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주 52시간 여파...직원들 본점서 영업점 대이동
은행권 주 52시간 여파...직원들 본점서 영업점 대이동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9.08.1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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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재배치하고 회의 시간 단축...비대면 플랫폼 확대로 지속적 고용 감소
정부의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은행권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은행권에 하반기부터 도입된 주 52시간 근무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주요 은행들은 불필요한 회의·보고 시간을 줄이고 직원을 재배치하는 등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쪽으로 정책에 대응 중이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최근 본점 직원을 영업점으로 재배지하는 조직 개편을 마무리했다. 주 52시간 근무제에 따라 업무에 과부화가 걸리는 영업점에 인력을 충원하고, 대신 본점 업무 효율성을 끌어 올리려는 포석이다.

KEB하나은행은 지성규 행장 취임 이후 기존 75개였던 본점 부서를 흡수·통합해 66개 부서로 줄였다. 이 과정에서 생겨난 274명의 유휴 인력은 미래 핵심 성장부문과 혼잡 영업점에 재배치했다. 올해 하반기에도 본점에서 인사 이동한 직원만 120여명에 달한다.

신한은행도 올해 들어 진옥동 행장 주도하에 대규모로 본점 인력을 영업점으로 옮겼다. 지난 5월 70여명의 인력을 영업점에 배치했고, 하반기에도 비슷한 규모의 직원이 영업점으로 인사 발령됐다. 진 행장은 주 52시간 근무제에서 더 나가 40시간 근무제 도입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최근 본점 직원을 영업점 쪽으로 옮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 시간 단축도 은행권의 최근 트렌드다. 신한은행은 원하는 시간만큼 알람을 설정할 수 있는 회의용 알람시계를 직원들에게 지급했다. 또 간단한 회의는 사무실에서 서서 진행하도록 했다.

국민은행은 회의 때 파워포인트 보고를 없앴다. 하나은행은 지난 6월부터 ‘회의는 주 1회, 1시간 이내, 1일 전 자료를 배포하자’는 내용의 ‘하나·하나·하나 캠페인’을 도입했다. 우리은행도 ‘자료는 1장, 1시간 내, 결과 피드백은 1일 내’로 하는 ‘1·1·1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조직 내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2017년부터 은행권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RPA는 주민등록증 진위 확인이나 계약서 확인부터 시범적으로 적용돼 현재는 여신·외환 등 영업 관련 업무 등 전사적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됐다.

현재 국내 은행 중에는 4대 시중은행과 NH농협은행·기업은행 등이 RPA를 도입한 상태로, 생산성 개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은행들은 향후 인공지능, 머신러닝 등을 활용해 RPA를 더욱 고도화할 방침이다.

송상규 KDB 미래전략연구소 미래전략개발부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RPA는 기존 IT시스템 변경없이 도입이 가능하고 인건비 절감 등을 통한 투입 비용 회수기간이 짧아 생산성 개선 효과가 우수하다”고 밝혔다.

주 52시간 근로제에도 은행권 고용 줄어들 듯

52시간 확대에 은행권이 ‘생산성 향상’으로 대응하면서 정부가 기대했던 은행권 고용 확대는 예상보다 적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이일호 기자. 사진=뉴시스>
<그래픽=이일호, 사진=뉴시스>

실제로 4대 시중은행의 중단기 고용 감소세는 뚜렷하다. 직원이 큰 폭으로 줄어든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1분기 직원 수는 1만7629명으로, 이는 2만명을 훌쩍 넘던 2016년 말보다 3000여명이나 감소한 숫자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1만4555명에서 1만3933명으로 622명 줄었다. 하나은행은 1만4059명에서 1만3376명으로 683명, 우리은행은 1만5534명에서 1만5176명으로 358명이 줄었다. 현 정부 들어 줄곧 은행권 고용 확대를 요구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이처럼 은행권이 채용을 줄이는 데는 임금피크제도가 한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전 업권 가운데 임금피크제가 가장 활발히 도입되는 곳으로, 과거 55세였던 정년 나이를 지난 이후에도 선택에 따라 최대 5년까지 더 일할 수 있다. 경영진으로선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과도기를 넘어갈 수 있게 된 셈이다.

같은 기간 영업점포도 계속 줄고 있다. 국민은행의 영업점포는 1128곳에서 1045곳으로 83곳, 우리은행은 894곳에서 869곳으로 25곳, 하나은행은 863곳에서 753곳으로 110곳이 감소했다. 유일하게 신한은행만 872곳에서 880곳으로 8곳 늘었지만 유의미한 증가라 보긴 어렵다.

은행권에서는 향후 비대면 플랫폼 사용이 확대될 경우 직원 감소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은행권 거래 가운데 비대면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이르는 등 업무 중심이 모바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상반기 대규모 파업 사태를 겪은 국민은행에서 고객 불편이 없었던 것도 이 같은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점점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비대면 채널을 통한 업무가 늘면서 IT 인력을 제외한 직원 수요는 점점 줄어들 전망”이라며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돼도 이 같은 경향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tom@insigh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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