> 취재 결과, 해당 논문이 실린 <Surgical Technology International>라는 학술지는 ‘SCI(Science Citation Index)’에 속하지 않았고, 해당 학술지의 과학영향지수는 ‘0.43’으로 전 세계 약물 분야 저널 2836개 중 1443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하위 50% 수준으로, 해당 학술지와 논문의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22일 미국 정형외과 전문의들이 인보사에 대해 세포 변경과 관계없이 약품의 품질에는 영향이 없다는 논문을 냈다고 밝혔다. 인보사의 미국 임상을 담당해왔던 자바드 파비지 박사와 마이클 몬트 박사를 포함한 미국 의사 4명은 미국 정형외과 학술지 중 하나인 <Surgical Technology International>에 ‘무릎골관절염에 대한 새로운 세포기반 유전자 요법의 안전성 및 효능(The safety and efficacy of a novel cell-based gene therapy for knee osteoarthritis)’이라는 논문을 실었다.

이들은 논문을 통해 “최초임상 시 승인된 세포가 아닌 다른 세포로 변경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지난 10년간의 임상데이터를 확인하면 안전성을 의심할 증거가 없다”며 “식별오류가 인보사의 품질, 제조공정, 안전성, 유효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무릎 관절강 내에는 혈관이 비교적 없어 인체를 순환할 일은 없으며 방사선을 조사했기 때문에 더욱 안전하고, 코오롱 측으로부터 모든 임상단계에서부터는 사용된 세포(신장세포)가 바뀐 적이 없다고 들었다”고 부연했다.

논문 끝부분엔 '해당 연구는 코오롱생명과학의 미국 자회사 티슈진으로부터 일부 연구비를 지원받았다'고 적시했다.

‘인보사 사태’는 지난 3월경 약품의 주성분 중 핵심인 세포가 당초 허가받은 '형질전환연골세포'가 아닌, 종양 유발 가능성이 있는 '신장세포(GP2-293세포)'로 밝혀지며 일파만파 확대됐다. 

특히 인체 주입 불가 세포로 알려진 ‘GP2-293세포’가 체내에 투입됐을 때 어떤 상황이 일어날 지 가늠할 수 있는 임상시험 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까지 밝혀지면서 인보사를 투약한 3700여명 환자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투약 환자들은 현재 집단소송을 진행 중이다.

하위 50% 수준 학술지...SCI 미등재·영향지수 '0점'대

이번 인보사 관련 미국 논문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는 배경은 해당 학술지의 학술적 수준이 낮다는 게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된다.

학술적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은 ‘SCI(Science Citation Index)’다. SCI는 학술지 신뢰의 척도로도 불린다.

SCI는 미국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Clarivate Analytics)가 구축한 국제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다. 애널리틱스사는 매년 전 세계에서 출판되는 과학기술저널 가운데 자체 기준과 전문가의 심사를 거쳐 학술적 기여도가 높은 학술지를 엄선해 등록 여부를 결정한다.

따라서 SCI 등록 여부는 세계적으로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학술지 평가기준이 되며, SCI의 인용도에 따라 과학논문의 질을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SCI의 수록 논문 수 및 인용도는 국가 및 기관 간의 과학기술 연구 수준을 비교하거나 연구비 지원, 학위인정 및 학술상 심사 등의 반영자료로 활용된다.

SCI 집계의 바탕이 되는 과학기술논문 학술지는 세계적으로 약 5200종, 국내에서 발행되는 학술지 가운데 SCI에 수록되는 것은 12종 정도다.

문제는 이번 인보사의 안전성·효능 관련 논문이 실린 미국 학술지 <Surgical Technology International>는 SCI에 속하지 않는 학술지이고, ‘인보사 사태’로 투약 환자들과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크게 번지고 있는 현 시점에, SCI 미수록 학술지에 등재된 논문을 근거로 인보사의 의학적 가치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학술지의 영향력을 평가하는 SJR(SCImago Journal Rank)에 따르면, <Surgical Technology International>는 ▲영향지수(SJR) 0.43 ▲최근 2년간 인용지수 0.94 ▲최근 1년간 참고지수 0.00 등으로 전 세계 약물(Medicine) 분야 학술지 2836개 중 1443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향지수에 따른 등급 Q1·Q2·Q3·Q4(상위 순) 등에서도 해당 학술지는 하위그룹인 'Q3'에 속했다.

연구자나 연구기관 및 학술지 평가 목적으로 주로 활용되는 ‘피인용지수(Impact Factor)’는 해당 학술지가 SCI 등재 리스트가 아닌 관계로 공식 지수 확인 자체가 어렵다. 다만, 그와 가장 유사한 ‘최근 2년간 인용지수’가 0.94점인 것을 감안했을 때, 해당 학술지의 학문적 타당도는 상당히 낮은 것으로 의료계·학계 관계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학계에서는 학술지의 피인용지수가 10점을 넘으면 영향력이 큰 것으로 보며, 의학계 교과서로 불리는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은 약 75점, 국제적으로 저명한 과학 학술지 <Nature>가 약 45점인 것으로 알려진다.

코오롱 이해관계자 4명 참여...임상 주도 학자가 저자에 에디터까지

이번에 등재된 논문의 저자 4명이 코오롱 측 이해관계자라는 점도 논문의 신뢰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논문 저자 4명 중 자바드 파비지 박사와 마이클 몬트 박사 등 2명은 인보사의 미국 임상을 담당해 온 연구진이다. 학계 내부에선 나머지 저자 2명은 마이클 몬트 박사와 같은 연구실에서 근무한 이들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임상 담당자이자 저자인 마이클 몬트 박사가 이번 논문이 게재된 학술지 <Surgical Technology International>의 에디터까지 겸하고 있는 것으로 <인사이트코리아> 취재 결과 확인되면서, 논문 등재 과정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는 “새로운 연구를 한 것도 아니고 코오롱의 이해당사자들이 이전에 나왔던 논문을 기반으로 ‘인보사엔 문제가 없다’는 기업 측과 똑같은 논리를 급조해서 쓴 것”이라며 “저자 중 1명이 학술지의 에디터여서 보다 빨리 게재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 논문 아닌 주장 서술에 불과"

일각에선 이번 논문이 새로운 연구나 근거 없이 기존 주장을 그대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청부과학’ 혹은 ‘청부논문’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임상을 진행한 학자들이 ‘우리가 임상을 진행해보니 문제가 없더라’라는 정도의 전제를 기반으로 주장을 서술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해당 논문 내 새로운 연구 결과에 대한 언급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형준(재활의학과 전문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이는 ‘청부과학’의 전형”이라며 “임상을 진행한 학자들의 권위를 내세워 글을 게재했을 뿐이지, 학술지의 급도 매우 낮고 새로운 연구나 근거가 나온 것은 하나도 없다. 코오롱 측 이해당사자의 주장을 다룬 논문이 아주 급이 낮은 미국 저널에 실린 것에 불과한데 그것을 약품 안전성 및 효능의 근거로 제시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 사무처장은 “전 세계적으로 1년에 논문 수천억 개가 찍히는데 그 중에서 의미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최소한 구분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료계는 코오롱 측 주장에 신뢰가 있으려면 변경된 2액의 세포가 정확히 어떤 성분인지 재확인 한 후, 밝혀진 세포에 대한 연구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당초 인보사의 임상이 승인된 이유는 ‘유전자 조작 연골세포는 기본적으로 인체에 주입했을 때 안전할 것이다’라는 과학적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나, 현재 밝혀진 신장세포(GP2-293세포)는 전 세계적으로 인체에 주입 불가한 세포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22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해당 논문은 과거 인보사 임상연구에 대한 데이터를 중심으로 결론을 냈고, 결국 코오롱측이 처음부터 주장했던 내용과 새로운 내용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품목허가 취소처분을 되돌릴만한 새로운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논문' 나비효과...3일간 83억원어치 사들인 개인들 피해 우려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한 이후 주식을 사들인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22일 ‘인보사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논문 내용을 언급하며 당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날 언론이 “미국 정형외과 권위자들이 인보사가 안전하고 유효하다는 논문을 발표했다”고 보도하자 개인 투자자들은 코오롱생명과학의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보도자료가 발표된 22일, 코오롱생명과학의 거래량은 289만9210주, 종가 2만800원으로 치솟았다. 하루 전인 21일의 거래량 38만4082주, 종가 1만6000원 대비 거래량과 주가는 무려 각각 654%, 30% 상승했다.

이러한 흐름은 22일 당일을 포함해 3일간 지속됐다. 23일엔 거래량 533만5857주·종가 2만900원, 26일엔 거래량 518만9254주·종가 2만2000원을 기록했다. 23일 장중엔 2만65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해당 기간 3일 동안 개인투자자들이 사들인 코오롱생명과학 주식은 83억원에 달했다. 개인투자자들은 22일 10억700만원, 23일 32억5300만원, 26일 40억5500만원치 주식을 각각 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투자자들은 63억원치 이상 팔아치웠다.  

결국 지난 26일 저녁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이 1차 상장폐지 결론 처분을 받자, 이튿날인 27일 코오롱생명과학 주가는 22% 급락했다. 27일 1만7200원, 28일 1만6850원, 29일 1만60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또다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주가 하락세에도 개인투자자들의 매수가 이어지며 외국인들이 내다 판 주식을 개인이 사들이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7~28일 이틀간 개인투자자들이 사들인 주식은 약 22억원어치, 외국인투자자들이 내놓은 주식은 약 21억원어치다.

증권업계에서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처한 위험 상황을 고려해 덩달아 매수하기 보다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코오롱티슈진의 지분 12.58%를 보유하고 있고, 해외 제약사들과 다수의 인보사 공급 계약을 체결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인보사 판매가 재개되지 못할 시 이와 관련된 손실이 클 것으로 분석하기 때문이다.

'인보사 사태' 이후에도 인보사 안전성에 대한 희망과 티슈진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에 주식을 사들인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막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치권의 질타도 이어지고 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에 대한 미국 정형외과 의사들의 논문 발표를 알리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은 인보사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며 "허위 신고로 허가를 받아 국민에게 피해를 입힌 잘못은 반성치 않고 인보사 임상에 참여했던 일부 연구자들의 논문을 앞세워 마치 인보사의 안전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식의 주장을 하는 것은 코오롱생명과학이 이번 사태에 대해 진정성 있는 반성을 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klk707@daum.net / klk707@insightkorea.co.kr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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