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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아베 정권과 경제전쟁, 법이 발목잡고 있다
[심층취재] 아베 정권과 경제전쟁, 법이 발목잡고 있다
  • 이경원 기자
  • 승인 2019.08.08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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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평법·화관법 규제 묶여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핵심 부품소재 국산화 어려워

 

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내에 마련된 '소재부품 수급대응 지원센터'에 한 관계자가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이경원 기자] 아베 정권의 경제침략으로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천기술 개발을 통한 국산화 움직임이 본격화 되고 있다. 정부도 ‘대외의존형 산업구조’를 탈피하겠다고 천명하고 나섰다. 그러나 아베의 경제침략 주요 대상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지난 5일 정부는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으로 2026년까지 7조원 이상을 투입해 핵심 소재·부품·장비를 국산화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100대 핵심품목에 대한 대규모 연구개발에 7년간 약 7조8000억원 이상을 투입하겠다는 것.

그러나 산업계를 비롯한 관련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대책에 대해 “연구·개발(R&D)에 치우쳐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국산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규제 개혁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고 목소리 높이고 있다.

아베의 경제침략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는 현재 당면한 위기를 타개하는데 가장 걸림돌이 되는 대표적인 규제로 ‘화평법·화관법’을 꼽고 있다.

이들 법은 화학물질 유통의 전후방 과정을 통제해 국민건강과 환경을 보호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취지는 좋지만 과도한 규제로 인해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일부 강력한 규제 조항이 기업에 경제적·시간적 부담을 증가시켜 국내 제조업 생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법의 적용 대상이 석유·화학 기업에 국한하지 않고,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 등 산업계 전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파급력이 크다. 특히 최근에 소재 국산화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이들 법이 국내 기업의 연구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화평법·화관법’이 재조명되고 있는 상황이다.

화평법은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다. 화평법은 2011년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계기로 법 제정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2013년 5월에 제정돼 2015년부터 본격 시행됐다. 국내에 제조·수입되는 화학물질 확인과 유해성·위해성 등 안전관리에 필요한 정보를 사전에 확보하고 공유하는 것이 목적이다.

올해 1월 개정된 화평법에 따르면 신규 화학물질 또는 연간 1톤 이상의 기존 화학물질을 제조하거나 수입하는 제조·수입·판매자의 경우 정부에 이를 등록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다만 연구개발용 화학물질에 한해서는 한국환경공단의 확인을 받으면 시범제조에서 제품 시범생산까지 포함해 등록이 면제된다.

그러나 2015년 화평법이 시행된 이후 등록대상물질이 대폭 늘어나면서 기업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는 게 업계 얘기다. 업계에 따르면 화학물질 등록을 위한 준비기간은 최소 9개월로, 등록비용은 화학물질 1개당 200만원에서 1200만원 수준이며, 1개 물질을 등록하기 위해선 40여개가 넘는 항목에 대해 테스트를 한 후 결과를 기입해야 한다. 업계는 현행 화평법이 기업의 등록비용을 증가시키고 등록 준비 기간으로 인해 제품개발 지연, 신산업 투자 위축으로 기업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연구개발용 물질의 경우 등록은 면제되지만, 연구개발용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더불어 제조-수입자, 사용-판매자 간의 쌍방향 정보제공 의무사항으로 인해 기업의 영업비밀 침해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기업이 영업비밀 내용 공개를 회피하기 위해 최악의 경우 원료납품을 포기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가의 경제 버팀목인 반도체를 비롯해 산업계에서 필요한 중요 원재료의 제조·수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얘기다.

화관법 ‘저압가스 배관검사’, 전 생산 라인 중단 위기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소재·부품·장비 기술 개발에 필요한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취급 인허가 심사기간을 현행 75일에서 30일로 단축한다고 밝혔다. 또 국내에서 신규 개발된 일본 수출 규제 대응 물질은 물질정보와 시험계획서 제출 규제를 완화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실효성 측면에서 대책이 너무 약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진행해 오다 보니까 규제가 중복된 부분이 많고, 중소기업의 인력이나 자체 시스템 부재, 기업의 영업기밀 등에 대한 고려 없이 진행되다보니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안전 문제 때문에 이들 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들 규제는 국내 경제성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법으로 국민의 건강, 환경보호, 기업의 경쟁력 강화 세가지 측면에서 모두 고려돼야 한다”며 산업계의 의견도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산업혁신팀장은 “기업들이 일본 수출 규제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데 있어서 국산화 강화 대책으로는 약한 수준”이라며 실효성 측면에서 대책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관법은 화학물질의 체계적인 관리를 목적으로 유해화학물질의 취급 기준을 강화하는 법률로 ‘화학물질관리법’의 줄임말이다. 화평법이 화학물질이 유통되기 이전의 단계를 통제한다면, 화관법은 사후단계를 통제한다. 2012년 구미에서 발생한 ‘불화수소산 누출 사고’ 대응 차원에서 법이 제정돼 2015년부터 시행됐다.

이 법은 유해물질 취급 공장이 충족해야 할 안전진단 기준을 기존 79개에서 413개로 대폭 늘렸다.

2015년 이후에 설립된 공장의 경우, 화관법 안전진단 기준에 맞게 지어졌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문제는 화관법 시행 년도인 2015년 이전에 설립된 공장도 5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이 기준을 맞추도록 했기 때문에 이들 공장도 새로운 안전진단 기준에 맞게 공장을 재정비 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저압가스 배관검사다.

이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는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업계 특성상 배관을 정비하기 위해서는 전 생산라인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공정만 중단 하는게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유예기간이 끝나는 내년 1월 1일까지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법 위반 시, 해당 사업주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매출액 5% 이내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업계 관계자는 “새롭게 시행되는 화관법에 소급적용을 받을 경우, 라인을 중단시키고 배관 정비를 해야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측면이 있다”며 “라인을 한 번 멈췄다 다시 돌리는 건 손실금액도 크고 다시 정상화해 가동 하는데까지 걸리는 시간과 체크해야할 사항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